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들53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관람 후기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관람 후기 이번 학기 영상 문학론 수업에서 박찬욱 감독의 작품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을 때, 나에게는 작은 전환점 같은 감정이 있었다. 사실 나는 그동안 한국 영화보다는 외국 영화에 더 익숙했고, 자연스레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건 아마도 시대적 취향이자, 은연중 내면화된 문화적 편견의 일종이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수업을 통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나의 그 익숙함이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한국 영화는 낯설지 않지만, 그 깊이를 성찰한 적은 드물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수업은 나에게 하나의 성과이자 기회였다. 한국 영화의 감수성, 연출의 밀도, 감정의 결을 새롭게 읽어내고, 그것을 나의 사유와 언어로 정리.. 2025. 5. 31. 『폭싹 속았수다』의 ‘타인의 마음에 닿는다는 것에 대하여’ 『폭싹 속았수다』의 ‘타인의 마음에 닿는다는 것에 대하여’ 최근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8부작 『폭싹 속았수다』는 국내외에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제주도 특유의 정서와 언어, 그리고 관계의 결을 정직하게 담아낸 이 드라마는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이해는 다 못해도 마음은 이상하게 따뜻해진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섬이라는 공간이 품은 고요함과, 말보다 마음이 앞서는 사람들의 태도가 언어 너머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진짜 울었다고, 대사 하나하나가 시라고. 제주가 아니라 기억 속 어딘가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고. 그 말들이 다정했고 설득력도 있었다. 나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내 일상과는 멀어 보이는 섬의 이야기, 오래전 청춘의 기록이 펼쳐졌다. 드라마 제목부터 .. 2025. 5. 20. 영화 《소울메이트》(2023) 감상문 복수전공으로 국문학을 공부하며, 영상문학론 수업을 통해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에 대한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선택한 작품이 바로 민용근 감독의 《소울메이트》(2023)였다. 이 영화는 중국 원작 소설과 영화를 한국의 정서로 재해석한 리메이크 작품으로, 문학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어떻게 영상 언어로 다시 쓰이고 감정의 층위를 넓혀가는지를 살펴보기에 적절한 텍스트였다. 영화 《소울메이트》(2023) 감상문: 그림자 덕분에 태양은 안심하고 빛난다 2023년 3월, 민용근 감독이 연출한 영화 《소울메이트》는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이 주연한 한국 드라마로,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6)와 그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OSMU(One Source Mu.. 2025. 5. 9.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감상문 본 감상문은 복수전공 영상문학론> 수업의 과제, 문화현상으로써 OSMU의 영상과 해당 작품 분석하기, 세 번째 영화 수행의 일환으로, 박상영의 원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과 이언희 감독의 동명 영화의 OSMU 전략을 비교하고, 그 속에 담긴 감정의 번역과 윤리적 감응을 고찰한 결과물이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감상문: 박상영의 감정 문법에서 확장된 OSMU적 사랑의 변주 박상영의 문장은 언제나 감정의 진실에서 출발한다. 내가 처음 그를 만난 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였다. 너무 긴 제목에 웃음이 났지만,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그 웃음은 곧 울컥함으로 바뀌었다. 그는 감정을 웃기게, 그러나 끝내 숨기지 않는 방식으로 써내려 갔다. 관계를 망치고, 미련에 질질 끌리고, 후.. 2025. 5. 8.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감상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감상문: 기억과 망상의 경계, OSMU로 확장된 감정의 서사 나는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오래전에 읽었다. 한때 그의 소설에 깊이 빠져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의 글이 날카로운 상상력과 인간 심리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 속에 독특한 철학적 뉘앙스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실과 내면의 경계를 허무는 장르적 실험과 윤리적 질문들이 그의 작품의 매력이었다. 『살인자의 기억법』도 그런 인상 깊은 작품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소설이 영화화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엔 망설였다. 소설의 여운이 흐려질까 봐, 그리고 기억 속 병수의 목소리를 스크린이 덮어버릴까 봐. 그러나 이번 학기 ‘영상문학론’ 수업에서 OS.. 2025. 5. 7. 〈소년의 시간〉, 우리는 언제 그 아이를 놓아버렸는가, 4편 관람 후기 〈소년의 시간〉, 우리는 언제 그 아이를 놓아버렸는가 4편 관람 후기 복수전공 국문과 4학년 웹글쓰기 강의에서 방영 중이었던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의 서두, 긴장감 높았던 그 첫 장면을 잠깐 보았는데, 그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번 연휴에 결국 몰아보기로 4편까지 관람한 나의 관람 후기이다. 2025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은 단순한 범죄 드라마가 아니다. 13세 소년이 동급생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이 드라마는 끝까지 시청자에게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왜 그런 일이 가능했는가를 묻는다. 첫 회, 새벽에 무장 경찰이 소년 제이미 밀러의 집에 들이닥치고, 아이는 갑작스럽게 체포된다. 그 순간부터 카메라는 단 한 번의 컷.. 2025. 5. 5.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