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여행 부산
물빛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마음에 스며든다. 장장 다섯 시간의 운전 끝에 나는 마침내 이곳, 부산 영도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은 아직 실감나지 않지만, 눈앞에 펼쳐진 이 푸른 정적 앞에서 모든 피로가 잠시 멎는다. 숙소는 고요했다. 푸른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한 오션뷰 창가에 앉아, 나는 조용히 컵라면 하나를 준비했다. 하얀 머그컵에 담긴 커피는 선명한 쓴맛보다, 그 순간을 진하게 물들이는 잉크 같았다. 눈 아래, 항구엔 색색의 배들이 정박해 있고, 그 사이를 물빛이 조용히 흐른다. 시간도 잠시 정박한 듯, 햇살은 미동 없이 수면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 권의 책과 하나의 컵라면, 그리고 작은 설렘을 벗 삼아 앉아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늘밤, 아주 오랜만에 마주할 남..
2025.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