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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수다 - Woulda, shoulda, coulda don’t make you feel better. woulda, shoulda, coulda 오늘로써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트레버 노아의 『태어난 게 범죄』를 바탕으로 한 수업이 끝났다. 오전의 가을 햇살이 월명서가 창을 넘나드는데, 마지막 수업을 마친 마음이 문득 쓸쓸해지면서 그 안에 살짝 물기가 어리는 것을 느낀다. 교수님이 마지막으로 들려주신 문장 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Woulda, shoulda, coulda don’t make you feel better. 그랬더라면, 그랬어야 했는데, 그럴 수도 있었는데. 문법책에서는 would have, should have, could have 뒤에 과거분사를 붙인 이 세 구문을 "후회의 3종세트"라는 이름으로 나란히 묶는데, 미국 사람들은 이를 소리 나는 대로 줄여 woulda, shoulda,.. 2026. 10. 16.
이승우 연작소설 『사랑이 한 일』을 덮으며 사랑이 한 일, 사랑이 하지 못한 일이승우 연작소설 『사랑이 한 일』을 덮으며 연휴 내내 이승우의 『사랑이 한 일』을 붙들고 있었다. 다섯 편의 연작은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바치는 이야기인 표제작을 한가운데 두고 앞에 「소돔의 하룻밤」과 「하갈의 노래」를, 뒤에 「허기와 탐식」과 「야곱의 사다리」를 시간 순서대로 놓았다. 작년에 첫 작품을 읽고 짧은 글을 남긴 뒤 이번 연휴에 나머지 네 편을 한 편씩 읽고 적어 내려가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야 다섯 편이 처음부터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것은 아버지들이 자식을 내놓는 이야기였고 또한 그 일을 무엇이 가능하게 하는지를 묻는 이야기였다. 작년에 「소돔의 하룻밤」을 읽으며 내가 오래 붙들었던 것은 롯의 집 대문 앞에 몰려든 소돔 .. 2026. 10. 11.
이승우 『사랑이 한 일』 마지막 연작 「야곱의 사다리」 누구의 꿈이었나이승우 『사랑이 한 일』 마지막 연작 「야곱의 사다리」 연휴의 마지막 날 아침이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창밖 햇살은 수줍은 새색시처럼 슬며시 실내로 기어든다. 창밖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며 말소리는 어찌 그리 다정한지 나는 한참 동안 책을 펴지 못하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이 한 일』의 마지막 연작 「야곱의 사다리」를 덮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뜻밖에도 이 작품이 너무 관념적이라는 것이었다. 사유할 것은 많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루했다. 이야기는 도망자의 밤에서 시작된다. 눈먼 아버지를 속여 형의 축복을 가로챈 야곱은 형의 분노를 피해 집을 떠나고 해가 지자 돌 하나를 베개 삼아 광야에 눕는다. 이승우는 그 밤의 야곱을 세상에 홀로 버려진 고아이자 나그.. 2026. 10. 11.
이승우 『사랑이 한 일』 네 번째 연작 「허기와 탐식」 허기는 무엇을 향하는가이승우 『사랑이 한 일』 네 번째 연작 「허기와 탐식」 연휴의 끝자락에서 『사랑이 한 일』의 네 번째 연작 「허기와 탐식」을 펼쳤다. 앞 작품 「사랑이 한 일」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삭은 말이 진실에 대한 허기를 부르고 아무리 많은 말로도 그 허기를 채울 수 없다고 했는데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아 있던 그 허기라는 말을 다음 작품의 제목에서 다시 만났다. 창세기 25장에는 이삭이 에서가 사냥한 고기를 좋아해서 에서를 사랑했다는 짧은 구절이 있다. 한 민족의 계보를 뒤흔든 편애의 이유를 성경은 고작 입맛 하나로 대고 지나가지만 이승우는 이 어색한 한 줄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묻는다. 왜 하필 고기였을까. 이야기는 모리아산에서 시작된다. 그날 아버지는 아들을 장작 위에 두고 홀로 산.. 2026. 10. 11.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사랑이 한 일』 연휴의 한가로움 속에서 이승우의 『사랑이 한 일』을 계속 읽고 있다. 「하갈의 노래」에 이어 이 연작의 한가운데 놓인 표제작 「사랑이 한 일」에 대해 적어두려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신은 백 살에 얻은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요구하고 아브라함은 두말없이 아들을 데리고 모리아산에 오른다. 마지막 순간 신은 그 아이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라며 다급하게 아버지의 손을 붙잡는다. 소설은 그 산에서 살아남은 이삭의 목소리로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더듬는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같은 말을 끝도 없이 되풀이한다. 그것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문장이 몇 번이고 돌아오고 아버지가 아들을 덜 사랑했어야 했다는 말이 주어만 바꾼 채 다시 .. 2026. 10. 10.
이승우의 「하갈의 노래」 이승우의 「하갈의 노래」 연휴의 한가로움에 젖어 이승우의 소설들을 다시 읽는 중이다. 오늘 손에 든 책은 그의 열한 번째 소설집이자 첫 연작소설집인 『사랑이 한 일』이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을 한가운데 두고 앞에는 「소돔의 하룻밤」과 「하갈의 노래」가 놓였고 뒤에는 「허기와 탐식」과 「야곱의 사다리」가 시간 순서대로 이어진다. 작년에 첫 작품인 「소돔의 하룻밤」에 대해 잠깐 적은 적이 있는데 오늘은 두 번째 연작인 「하갈의 노래」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하갈은 사라의 여종인 이집트 여자다. 아이를 갖지 못한 사라가 하갈을 남편 아브라함에게 들여보내 낳게 한 아들이 이스마엘이고 그로부터 십여 년 뒤 사라는 직접 이삭을 낳는다. 이삭이 태어나자 사라는 하갈 모자를 내보내라고 .. 2026.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