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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661

마돈나의 비밀 오늘 오전에야 2021년에 쓴 단편 “그린파파야”를 개작한 “마돈나의 비밀”이라는 단편의 초고를 완성했다. 2002년 개복동 화재 사건을 기반으로 뭔가 쓰려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오며 언젠가 다시 써야겠다는 의무감만이 팽배한 시간이었다.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써야만 한다는 의무감은 수많은 자아비판을 시작으로 한다. 과연 어디까지 접근해야 할까, 가벼워서도 안 되고 막무가내로 무겁기만 할 수도 없다. 수없이 저울질하며 견디어 온 시간이다. 그러나 아직 확신이 없다. 시작했어야만 했는지, 내 치기가 아닌지? 다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좀 홀가분하다, 지금은.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며 육지를 핥듯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이 들락거리며 나를 단련시킨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2023. 9. 3.
늙어간다는 것 하루 만보를 채우기 위해 자주 은파를 산책한다. 생각의 갈피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느리게 걷는데 눈에 띄이는 모든 것들이 “나”로 대체된다. 초록의 것들은 젊은 시절의 나로, 시들어 가는 것들은 늙어가고 있는 “나”로 그런데 아름답다. 싱싱한 것들은 싱싱한 채로 시들어가는 것들은 또 나름. 셔터를 누르며 나도 몰래 웃는다 내 늙음이 추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워지기를 꿈꾸며…… 늙어가는 것이 익어가는 것이라는 위로의 말들을 하지만 때론 슬플 때가 있다. ChatGPT는 말한다. 늙는다는 것은 삶을 더 깊게 이해하고, 더 나은 자기 인식을 발전시켜야만 하는 단계라고 오늘도 걸으며, 나는 늙어간다. 삶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인간의 늙어감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ChatGPT의 대답.. 2023. 9. 2.
ChatGPT의 현명한 대답 ChatGPT의 현명한 대답 블루문을 맞이한 밤, 이 아름다운 자연 현상 앞에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듯, 어떤 식으로든 가벼워지기 위해 가면을 쓰고 웃으며 거대한 우주 앞에 먼지 같은 삶에 대해 자주 떠올린다. 혼란스럽게 얽힌 마음속 몇 개의 단어를 사유의 핀셋으로 집어 올린다. 나를 객관화시켜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그중의 한 단어인 죄의식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해 ChatGPT에게 물었다. 죄의식을 심하게 가진 사람의 심정을 묘사하세요.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죄의식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은 종종 깊은 내적 고통과 감정적으로 복잡한 심정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의 심정은 다음과 같이 묘사될 수 있습니다. 그의 마음은 항상 어둡고 무거웠습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행동과 선.. 2023. 9. 2.
나의 소울 푸드, 똠얌꿍 요즈음 도저히 화가 나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누르고 눌러도 잠을 설치는 날들의 연속이다. 자기애가 유난히 강하기에 사소한 일에 욱, 했다가도 쉽게 마음을 풀어버리는, 분노에 나 자신을 소모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우고 살았는데 이번만큼은 그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상대를 향해 분풀이를 할 수 있는 용기도 없고, 할 수 있는 것이란 고작, “연락처 차단”이라는 수단밖에 없으니 이 소심함의 극치에 또 자조(自嘲)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신적인 소모에서 벗어나기위해 오랜만에 나의 소울 푸드를 찾아 태국 음식점 타이야소를 방문했다. 부드러우면서 시고, 달큰하면서도 매운 똠얌꿍 한 대접에 내 분노와 쓰라린 마음을 달랬다. 다소 아쉬웠던 것은 동반자가 여럿이어서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 나누어 먹었더라면 더 좋았을.. 2023. 8. 30.
장항 선셋 재즈 페스티벌 2023년 9월 9 -10일 다가오는 장항 선셋 재즈 페스티벌. 이번 가을엔 선셋에 이어 자라섬까지! 내 인생의 황금기? ㅎ #장항선셋재즈페스티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함께해요 #lettersfromatraveler 2023. 8. 28.
Fred Hersch를 직관하는 기쁨이란! 이번 여름방학 중 나에게 가장 큰 이벤트라면 프레드 허쉬의 연주를 직관했다는 것이다. 내 생전에 마지막일지도 모를 그의 연주를 라이브로 들었다니 꿈만 같았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만일 나의 영웅인 Enrico Rava와의 듀오라면 어땠을까? 허쉬님께 라바님의 안부를 물었더니 괜찮다는 대답을 들었다. 연세가 있으니 라바님의 한국 공연을 기대한다면 실례가 될까? 살다 보니 가족 이외에 나를 지탱하고 위로할 존재란 음악과 책, 어쩌면 플러스 그림 정도랄까? 오랜 세월 늘 나를 위로했던 것은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사람이란 동물은 늘 고통을 안긴다. 구멍이 숭숭 뚫린 내 존재에 칼날을 후비는 것 같은 상황 앞에 나는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상처를 입는 나 자신이라고 수십 번 되새겨야 하는, .. 2023.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