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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673

니체의 『권력의 의지』와 사랑의 철학 니체의 『권력의 의지』와 사랑의 철학 새벽, 누군가가 내 머릿속을 노크해 들어오고 있었다. 잠은 달아나고, 나는 또 그 노크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웃픈 현실과 마주한다. 그 노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내가 만든 소설 속 인물들이었다. 중간고사는 다가오고, 외워야 할 시험 예상 요약본들이 책상 위에 쌓여만 가는데, 나는 그들—니체, 코야, 나타샤, 부루, 나미—의 손길에 이끌려 또다시 사유의 바다로 빠져든다. 나는 오래전에 『니체』라는 제목의 판타지 소설을 썼다. 총 250매 분량의 이 이야기는 열 살 소년 니체, 그를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친구 코야, 그리고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할아버지가 함께 떠나는 시간과 공간의 여행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이 여정은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다. .. 2025. 4. 18.
오늘도 나의 문장 앞에서 - 질문의 시간, 창작의 자리 오늘도 나의 문장 앞에서 - 질문의 시간, 창작의 자리 창작을 하는 일이란 고통이 따른다. 그것은 단순히 고된 노동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가진 언어의 깊이를 끝까지 파고들어야 하고, 내가 감히 마주하기 꺼려온 내면의 진실을, 타인의 시선 앞에 벌거벗긴 채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번 새로운 글을 쓴다는 건, 나를 다시 한 번 해체하고 조립하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균열과 침묵을 견디는 일이다. 나는 종종 묻는다. 정말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는가. 혹은, 나는 나의 글을 통해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대답은 늘 명확하지 않다. 어떤 날은, 그저 쓰는 일 자체가 살아있다는 감각을 불러일으켜 견딜 만한 하루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나의 언어가 너무 초라해 보여 아예 펜을 놓고 싶어진다... 2025. 4. 16.
잠깐 꽃비를 맞으며 어제는 비바람이 불었다. 은파호수공원에 만개한 벚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졌고, 꽃마중을 나온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모처럼의 봄나들이였을 텐데, 바람은 사정없이 불었고, 꽃은 그렇게 망설임도 없이 흩어졌다. 우산을 쓰고 떨어지는 벚꽃잎 아래를 혼자 걸었다. 떨어진 여린 꽃잎들을 밟으려니 자꾸 머뭇거려졌다. 미안하다, 마음으로 말하며 벚꽃 가지를 한참이나 올려다 보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만남은, 만나자마자 이별을 준비하는구나. 어떤 애틋함이랄까. 사진을 찍는 사람들 틈에서, 벚꽃보다 바닥에 먼저 떨어진 꽃잎들에 눈이 갔다. 누군가 밟고 간 자국 위에도, 고요하게 겹겹이 깔린 꽃잎들. 바람이 이렇게 부니, 떨어진 꽃잎들은 곧 어딘가로 쓸려 사라지겠지. 비바람이 얄궂기도 하고.. 2025. 4. 14.
기다리는 책들, 찾아가는 나 나는 애독자 이기 이전에 애서가이다. 서가를 마주하고 글을 쓰다가 지루할 때면, 나의 눈길은 늘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에게 다가간다. 꽃혀있는 책의 제목만 읽어도 행복하다면, 분명 나는 애서가이다. 그들 중 100 여권쯤은 아직도 읽히지 못한 채 언젠가 자신이 간택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 기다림도 인연일까? 마구 사들이던 플라톤의 책들을 어느 순간 모두 읽어버리는 참사를 벌였던 날들의 기쁨도 있더라. 과연 내 머릿속에 무엇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지만, 여하튼 일정 기간동안 플라톤을 사랑했다는 성취감이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고 이건 바로 책과 나, 플라톤과 나, 철학과 나의 상호작용을 통해 내 글 속에 어떤 식으로든 무늬를 남기리라 생각하니, 자꾸만 헛웃음이 꼬리를 문다.이.. 2025. 2. 27.
와인빛 멜로디의 황홀 이제 일주일 남은 방학의 여유를마지막으로 즐기는 시간이다.오래도록 스마트폰 속에 저장해놓은사진들을 들여다보니,이토록 멋있던 추억도 있었네,새삼 놀라며, 그 갤러리 속앨범 하나를 꺼내보았다. 2024년 9월 27일 금요일, 밤군산 카페 팔마재에서빅마마 그룹이었던 신연아님이아코디어니스트인 데이브 유님,베이시스트인 송미호님,기타리스트인 박윤우님(기억이 확실치 않으나)을 동반하여4중주 세션으로 선물해준,샹송의 재즈적 해석?익숙한 곡들이라서 더 좋았던! 낯익은 멜로디가재즈의 숨결을 머금고 흐르던 밤,그들의 연주는마치 파리의 어느 작은 클럽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신연아님의 깊고도 따뜻한 음성이아코디언의 선율과 어우러져,베이스의 부드러운 울림과기타의 섬세한 터치 속에서샹송은 새로운 옷을 입고 흔들리며 춤추었다. .. 2025. 2. 23.
빛과 그림자의 무늬 어제는 월명시선이라는프로그램에 참석해익숙한 길거리들에카메라의 렌즈를 조준했지. 난 긴 골목길의 익숙한 표정과빛과 그림자가 엉킨 풍경들을특히 좋아하는데,셔터를 누를 때마다,누군가, 어디선가 꼭나를 부르는 것만 같은착각 속에 빠져 멈칫거리곤 했어 80장이 넘는 사진 중에 간신히한 장을 사진를 골랐네. ㅎㅎ 그리고 되지 않는 끄적임으로내 마음에 무늬를 새겼넹.       빛과 그림자의 무늬  “잔설 깃든 골목을 거닐다너를 불렀지.착각 속에 숨을 고르며,휘돌아 달려오는네 메아리가바람에 흩어지는 기억을 붙잡았지. 골목 어귀 그림자와 빛이 엉킬 때,네가 웃고 있는 듯했어.멀리서 닿아오는 발자국 소리,혹시 너일까?기대에 가슴이 뛰었지만,텅 빈 골목만이 나를 감싸안았지. 잔설 위에 나만의 발자국,고요 속에 네 이름을 .. 2025.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