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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플 웨딩즈' 를 본 후 군산시 동네문화카페 ‘영화와 철학’에서 마지막으로 상영된 작품은 프랑스 코미디 영화 ‘컬러플 웨딩즈’였다. 필리프 드 쇼브롱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2014년 프랑스에서 큰 흥행을 거두었으며, 다문화 사회 속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네 딸을 둔 보수적인 가톨릭 부모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위들을 맞이하면서 겪는 혼란과 충돌, 그리고 마지막으로 막내딸의 약혼자가 아프리카 출신 배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줄거리의 중심을 이룬다. 영화의 웃음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장면마다 사회적 편견과 철학적 질문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첫째 딸의 결혼 장면에서 부모가 겉으로는 환영하지만 속으로는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은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와 맞닿아 있다. 부모의 불편한.. 2025. 11. 24.
오늘도 한숨 거울은 모든 것을 비춘다. 노란 것을 더 노랗게, 쓴 것을 더 진하게, 고요를 더 깊게 비춘다. 표면 위에 놓인 것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아래에 두고 존재한다. 우리가 보는 것과 그것이 드리우는 것, 실재는 언제나 이중이다. 누군가는 안경을 벗는다. 선명함을 포기하고 본질을 본다. 카페인은 각성을 주지만, 진정한 깨어 있음은 흐릿함 속에 있다. 순수한 표면. 아무것도 흡수하지 않는 자만이 모든 것을 비출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안다. 아무리 정교한 언어로 이 노란 빛을 묘사해도, 결국 그것은 레몬이 아니라는 것을. 아무리 쓴맛을 형용해도, 그것은 혀 위의 각성이 아니라는 것을. 언어는 언제나 유리판 아래의 반영일 뿐, 위에 놓인 실재가 될 수 없다. 나는 더 절실히 깨닫는다. 평생 갈고 닦은 문장도, .. 2025. 11. 14.
하동 구재봉 자연휴양림 주말, 지리산 행복학교 행사장을 찾아 하동 구재봉 자연휴양림을 다녀왔다. 구재봉 휴양림은 경상남도 하동군 적량면에 위치해 있으며, 지리산 품속에 안겨있는하동의 대표적인 힐링 명소다. 그 명성 그대로,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자연 속에서 누리는 휴식처로는 단연 으뜸이었다. 모처럼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실현한 숙박이었다. 밤새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들었고, 아침이 되자 계곡의 물소리가 창 너머로 속삭이듯 들려왔다.이름 모를 새들이 숲 사이를 오가며 짹짹거렸고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뻗쳐드는 햇살은 숲의 숨결처럼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따라 꽃송이처럼 흩날리는 낙엽들이 유리창에 부드럽게 내려앉았고, 그 모습은 마치 수묵화 속 한 장면처럼 고요.. 2025. 11. 12.
군산 스페인 레스토랑, 돈키호테 군산 스페인 레스토랑, 돈키호테 오랜만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찾고 있었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은 마음, 그렇게 검색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 ‘돈키호테’였다. 군산 영화시장 안쪽, 다소 낡은 골목에 자리한 작은 스페인 음식점인 돈키호테의 리뷰는 엇갈렸고, 공간도 협소하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현실에 부딪히면서도 끝내 꿈을 향해 나아가던, 돈키호테, 그 고집스럽고도 순수한 인물의 이름에 끌렸고 나는 모험하듯 그곳을 찾아갔다. 가게는 정말 작았다. 테이블은 세 개뿐이었고, 유럽풍 감성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인테리어는 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소박함이 공간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처음 방문하는 자리였기에 3인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메뉴 구성은 꽤 .. 2025. 11. 12.
『와이키키 브라더스』: 무너진 꿈 위에서 걷는 자들의 철학 『와이키키 브라더스』: 무너진 꿈 위에서 걷는 자들의 철학 군산시 동네문화 카페 프로그램의 ‘영화와 철학’ 수업에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함께 관람했다. 2001년 작품이라 그런지 영상미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졌고, 고전 영화처럼 낯익은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 의식과 사유의 깊이, 그리고 스토리 전개의 밀도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상의 외형을 넘어서는 내면적 울림이 강하게 다가왔고,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었다. 영화는 한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뭉쳤던 밴드 멤버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차 현실에 타협하고, 꿈을 잃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밴드 해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존재의 무게와 삶의 퇴행을 철.. 2025. 11. 11.
September Song - Sarah Vaughan with clifford brown 🍁 9월의 노래,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사랑을 사색하다가을이 깊어지며 나뭇잎은 거의 다 떨어지고, 바람은 한결 차가워졌다. 풍경은 점점 비워지고, 마음은 그 빈자리를 따라 조용히 젖어든다. 무언가 끝나가는 계절의 기척이 느껴지는 날. 이럴 때면, 나는 오래된 노래 하나를 꺼내 듣는다. 특히 계절이 처음 기울기 시작할 때 들었던 그 멜로디는 지금까지도 마음속에서 잔잔히 울리고 있다. 아마도 황혼기에 접어든 내 삶의 주기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 늘 Sarah Vaughan과 Clifford Brown이 함께한 1954년의 그 앨범으로 찾아간다. 그들의 협연은 단순한 재즈의 조화를 넘어, 시간의 깊이와 감정의 결을 동시에 담아낸다. 사라 본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 2025.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