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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듀오, 유월의 인사, 2집 '여행' 발매 기념 연주회 지난 목요일 저녁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내가 좋아하는 베이시스트 송미호님과 보컬·피아노의 강윤미님이 영화동 파라디소 90의 중정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해 질 무렵부터 자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자갈을 깐 마당 한가운데 단풍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곁에 업라이트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가 놓였다. 구형 전구 모양의 스탠드 조명이 낮게 켜졌고, 악기들의 그림자가 자갈 위로 길게 누웠다. 아직 하늘이 푸르던 시각, 악기들은 연주자를 기다리듯 고요했다. 두 사람은 어쿠스틱 재즈 듀오 '유월의 인사'다. 버클리 음악대학과 뉴욕 주립대 재즈 전공을 거쳐 국내 1세대 여성 재즈 베이시스트로 자리를 굳힌 송미호님과,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하는 보컬리스트이자 피아니스트 강윤미님. 이들이 함께 만들어온 음악에는.. 2026. 6. 13.
《재즈, 사유의 즉흥연주 — 군산을 걷다 2》 퇴고를 마치며 건너다보이는 월명산의 짙은 초록들에 마음마저 초록색으로 물드는 이른 아침, 나는 드디어 《재즈, 사유의 즉흥연주 — 군산을 걷다》 2편의 글들의 진위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퇴고를 마쳤다. 거의 20여 년 동안 써왔던 글들을 짜깁기했던 것이라, 시간은 물론 틀린 정보들도 확인했다고 했는데 드문드문 더 수정할 부분들이 있더라. 글이란 것이 참 그렇다. 다 봤다 싶으면 또 눈에 걸리는 것들이 생기고, 내려놓았다 싶으면 다시 손을 잡아끄는 문장이 나타난다.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층층이 쌓인 글인 만큼, 어느 대목은 젊은 날의 열기가 너무 거칠고, 어느 대목은 지금의 내가 더는 동의하지 않는 생각들이 버젓이 앉아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씩 고르는 일은 퇴고라기보다는 차라리 발굴에 가까웠다. 아니, 화.. 2026. 6. 8.
성해나의 단편집 『혼모노』 오늘은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위스키에 절어 알딸딸한 기분으로 독서하기'에 마침내 도전했다. 취하도록 마실 수는 없는 처지였으므로, 짐빔에 얼음을 잔뜩 넣고 콜라를 부어 연거푸 들이켰다. 위스키의 알딸딸함이 서서히 차오를 무렵, 비로소 독서에 몰입할 수 있었다. 결국 해냈다. 서가에서 꺼내 든 것은 성해나의 단편집 『혼모노』였다. 표제작 「혼모노」와 「길티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이미 심도 있게 읽은 터라, 이번엔 「스무드」부터 펼쳤다. 한국계 2세대 이민자 부모를 뒀지만 김치 한 번 먹어본 적 없는 철저한 미국인 듀이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서울 전시를 맡게 되는 이야기다. 혈통은 연결되어 있으나 인식은 단절되어 있는 인물 듀이는 한국성을 부여받지만 그것을 거부하며, 그 거부 자체가 소설.. 2026. 6. 7.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독후노트 독후노트 클레어 키건, 침묵이 말하는 방식> 클레어 키건을 처음 만난 것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였다. 얇은 책이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한참 동안 덮지 못했다. 무언가 말해진 것보다 말해지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는 느낌, 문장이 끝난 자리에서 오히려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 그녀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었다. 과잉이 없었다. 감정을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설명하지 않음이 독자의 가슴 어딘가를 정확하게 건드렸다. 빈자리가 있었다. 그 빈자리 속으로 독자의 상념이 조용히 끼어들었다. 읽는 것이 아니라 채워 넣는 경험이었다. 《맡겨진 소녀》에서 그 문체는 더 단단해져 있었다. 아이의 시선으로 쓰인 이야기, 아이가 보는 것과 말하는 것 사이의 간극 속에 어른들의 세계가 통째로 들어 있었다. 키건은.. 2026. 6. 4.
월명서가 소개글 이제 7월 말이면 《재즈, 사유의 즉흥연주 — 군산을 걷다》 1, 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총 35장, 한 곡의 재즈, 한 명의 철학자, 한 권의 문학, 한 편의 영화, 군산의 한 장소를 다섯 겹의 렌즈로 하나의 주제를 즉흥 연주한다. 재즈 에세이이자 군산 산책기이자 철학 입문서로써 35개의 장은 재즈 클럽의 다섯 세트로 구성되며, 시간과 기억에서 출발해 경계와 융합으로 나아간다. 모든 장소는 군산이다. 재즈, 철학, 문학, 영화, 군산의 장소. 34장에 월명서가가 있다. 아래 그 글의 일부이다. 월명서가 | 침묵의 지평이다. 군산 어느 골목 안, 계단이 하나 있다. 낡은 건물의 낡은 계단. 그 계단을 오르면 소리가 달라진다. 첫 번째 계단에서는 아직 골목의 소음이 들린다. 다섯 번째 계단쯤에서 그 소음.. 2026. 6. 3.
가 오픈, 월명서가 6.3 선거 날,다시 분주한 아침을 맞이한다.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자들의 망치와 드르륵거리는 그라인더 소리가 높다그럼에도 볼륨을 높인 음악이 싫지 않은 시간잠깐, 내 새로운 공간을 소개한다. 내 일상들과 함께 한다소 지저분하고 오래된 것들이 복잡하게 쌓여 있지만사람 냄새나는 공간임을 확신한다. 가 오픈이랄까?아직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상태이지만나의 오랜 지인들을 위해 오늘 12시부터 오픈할 예정이다.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점심 12시에 문을 열고오후 6시 30분에 닫을 것이다. 현재 공간 앞에는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자재들이 통로를 막고 있지만그 장해를 뚫고 오실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련다^^ 주소는군산 구영7길 24민주씨앗호떡 2층이다. 월명서가 들어서는 순간,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 2026.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