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667 낮술과 밤의 철학 요즈음 밤이 깊도록, 아니 새벽까지 깨어 있다. 홀로 설정한 프로젝트를 완수하느라, 어둠이 밀려오고 다시 물러가는 시간을 노트북 앞에서 맞이한다. 침대에 누워도, 명료한 의식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생각들이 차례로 떠오르고, 머릿속을 파도처럼 덮친다. 밤이 깊어질수록 사유는 더욱 날카로워지고, 나는 그 흐름을 온전히 감당해야만 하는 날들이다. 오늘은, 아니 어제였지! 오래된 친구들을 초대한 날이었다. 몇 년 만의 일이다. 고작 세 네 시간 눈을 붙인 채, 몽롱한 기분으로 부엌 앞에 섰다. 손끝에서 차려지는 음식은 마치 과거의 기억을 한 겹씩 걷어내는 의식과도 같았다. 샐러드와 김밥, 미역국과 라따뚜이. 참으로 소박한 메뉴들! 테이블 위에 정성껏 접시를 놓고, 멋을 부려봤다. 모셔둔 와인의 코르크를 천천.. 2025. 2. 20. 카페 선유 언젠가 눈 오는 날, 찍고 싶다. 2025. 2. 9.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다시 읽는 즈음에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다시 읽는 즈음에도스토옙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y, 1821년~1881년) 1982년이나 83년도쯤, 대학생 시절에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처음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도스토옙스키 전집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 깊이 남아 있다. 한 권씩 빌려 읽으며 밤을 새우며, 그 작품의 깊이와 복잡함에 매료되었고, 그 안에서 내가 놓치고 있던 인간 본질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던 시절이었다.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은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이었다.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가족 간의 갈등, 신과 무신론의 문제, 그리고 인간 존재의 모순을.. 2025. 2. 7. 생각의 파편들 – 눈오는 은파를 걸으며 생각의 파편들 – 눈오는 은파를 걸으며 겨울의 은파는 마치 시간의 흐름을 멈춘 듯 고요하다. 눈이 소리 없이 내려 호수를 덮고, 얼어붙은 물결 위로 희미한 바람이 지난다. 나는 하얀 갓길을 따라 걸으며, 내면에 쌓인 생각들을 하나씩 털어낸다. 발끝에서 부서지는 눈의 감촉은 차갑지만, 그 속에 묘한 온기가 있다. 이 순간, 나는 니체의 영원 회귀 사상을 떠올린다. 모든 순간이 무한히 반복된다는 이 사상은 삶의 매 순간에 무게를 부여한다. 나는 내 삶의 모든 순간이 영원히 되풀이될 것이라는 생각에, 현재의 삶을 긍정하고자 한다. 사유는 마치 눈발처럼 흩어지지만, 어느 순간 하나의 결로 응집된다. 나는 들뢰즈가 말한 '리좀'을 다시 떠올린다. 눈송이 하나하나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얽혀 있으며, 그 연결 속에서.. 2025. 2. 7. 시간의 속삭임과 부재 중인 그대! 시간의 속삭임과 부재 중인 그대! 밤새 내린 눈은 무릎 높이까지 쌓였고, 어떤 곳은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아버지는 도저히 치울 수 없을 것같은 눈의 양에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래도 판자를 덧댄 넉가래를 들고 나와 겨우 사람 발자국이 지날 수 있는 길을 냈다. 눈을 쓰는 동안, 아버지는 가끔 허리를 펴며 담배를 깊이 들이마시고는 조용히 연기를 내뿜었다. 그 사이 어머니는 부엌에서 장작불을 지피며 아랫목을 따뜻하게 덥혔다. 방 안에는 전날 저녁부터 불려 둔 팥이 푹 삶아지며 퍼지는 달큰한 냄새가 감돌았다. 불편하다거나 춥다거나 하기보단 동네 아이들은 동네 개들과 함께 눈밭을 굴렀고 나는 방안에 꼼짝없이 앉아 때론 봉창문에 눈을 바짝 대며 바깥을 훔쳐보았고 때론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몇몇.. 2025. 2. 4. 기억이 빛나는 순간들 기억이 빛나는 순간들매일이 쉼의 연속이지만, 유독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느지막이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문득 사진첩을 연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지나간 시간들이 조용히 말을 건다. 그때는 몰랐던 순간들이 이제 와서야 선명하게 빛난다. 혼자였어도 좋았지만, 함께였을 때 더 즐거웠던 날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속엔 해맑게 웃는 얼굴들이 있고, 길거리에서 아무 의미 없이 찍었던 사진에서도 그때의 온기가 전해진다. 오붓한 한상차림에 끝날 줄 모를 것 같은 수다들, 바닷가에서 나를 보며 해맑게 웃던 순간, 카페 창가에서 나눈 이야기,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던 장면들까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공기와 온도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때는 그저 흘.. 2025. 1. 29. 이전 1 2 3 4 ··· 1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