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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50

울라브 하우게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필사 내 62살의 봄 정신을 차려보니 겹복사꽃마저 우수수 지는 것들은 지는 것대로 초록의 것들은 초록의 것대로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데 아이고나, 난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아 밤샘을 불사했을꼬? 만화방창(萬化方暢) 봄날이 가는 아쉬움을 달랠 길 없어 쉬엄쉬엄 시인의 시집을 넘기며 세월이나 낚아볼거나, 하고 집어 든 올라브 하우게의 시집 불문과 교수님인 임선기님의 중역으로 마주했다. 이 시집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책 90 – 91쪽) 어떻게 해서 낯선 노르웨이의 시인 울라브 하우게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필사를 하고 보니 기쁨이었지만 그의 시를 더 접하고 싶은데 번역본이 없다. 이중역이 아닌 번역이라면 좋겠지만, 찾다찾다 하우게의 시를 많이 번역한 영국 출신의 작가 Robin Fulton을 알게 되었다... 2023. 4. 29.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필사 완성 자랑질) 2000년 문학과사회 등단한 이후 시집 (2003), (2008), (2012)를 차례로 선보이며, 감각적인 은유와 선명한 이미지로 낡고 익숙한 일상을 재배치하는 한편 동시대의 현실에 밀착한 문제의식을 철학적 사유와 시적 정치성으로 풀어내온 진은영 시인이 10년 만에 시집 를 펴냈다. (알라딘에서) 그럼에도 나는 시인 진은영을 잘 알지 못한다. 하늘은 무척 높았으나 스산한 바람이 낙엽을 굴릴 무렵이었던 지낸 해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쓰윽, 동네서점에 들러, “요즈음 가장 핫한 시집 하나를 추천해 주세요”라는 제안을 했고 내 손에 들린 시집이 2022년 딱 그 즈음에 출간된 그의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였다. 그러나 이 시집은 그 후에도 여전히 내 백 팩 안에서 .. 2023. 2. 21.
서쪽 바람/메리 올리버/마음산책 #필사 /책소개 "서쪽 바람" 메리 올리버 마음산책 새해에는 보다 적극적인 독서활동을 위해 마음산책 북클럽에 가입했다. 마음산책 책들을 접해보니 디자인도 색감도 마음에 들었고, 출판되는 책들도 마음을 끄는 것들이라서, 선택한 방법. 마음산책 북클럽 6기 회원으로서 첫번째 함께 읽을 책으로 메리 올리버의 "서쪽 바람"이 도착되었고, 필사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영문으로만, 낯선 단어들이 많이 없고 오랫만에 공부를 한다 생각해 출발했는데, 어느 사이 1권을 완성했네, 묘한 성취감은 뭐람? ㅎㅎ 더불어 메리 올리버에 대한 호기심에 천개의 아침, 휘파람부는 사람, 긴호흡까지 구매했고, 서쪽 바람에 이어 천 개의 아침도 필사에 돌입... 눈으로 보고 읽는 것은 물론이고 냄새와 촉감까지, 영문과 번역본을 번갈아 손으.. 2023. 1. 31.
밤을 채우는 감각들/4부차일드 해럴드의 순례/민음사 민음사에서 세계시인선 필사 책 "밤을 채우는 감각들"의 출판과 더불어 체험단을 모집했답니다. 디킨슨, 페소아, 프루스트, 바이런의 작품을 직접 손으로 쓰는 경험을 바탕으로 SNS및 온라인 서점 리뷰 작성하기... 체험단 50명 모집에 재미삼아 도전했더니, 책이왔고 필사를 시작해 이제 마지막장을 마감합니다. 간혹 인상 깊은 구절들의 책 필사를 종종했지만 이렇게 책 한 권을 필사하는 느낌은 뭔가 색달랐죠. 짧은 구절들이라 필사의 어려움도 없었고 오히려 몇번이고 읽어보고 낭독도 해보고 필사의 즐거움이 배가 되느는 느낌이었답니다. 좋은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앞으로 필사에 더 적극적이겠다는 결심을 이끌었던 책, 추천드립니다. 밤을 채우는 감각들 4부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 앞날의 희망이 곧 행복이라고 1 앞.. 2023. 1. 30.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밤을 채우는 감각들/민음사 일단 내 공간을 재즈로 채워넣고 커피 향기 가득한 카페인양, 모양떨며 하는 숙제, 필사의 즐거움을 안긴 책, 민음사판 세계시인선 필사책 밤을 채우는 감각들 3부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마르셀 프루스트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마르셀 프루스트 1. 베르사유 궁전 저녁 6시쯤, 어두운 하늘 아래 온통 잿빛으로 헐벗은 튈르리 공원을 가로질러 갈 때면, 어스름한 나뭇가지들마다 강렬하게 스며 있는 절망이 느껴지고, 이때 갑작스레 눈에 띈 이 가을꽃 덤불은 어둠 속에서 풍요로운 빛을 발하며, 타 버린 재 같은 계절 광경에 익숙해진 우리 눈에 격렬한 관능적 쾌감을 안겨 준다. 2. 산책 시월의 아름다운 밤, 실연과 우울로 죽을 것만 같은 창백하고 지친 하늘이 아니라,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랗게 빛나는 발랄한 하늘. .. 2023. 1. 28.
게달리/기병대/이사크 바벨/지식을 만드는 지식 게달리/기병대/이사크 바벨/지식을 만드는 지식 안식일 전야에는 자욱한 슬픔을 자아내는 옛 생각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 옛날 안식일 저녁에 내 할아버지는 노란 수염으로 이븐 에즈라의 책들을 쓰다듬곤 했다. 할머니는 레이스 장식을 달고서는 안식일용 촛불 앞에서 마디가 진 손가락으로 행운을 빌면서 감격에 차 흐느꼈다. 이날 저녁, 마치 마법에 걸린 파도 위에 놓인 조각배처럼 내 어린 마음은 요동쳤다. 나는 지토미르를 배회하면서 두려움에 떠는 별들을 찾아다니곤 했다. 오래된 유대인 회당이나, 무관심해 보이는 노란 벽 옆에서 나이 든 유대인들이 분가루나 청색 안료, 심지 같은 것들을 팔았다. 이 유대인들은 예언자의 수염을 가졌으며, 열의에 찬 누더기가 움푹한 가슴을 덮고 있었다. 내 앞에는 시장이 있었고, 시장은.. 2022.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