戀書시리즈 - 독후감226 탄광마을 아이들/임길택/실천문학사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여름방학인데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사한 후에 치과 치료 시작,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와 브릿지를 병행하는데 이게 또 부담스럽다. 방학 동안 첫 번째 목표가 글을 쓰는 것인데 시작도 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집에 들어오면 눕는 게 일이라니, 정신을 차려보니 2주 차, 이제 좀 마음을 추스린다. 지난주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의 책은 임길택님의 이라는 동시집이었다. 아마도 1976년부터 강원도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에서 열네 해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시들인 것 같다. 가난한 탄광 마을 아이들의 노래, 그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과 꿈을 표현한 동시들에 잠시 책을 내려놓고 창밖에 눈길을 주곤 했다. 눈앞에 생생.. 2023. 7. 6. 『몽실 언니』권정생/창비 동화 읽는 어른 모임, 이번 회차 독서는 권정생 작가의 『몽실 언니』다. 판화가 이철수님의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함께 아스라한 내 추억의 한 갈피를 꺼내 보는 재미도 있었다. 고향 동네 철도 옆에 딸만 12명이 있었던 집이 있었다. 딸 부잣집, 열두 번째 딸을 우리는 막내 언니라고 불렀다. 기억으론 무척 청초한 미인이었다. 어느 날 막내 언니는 언니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는 미군 병사와 함께 왔고 어른들은 그 언니를 양갈보라고 수군거렸다. 양갈보가 무엇인지 모르던 어린 시절이라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어쩐지 언니가 무척 신식으로 세련돼 보였다. 곧이어 어느 날인지,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에 비행기가 낮게 빙빙 돌더니 초콜릿이며 껌, 과자들을 담뿍 떨어뜨렸고 동네의 아이들은 코피가 터지도록 달려 그것들을 .. 2023. 6. 15.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유/돌베개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군산대 독서 모임 “필담”의 이번 책은 출판사 돌베개에서 펴낸 은유 작가의 『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다. 오래전에 보리 출판사에서 펴낸 김수박 작가의 『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와』 김성희 작가의 『먼지 없는 방』이라는 르포 만화집이 생각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택한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업병을 다룬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여하튼 산업 재해 중 하나를 알게 한 책들이었다. 이번 은유 작가의 『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또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죽음으로 내몰린 앳된 청소년들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들의 죽음에 대해 애통해하며 사회를 바꾸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 2023. 6. 8. 엄마없는 날/이원수/웅진주니어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2023년 6월 8일 동화읽는 어른 모임에서 이야기할 책은 이원수님의 단편 동화집 “엄마 없는 날”이다. 간략한 후기를 쓴다. 1. 도깨비 마을 도깨비 카아와 쿠우의 이야기인데 읽다 보니 우리의 남북한 문제의 상징으로 읽힌다. 열강(카아와 쿠우)에 의해 분열된 남과 북, 아이들이란 미래에 의해 분단이 해소될 것이라는 작가의 염원이 꼭 이루어져 남과 북에도 오월의 따슨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오기를. 2. 해바라기 해바라기의 외로움이 전염되어 마치 해바라기가 “나”인 것 같았다. 해바라기의 가슴에 사 무친 마음이 날마다 해님이 사랑해준다는 확신에 의해 비로소 해바라기는 자신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며 그 사랑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 씨를 맺.. 2023. 6. 8. 청어뼉다귀/이주홍/우리교육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우리교육에서 펴낸 동화 단행본 『청어뼉다귀는』에는 이주홍 선생님이 쓰신 12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처음 일곱 편의 동화는 해방 후 발표한 작품이고, 나머지 다섯 편은 1930년대 과 에 실린 작품이다. 옛말을 그대로 사용해서 쓰고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에는 주를 달아 놓았다. 해방 후 발표된 작품은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민중들의 삶이 그려져 있고, 1930년대 발표된 작품들은 일제 강점기 때 소작농과 지주와의 관계와 옛날이야기가 섞여 있다. 표제작인 ‘청어뼉다귀’는 다른 작품에 비해 분량이 짧은 편이지만 1930년대를 살았던 소작농의 힘겨운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일제 강점기에 들어선 이후 지주들.. 2023. 5. 30. 평온한 날/김보희그림산문집/마음산책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2000년도 초반 무렵 우진문화재단에서 운행했던 미술 기행을 몇 년간 꾸준히 참석했다. 그 무렵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진경 산수화” 전을 잊을 수 없다. 특히 그때 처음으로 당시 이화여자대학에 재직 중이던 김보희 작가님의 양수리의 산과 강을 그린 그림을 보는 순간 내 안의 것들이 그의 색에 물들며 잔잔히 산과 계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림 속 풍경들이 내 안으로 스며들어 나를 물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이 아닌, 그런 황홀경 속에 있음 직도 하다고, 그렇게 나직이 속삭였을 듯도 싶다. 그 후로 간혹 그의 홈페이지 http://kimbohie.com을 들락거리며 보고 싶은 그림을 훔쳐보기도 한다. 내가 머물.. 2023. 5. 29. 이전 1 ··· 3 4 5 6 7 8 9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