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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228

비트겐슈타인 - 고명섭의 광기와 천재 고명섭의 교양인에서 펴낸 책 『광기와 천재』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 – 1951)은 지하 세계에서 온 악마였다. 철학 세계에서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마법의 주문이었다. 그는 딴 세상에서 온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인이 지금 이곳으로 걸어 나온 것만 같았고 구약성서의 선지자가 시나이산에서 방금 내려온 것만 같았다. 그의 세계에서는 기만이나 부정은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는 범죄였으며 그가 사라지면 사람들은 폭정에서 해방된 듯한 평화를 느꼈다. 예언자의 주술에 걸려들어 자신의 전 존재를 헌납한 소수의 사도만이 이 철학의 회오리바람에 휘말려드는 것을 행복으로 여겼다.“라고 시작한다. 이런 문구들을 읽고 있으려니 나에게 비트겐슈타인이란 인물은 접근하기 어려운 성 같은 것처럼 느껴진다.. 2024. 1. 14.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메리 올리버/마음산책 #책추천 메리 올리버(Mary Oliver)는 1935년 9월 10일에 태어나 2019년 1월 17일에 세상을 떠난 미국 시인이에요.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인 언어로 인간과 자연과의 교류를 통한 삶의 의미를 사색하는 시를 주로 쓰는데요. 특히 “Wild Geese”라는 시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매혹시켰죠. 난해해서 해석조차 불가능한 현대 시들에 식상했다면 메리 올리버의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시어들에 감동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전 작년부터 마음산책에서 펴낸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제가 추구하는 시란 바로 이런 거야 절로 새어 나오는 미소를 머금고 그의 작품들을 읽고 필사하며 제 창작의 갈증을 어느 정도 위로받기도 했답니다. 작년에 이어 24년에 다시 한 번 마음산책 북클럽에 가입했더니 출판사에서 .. 2024. 1. 7.
바리데기/황석영/창비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황석영 작가님의 『철도원 삼대』 이후 오랜만에 창비에서 2007년 펴낸 『바리데기』를 읽었다. 책 속 주인공 바리는 '바리데기' 라는 설화에서 차용한 인물로 북한 청진의 지방 관료 일곱 딸 중 막내로 태어나 아들을 간절히 원했던 엄마에 의해 숲속에 버려지지만 칠성이라는 개에 의해 구출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얼마 후 바리는 영혼, 귀신, 짐승, 벙어리등과도 소통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데 외삼촌의 탈북과 남한 정착 때문에 가족들은 당에 의해 숙청되어 뿔뿔이 흩어진다. 바리 또한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을 거처 런던에 정착해 파키스탄 이주민 남자와 결혼하는 긴 삶의 여정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 속에서는 바리의 이러한 여정이 .. 2024. 1. 4.
『이제야 언니에게』최진영, 창비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창비 네 권째 읽는 최진영의 소설 『이제야 언니에게』속 주인공 고등학생 제야는 괴물도 짐승도 아닌 다정하고 친절한, 동네 어른들과는 달랐던, 젊고 부유한 당숙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제야는 침착하게 대응했지만, 그 침착함으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비난을 받으며 살아남기 위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난다. “제야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싶었다. 우울과 고통과 불안을 듣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제야는 왼쪽 벽에 손을 대고 걸었다. 때로는 달렸다. 미로의 길을 다 걸어야 할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언제가는 출구에 닿을 것이고, 이제 제야에게는 출구가 중요하지 않았다. 왼쪽 벽에.. 2023. 12. 23.
단 한 사람/최진영/한겨례출판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언제부턴가 나는 작가 최진영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말을 먼저 들여다보게 된다. 작가의 쓰기에 대한 절박함이 내 마음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2016년 7월경, 나는 최진영의 소설 『구의 증명』을 읽고 새벽 내내 울었다. 저절로 좀체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고 그의 소설 속 몇 문장을 베껴 쓰는 일과 책 뒤편의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쓰는 일 외에 나의 독후감은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많은 날 나는 사랑하면서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글을 쓰고 싶다’ 생각하고 분명 살아 있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버린다. 그러니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지만, 사랑하고 쓴.. 2023. 12. 22.
걷기의 인문학/리베카 솔닛/반비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2023년 11월 20일 군산대 독서 모임 필담이 선택한 책은 리베카 솔닛의 『Wanderlust: A History of Walking』이고 이 책을 출판사 반비는 『걷기의 인문학』이란 제목으로 펴냈다. 이 책은 인간 보행의 역사를 즉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문화, 정치, 종교, 예술 등에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다루는데 직립 보행을 시작한 인간이 성지 순례, 19세기 시골길과 귀족들의 정원을 걸으며 이뤘던 성취들, 윌리암 워즈워스 같은 시인들이 이룩한 보행 문학과 보행의 적극적 활동에 의해 등산 문학의 기반이 되고 근대에 들어와 시민들의 민주화 의식이 고조되면서 어떻게 보행이 투쟁으로 연결되었는지, 20세기 들어서면서 도시의 밤거.. 2023.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