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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234

조경란의 『그들』의 불안과 침묵, 타자성의 윤리 조경란의 단편소설 『그들』은 2023년에 발표되어, 2024년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되어 있으며, 나는 이 작품을 현대소설강독 수업 시간에 처음 접했다. 말해지지 않는 감정들과 인물들 사이를 흐르는 침묵의 결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고, 그 여운을 따라가며 다음과 같은 내 나름의 분석을 시도해 보았다.     조경란의 『그들』의 불안과 침묵, 타자성의 윤리 Ⅰ. 서론: 말해지지 않은 관계, 불안의 정서1.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조 소개조경란의 『그들』은 말해지지 않은 감정들로 채워진 관계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인물들은 서로를 응시하면서도 말하지 않고, 감정을 자주 유예하거나 감춘 채 살아간다. 이 소설은 극단적인 사건이나 격렬한 대립.. 2025. 4. 2.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의 사유: 이승우 『사해』에 나타난 결핍과 실존적 침묵」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의 사유: 이승우 『사해』에 나타난 결핍과 실존적 침묵」  Ⅰ. 서론1. 연구 목적 및 문제 제기이승우의 단편소설 『사해』는 외형적으로는 특별한 사건 없이 고요하게 전개되지만, 그 내면에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자리한다. 말하지 못하는 자, 관계를 맺지 못하는 자, 유서를 끝내 쓰지 못하는 자—『사해』의 주인공은 사회적 소외, 내면적 고립, 실존적 침묵을 체현하는 인물이다. 그는 타자와 감정을 교환하지 못한 채 살아가며, 죽음을 앞둔 순간조차 말하지 못하고, 아무런 감정의 기미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나 이 침묵과 무반응은 무감각이 아니라, 말하지 않음으로써 존재를 감당하는 하나의 윤리적 형식으로 읽힌다.이 작품은 특히 “유서 쓰기”라는 과제를 중심으로, 주인공이 어떻.. 2025. 4. 1.
『어스시의 마법사』와 내 그림자 릴로스에 대하여 『어스시의 마법사』와 내 그림자 릴로스에 대하여 『어스시의 마법사』(A Wizard of Earthsea)는 미국의 작가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이 1968년에 발표한 판타지 장편소설로, 〈어스시 연대기〉(Earthsea Cycle)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소설은 판타지 장르의 고전으로 손꼽히며, 독창적인 세계관과 철학적인 주제를 통해 많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어스시는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바다 위의 세계이며, 마법이 실재하고 마법사들이 사회적 권위를 가지는 세계이다. 이 세계의 핵심 원리는 ‘이름의 힘’에 있다. 모든 사물에는 고유한 진짜 이름(True Name)이 존재하며, 그 이름을 아는 자는 그 존재를 통제할 수 있다. 언어와 이름의 힘.. 2025. 3. 24.
김멜라 「이응 이응」 작품 분석 – 기술 시대의 인간성과 감정, 그리고 관계의 본질을 묻다 김멜라 「이응 이응」 작품 분석 – 기술 시대의 인간성과 감정, 그리고 관계의 본질을 묻다  2025학년도 1학기 ‘현대 소설 강독’ 수업의 첫 번째 작품은 김멜라의 단편소설 「이응 이응」이다. 이 작품은 2023년 문장웹진에 처음 발표된 이후, 2024년 제15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문단과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응 이응」은 ‘이응’이라는 섹스토이를 중심으로 인간과 기술, 성과 사랑의 경계를 탐색하며, 감정과 관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를 유도하는 작품이다.1. 기술과 인간성의 공존작품 속 '이응'은 단순한 성욕 해소 기계가 아닌, 사용자의 감정과 생각에 반응하며 변화하는 감응적 기계로 그려진다. 이 기계의 보급으로 매춘, 원치 않는 임신, 성범죄는 줄고 출생률은 오히려 증가하면.. 2025. 3. 24.
삶과 죽음,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화장」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철학적 탐구 삶과 죽음,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화장」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철학적 탐구 김훈 작가의 「화장」은 2004년에 발표되어 제28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단편이다. 얼굴을 꾸미는 化粧 (화장)과 시체를 불살라 장사지내는 것을 의미하는 火葬 (화장)이라는 단어의 이중적 의미를 교묘하게 활용하여 삶과 죽음, 욕망과 소멸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통상적으로 알려져 있다. 약 20년 만에 김훈 작가의 「화장」을 다시 읽었다. 세월의 간격일까? 다차원적 사유를 확장시킬 수 있었다. 작품 속 주인공은 50대 중년 남성이다. 화장품 회사의 홍보팀 상무이며,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아내를 5년간 간병하면서 동시에 젊은 여직원 추은주에 대한 욕망을 느끼는 인물이다. 소설은 아내의 죽음으로 시작되며, 주인공의 시선.. 2025. 3. 15.
조남주의 단편 '가출'에 대해 이번 학기에는 복전, 18학점 모두를 국문과 수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선택한 모든 과목들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르는 시점, 오늘은 현대 소설론의 첫 번째 활동으로 조남주 작가의 단편 「가출」에 대한 토론에 대비하여 나의 소견을 정리했다.  조남주의 단편 ‘가출’에 대해 『82년생 김지영』(2016, 민음사)로 잘 알려진 작가, 조남주의 단편 「가출」은 현대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와 가부장제에 대한 중요한 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아버지를 여읜 지 한 달 만인 2010년 11월 2일 밤에 쓰기 시작하여, 2018년 봄 『창작과비평』을 통해 공개되었다. 소설은 "아버지가 가출했다"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72세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집을 떠나면서, 가족들은 그의 부재 속에서 각자.. 2025.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