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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들

《재즈, 사유의 즉흥연주 — 군산을 걷다 2》 퇴고를 마치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6. 6. 8.

건너다보이는 월명산의 짙은 초록들에

마음마저 초록색으로 물드는 이른 아침,

나는 드디어 재즈, 사유의 즉흥연주 군산을 걷다

2편의 글들의 진위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퇴고를 마쳤다.

 

거의 20여 년 동안 써왔던 글들을

짜깁기했던 것이라,

시간은 물론 틀린 정보들도 확인했다고 했는데

드문드문 더 수정할 부분들이 있더라.

 

글이란 것이 참 그렇다.

다 봤다 싶으면

또 눈에 걸리는 것들이 생기고,

내려놓았다 싶으면

다시 손을 잡아끄는 문장이 나타난다.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층층이 쌓인 글인 만큼,

어느 대목은 젊은 날의 열기가 너무 거칠고,

어느 대목은

지금의 내가 더는 동의하지 않는 생각들이

버젓이 앉아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씩 고르는 일은

퇴고라기보다는 차라리 발굴에 가까웠다.

아니, 화해라고 해야 할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와,

그리고 이 글을 읽을 누군가와의.

 

2권의 꼭지는 다음과 같다.

 

재즈, 사유의 즉흥연주

군산을 걷다 2

 

 

 

한 곡의 재즈,

한 명의 철학자,

한 권의 문학,

한 편의 영화,

군산의 한 장소를 다섯 겹의 렌즈로 하나의 주제를 즉흥 연주한다.

재즈 에세이이자 군산 산책 기이자 철학 입문서로써

35개의 장은 재즈 클럽의 다섯 세트(Set)로 구성되며,

시간과 기억에서 출발해 경계와 융합으로 나아간다.

모든 장소는 군산이다.

 

 

 

 

 

 

 

 

 

들어가며

 

[Set 4. 애도와 해방]

18. Attica Blues (Archie Shepp) | 테오도르 아도르노 | 황석영: 할매| 영화 변호인| 군산 하제 팽나무 | 비판적 사유다.

 

19. 개복동 꽃순이 (임인건) | 발터 벤야민 | 김은: 나비자리| 영화 낮은 목소리| 개복동 예술 거리 | 타오른 나비들을 위한 비가다.

20. Summertime (Albert Ayler) | 프란츠 파농 | 최인훈: 광장| 영화 아메리카 타운| 군산 아메리카 타운 | 자유는 부서진 질서의 잔해에서 온다.

21.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Jimmy Scott) | 아우구스티누스 | 권정생: 강아지 똥| 영화 어둠 속의 댄서| 동국사 | 근원적 상실과 위로다.

 

[Set 5. 유희와 창조]

22. Moanin' (Art Blakey) | 바흐친| 불가코프: 거장과 마르가리타|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 군산 수산물종합센터| 축제의 함성이다.

23. Cantaloupe Island (Herbie Hancock) | 데리다|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영화 스틸 라이프| 금강 하구둑| 사라지는 풍경 속의 반복이다.

24. Spain (Chick Corea) | 쉴러| 가르시아 로르카 시집| 영화 그녀에게| 군산 예술의 전당 | 즐거운 유희다.

25. Silence (Charlie Haden) | 버틀러|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영화 토니 타키타니| 근대미술관| 타자의 고통을 응시하는 침묵이다.

26. Vignette (Gary Peacock) | 메를로-퐁티 | 김훈: 칼의 노래| 이순신 3부작 | 군산 내항 역사 거리 | 사물과 신체가 만나는 감각이다.

27. Poinciana (Ahmad Jamal) | () | 오쿠라 가쿠조: 차의 책| 영화 퍼펙트 데이즈| 오성산| 여백의 미학이다.

28. Goodbye Pork Pie Hat (Charles Mingus) | | 윤동주 시집| 영화 마더| 비응항| 수면 아래의 대화다.

 

[Set 6. 경계와 융합]

29. The Sea (Ketil Bjørnstad) | 원효| 정지용: 바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옥구향교| 고요한 반복과 순환이다.

30. Elm (Richie Beirach) | 한병철| 박인환의 문장들| 영화 일 포스티노| 마리서사| 사유의 연결이다.

31. Agua e Vinho (Egberto Gismonti) | 칸트|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영화 피아노| 고군산열도| 본연의 선율이다.

32. Cinema Paradiso (Pat Metheny) | 스티글레르 |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영화 시네마 천국| 군산 시민문화회관 | 기억의 영사막이다.

33. Libertango (Astor Piazzolla) | 바디우 | 보르헤스: 픽션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군산 한길문고 | 열정의 해방이다.

34. Touching (Paul Bley) | 비트겐슈타인|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영화 침묵| 도서 출판 및 북카페 월명서가 | 침묵의 지평이다.

35. MALO LIVE AT MUDDY(말로) | 니체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영화 군산전기| 재즈 클럽 머디(군산 리터닝 프로젝트 그라운드) | 순환하는 삶의 노래다.

 

 

월명산은

여전히 저 자리에서 초록을 쏟아내고 있다.

나는 식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이제 정말 다 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런데 그 조심스러움은

퇴고의 완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문장을 고치고 파일을 저장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이 서늘해졌다.

두려움이었다.

 

1500,

2500.

합쳐 천 쪽의 벽돌을 과연 누가 들어줄까.

 

재즈를 모르는 사람은

첫 장에서 덮을 것이고,

철학을 낯설어하는 사람은

중간에서 내려놓을 것이고,

군산을 모르는 사람은

끝내 이 글의 체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애초에 너무 좁은 문을 만든 것은 아닐까.

재즈와 철학과 문학과 영화와 군산,

다섯 겹의 렌즈가

오히려 독자를 가로막는 벽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또 하나의 두려움.

나의 얕은 지식.

아도르노를 논하면서

내가 정말 아도르노를 이해한 것인지,

파농을 쓰면서

내가 그의 분노를 제대로 감당한 것인지,

읽고 또 읽었지만

어딘가 결정적인 오독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전문가의 눈에

이 책이 닿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 상상만으로도 등줄기가 서늘하다.

 

하지만 나는 이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쓰지 말았어야 했는가.

완전히 알고 난 뒤에야 쓸 수 있다면,

나는 영영 한 줄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재즈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악보 없이 시작하는 것,

틀릴 것을 알면서도 건반에 손을 얹는 것,

그 불완전한 용기가

즉흥연주를 만드는 것 아닌가.

 

그래도 두렵다.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다만 두려운 채로 내보내는 것이다.

월명산의 초록처럼,

이 책도 그냥 거기 있으면 된다.

 

누군가 언젠가 이 문을 두드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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