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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226

바리데기/황석영/창비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황석영 작가님의 『철도원 삼대』 이후 오랜만에 창비에서 2007년 펴낸 『바리데기』를 읽었다. 책 속 주인공 바리는 '바리데기' 라는 설화에서 차용한 인물로 북한 청진의 지방 관료 일곱 딸 중 막내로 태어나 아들을 간절히 원했던 엄마에 의해 숲속에 버려지지만 칠성이라는 개에 의해 구출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얼마 후 바리는 영혼, 귀신, 짐승, 벙어리등과도 소통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데 외삼촌의 탈북과 남한 정착 때문에 가족들은 당에 의해 숙청되어 뿔뿔이 흩어진다. 바리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을 거처 런던에 정착해 파키스탄 이주민 남자와 결혼하는 긴 삶의 여정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 속에서는 바리의 이러한 여정이 .. 2024. 1. 4.
『이제야 언니에게』최진영, 창비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창비 네 권째 읽는 최진영의 소설 『이제야 언니에게』속 주인공 고등학생 제야는 괴물도 짐승도 아닌 다정하고 친절한, 동네 어른들과는 달랐던, 젊고 부유한 당숙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제야는 침착하게 대응했지만, 그 침착함으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비난을 받으며 살아남기 위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난다. “제야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싶었다. 우울과 고통과 불안을 듣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제야는 왼쪽 벽에 손을 대고 걸었다. 때로는 달렸다. 미로의 길을 다 걸어야 할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언제가는 출구에 닿을 것이고, 이제 제야에게는 출구가 중요하지 않았다. 왼쪽 벽에.. 2023. 12. 23.
단 한 사람/최진영/한겨례출판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언제부턴가 나는 작가 최진영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말을 먼저 들여다보게 된다. 작가의 쓰기에 대한 절박함이 내 마음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2016년 7월경, 나는 최진영의 소설 『구의 증명』을 읽고 새벽 내내 울었다. 저절로 좀체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고 그의 소설 속 몇 문장을 베껴 쓰는 일과 책 뒤편의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쓰는 일 외에 나의 독후감은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많은 날 나는 사랑하면서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글을 쓰고 싶다’ 생각하고 분명 살아 있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버린다. 그러니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지만, 사랑하고 쓴.. 2023. 12. 22.
걷기의 인문학/리베카 솔닛/반비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2023년 11월 20일 군산대 독서 모임 필담이 선택한 책은 리베카 솔닛의 『Wanderlust: A History of Walking』이고 이 책을 출판사 반비는 『걷기의 인문학』이란 제목으로 펴냈다. 이 책은 인간 보행의 역사를 즉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문화, 정치, 종교, 예술 등에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다루는데 직립 보행을 시작한 인간이 성지 순례, 19세기 시골길과 귀족들의 정원을 걸으며 이뤘던 성취들, 윌리암 워즈워스 같은 시인들이 이룩한 보행 문학과 보행의 적극적 활동에 의해 등산 문학의 기반이 되고 근대에 들어와 시민들의 민주화 의식이 고조되면서 어떻게 보행이 투쟁으로 연결되었는지, 20세기 들어서면서 도시의 밤거.. 2023. 11. 19.
약간의 거리를 둔다/소노 아야코/책읽는 고양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2023년 11월 6일, 군산대 독서 모임 ‘필담’이 선택한 책은 ‘책읽는 고양이’에서 출판된,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이다. 책의 목차만 보아도 책의 내용을 얼마쯤 짐작할 수 있는데 결국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소소하지만 실천력을 겸비한 답변들이다. 그녀가 언급했던 삶의 비법들은 이미 어딘가에서 보고, 듣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들이어서 특별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일상의 희노애락을 경험하며 잠시 잊고 살았던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복습하는 기회로 삼았다. 얼마 전 군산대 언론사에서 ‘만학도의 이야기를 듣다’라는 시리즈를 기획하며 ‘젊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2023. 11. 5.
새와 춤추는 사람/미안/고래뱃속 대학에 들어오면서 가장 재미있는 일 중의 하나가 리포트 쓰는 일이다. 이유는 리포트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많이 얻기 때문이다. 오늘의 리포트는 “그림책으로 함양하는 인성”이란 과목의 리포트이다. 단지 그림책을 더 많이 접하고 알고 싶어서 선택한 과목인데 많은 것들을 습득 중이다. 리포트의 주제: 인성 덕목 관련 그림책 분석 및 비평 『새와 춤추는 사람』 글, 그림 미안, 고래뱃속, 2023년 9월 1. 줄거리 요약 매일 이른 아침 사람 하나가 동산 위에 올라 새와 함께 춤을 추고 짧은 춤을 춘 새는 사람에게 반짝이는 돌멩이 하나를 건네고 날아간다. 그리고 반짝이는 돌멩이는 그 사람의 담벼락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어느 날 길을 잘못 든 한 사람이 그들이 함께 춤을 추는 것을 목격해 사진을 찍어.. 2023.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