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241 코스모폴리틱스: 어떤 세상에서 누구와 함께 살지 묻는 정치 코스모폴리틱스: 어떤 세상에서 누구와 함께 살지 묻는 정치 라투르는 이야기꾼이었다 라투르는 수다로 풀기에 참 좋은 철학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자신도 딱딱한 논문체보다 이야기를 즐겨 썼다고 한다. 파리의 실패한 무인 교통 시스템을 다룬 『아라미스』는 젊은 엔지니어와 그의 교수가 사건을 추적하는 소설 같은 형식으로 쓰였고, 『사회적인 것의 재조립』 한가운데에는 교수와 학생이 티격태격 나누는 대화가 통째로 들어 있다고 한다. 행위자를 따라가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라는 그의 방법 자체가 어쩌면 수다와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라투르의 방식을 조금 흉내 내 보려 한다. 코스모폴리틱스라는 낯선 말을 개념부터 외우는 대신, 오래전에 사라졌던 수달이 어느 날 마을 앞 하천에 다시 나.. 2026. 10. 28. 데카르트에서 칸트를 거쳐 라투르까지 데카르트에서 칸트를 거쳐 라투르까지 들어가며: 짧은 인용문 앞에서 멈추다 요즈음 브뤼노 라투르에 대한 공부에 돌입했다. 우선 개론서부터 읽을 요량으로, 김환석이 쓰고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펴낸 아주 얇은 책 『브뤼노 라투르』를 골랐다. 다음은 이 책 44쪽에 나오는 문장이다. “칸트는 데카르트의 철학을 뒤집어 철학에 혁명을 일으켰다. 라투르의 철학은 자연과 사회라는 양극보다 하이브리드들의 생산이라는 중간지대를 우선시해 근대적 헌법을 뒤집었다. 라투르는 근대적 헌법을 "하이브리드 세계에서의 하이브리드 사고"(Blok & Jensen, 2011)라고 불리는 비근대적 헌법으로 대체했다.” 세 문장밖에 되지 않는 짧은 대목이었지만, 나는 이 앞에서 내 지식의 한계에 직면했다. 칸트는 데카르트의 무엇을 뒤집었.. 2026. 10. 28. 문규민 교수의 '이상한 유물론 강의'를 듣고 물질이 '다 했네'― 문규민 교수의 '이상한 유물론 강의'를 듣고 어제 마리서사에서 문규민 교수의 '이상한 유물론 강의'를 들었다. 요즘 나는 영화 〈아바타〉 속 세계관을 브뤼노 라투르와 연결해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마침 『신유물론 입문』을 쓴 연구자가 군산까지 와서 강연을 한다기에 적잖은 기대를 품고 자리에 앉았다. 라투르의 이름이 한 번이라도 나와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걸음한 보람이 있겠다는 마음이었다. 강의는 뜻밖에도 인스타그램 댓글 두 개로 문을 열었다. 강연 홍보 게시물에 누군가 유물론은 결코 철학이 될 수 없다고 적었고, 또 누군가는 유물론이 지옥행 세계관이라고 적어 놓았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지만, 그 웃음 뒤에 남는 질문은 꽤 무거웠다. 우리는 물질을 정말 물질로서 생각하고 있는가, 물.. 2026. 10. 25. 남들맹키 사는 거이 젤이드라, 정지아 『찌니주의보』를 읽고 남들맹키 사는 거이 젤이드라― 정지아 『찌니주의보』를 읽고 11시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아침부터 부리나케 학교로 향했다. 마침 알라딘에서 주문이 들어와 있어서 학교 안 우체국부터 들렀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옆 칸의 전북은행 쪽을 보니 거기도 셔터가 내려져 있어 한참을 어리둥절하게 서 있었다. 그제야 전화기를 꺼내 날짜를 확인했더니 25일, 일요일이었다. 나는 오늘을 월요일로 철석같이 믿고 가방까지 챙겨 학교에 간 것이다. 치매기가 분명하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바탕 하소연을 늘어놓고는 머쓱한 마음으로 월명서가에 돌아왔고, 덕분에 생긴 일요일 하루를 통째로 정지아 작가의 『찌니주의보』에 내주었다. 『찌니주의보』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많은 독자를 만난 정지아 작가가 창비에서 펴.. 2026. 10. 25. 사랑이 들어와 사는 자리, 이승우 『사랑의 생애』를 읽고 사랑이 들어와 사는 자리이승우 『사랑의 생애』를 읽고 스산한 가을비가 줄기차게 내리는 저녁이다. 하루 종일 월명서가의 한적한 틈에 이승우 작가의 『사랑의 생애』를 붙들고 있었다. 손님이 뜸한 비 오는 날의 서점은 책 한 권과 오래 마주 앉기에 더없이 좋은 곳인데, 이 책은 그 시간 내내 나에게 같은 질문을 되풀이해 던졌다. 우리는 정말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지 말라우리는 흔히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너무 익숙한 표현이라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승우는 첫 장에서 바로 이 말을 붙들고 늘어진다. 사랑을 물이나 수렁, 혹은 누군가 파 놓은 함정처럼 여기는 이 수사에는 사랑이 어찌할 수 없는 힘이라는 인식과 그 힘에 저항하고 싶은 무의식이 함께 숨어 있다는 것이다. .. 2026. 10. 24. 2회 월명서가, 영화의 밤 🌊 함께 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저녁 — 〈아바타: 물의 길〉 선선해진 가을밤, 월명서가에서 영화 한 편을 함께 보려 합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은 숲을 떠나 바다로 향한 설리 가족이 낯선 부족과 새로운 자연 속에서 다시 삶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예요. 화려한 영상 너머로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이 잔잔하게 흐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혼자 보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장면도 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보고 나면 다르게 다가오곤 하지요. 상영이 끝난 뒤에는 각자 마음에 남은 장면과 생각을 편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도, 처음 보시는 분도 모두 반갑게 맞이할게요. 📅 일시 | 10월 23일(금) 저.. 2026. 10. 20. 이전 1 2 3 4 ··· 10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