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오후 네 시
(4화) 오후 네 시 지원은 할아버지가 건너뛴 문장들 사이에서 그날의 공기를 더듬었다. 미처 말하지 못한 숨결과 잊힌 단어들을 따라가며, 그 시간이 품고 있던 온기를 떠올려 보았다. "영숙, 당신에게. 영숙, 오늘도 당신을 생각하오. 창가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면, 당신의 눈동자가 자꾸만 겹쳐 보이오. 어린 시절에도,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나는 당신을 처음 마주한 순간을 기억하오. 그때 나는 내 안에 이런 감정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소. 당신과 헤어지고 서울로 올라가던 날, 나는 어리석게도 사랑이란 것이 예측 가능한 줄로만 알았지요. 출세하면, 당신이 준 볼펜으로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된다면, 반드시 다시 만나겠다고 다짐했소. 하지만 떠나는 날, 도서관 창가에 서있던 당신을 학교 담벼락 뒤..
2025.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