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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들

영화 《소울메이트》(2023) 감상문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5. 9.

 

 

 

 

복수전공으로 국문학을 공부하며, 영상문학론 수업을 통해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에 대한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선택한 작품이 바로 민용근 감독의 소울메이트(2023)였다. 이 영화는 중국 원작 소설과 영화를 한국의 정서로 재해석한 리메이크 작품으로, 문학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어떻게 영상 언어로 다시 쓰이고 감정의 층위를 넓혀가는지를 살펴보기에 적절한 텍스트였다.

 

영화 소울메이트(2023) 감상문: 그림자 덕분에 태양은 안심하고 빛난다

 

20233, 민용근 감독이 연출한 영화 소울메이트는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이 주연한 한국 드라마로,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6)와 그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OSMU(One Source Multi Use) 콘텐츠의 한국적 리메이크이다. 제주도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시작된 두 여성의 인연은, 20년에 걸쳐 이어지는 기억과 오해, 상처와 복원이라는 감정의 궤적을 따라간다. 영화는 2023년 제43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 바르셀로나 빅 아시안 섬머 필름페스티벌에서는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받으며 그 예술성과 서정성을 인정받았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만난 미소가 아닌 얼굴로 살아갈 것같은 안미소와 여름 하늘의 은하수 같은 삶을 살 것 같은 고하은은, 고양이 그림을 함께 그리며 단번에 가까워진다. 하은은 고양이를 세밀하게, 미소는 추상화처럼 자유롭게 그린다. 미소는 고양이 이름을 마미로 짓자고 한다. “왜 엄마라는 이름을 붙이느냐는 하은의 질문에, 미소는 다정하게 부를 수 있잖아라고 답한다. 이 짧은 대화는 미소의 결핍과 상상, 그리고 하은의 공감 능력을 보여준다. “넌 마음을 그릴 수 있어.” 하은이 한 이 말은, 둘의 관계를 단순한 친구가 아닌 영혼의 동반자로 만들어준다.

 

이 시기의 제주는 마치 그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풍경처럼 펼쳐진다.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화면 속, 검은 현무암 울타리와 초록빛 풀밭, 갯돌과 바다가 잔잔하게 흐르며, 두 사람이 함께한 그 여름날의 숨결을 담는다. 관객의 눈이 호강하는 그 장면들 속에서, 우정은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감정의 깊이는 종종 침묵을 동반한다. 미소는 호텔 메이드로서 살아가는 현실을 말하지 않은 채, 파리와 스페인, 바이칼 호수 같은 상상의 여행담으로 하은에게 자신의 삶을 포장한다. 하은은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 오히려, 소울메이트라면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묻지 않았다. 그 신뢰는 역설적으로, 오해를 더욱 깊게 만든다.

 

미소는 서울에서 우연히 진우와 재회하고, 그때 남자 친구의 자살이라는 충격을 겪는다. 진우는 그녀를 돕지만, 하은이 진우의 집에서 미소를 목격하면서 침묵의 균열은 일거에 무너진다. 진우와 미소 사이에 감정이 있었다기보다는, 말하지 못한 삶이 오해를 불렀고, 침묵이 관계를 무너뜨렸다.

 

결국 하은은 진우와의 결혼식장을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하은은, 서울로 떠나기 전 어머니와 대화를 나눈다.

실망했지?”

실망, 실망 안 하면 그게 사람이내, 부처지.”

미안해, 엄마가 바라는 대로 못 살게 돼서.”

내가 바라는 게 뭐? 그냥 남들처럼 사는 거. 사람들 얼굴이 왜 다 다른지 알아? 각자 다 다르게 살라는 거지. 정해진 길이란 없더라. 니 맘 가는 대로 살아. 그게 진짜로 엄마가 바라는 거다.”

이 장면은 하은이 누군가의 딸에서, 자기 삶을 선택하는 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전환의 순간이다. 하은은 제주를 떠나, 미소가 한 번도 실제로 가지 못했던 '바이칼 호수'를 찾아간다. 그곳은 단지 장소가 아닌, 미소가 꿈꿨던 자유의 삶을 하은이 대신 살아보겠다는 선언이자 실천이었다.

 

그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시각적 절정이다. 얼어붙은 수면 위로 펼쳐지는 버드아이샷과 하은의 작은 존재는, 광활한 자연 앞에서 그가 비로소 스스로를 마주하고 있다는 시적 은유로 읽힌다. 미소가 도달하지 못했던 자유를 대신 밟고 서는 하은의 뒷모습은, 그 자체로 미소의 세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그 여행에서 하은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가족이 아닌, 미소에게 돌아온다. 두 사람은 조용히 재회하고, 마침내 마음을 마주하지만, 하은은 출산 후 하혈로 세상을 떠난다.

 

그녀는 끝내 27살의 나이에 생을 마친다. 그것은 마치, “재니스 조플린처럼 27살까지 하얗게 불태우다 죽고 싶다던 미소의 꿈을 하은이 대신 실현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남은 사람은 미소다. 하은이 남긴 아이를 미소는 자신의 아이처럼 품에 안고 살아간다. 그녀는 하은이 살아 있을 때 다 그리지 못했던 그림들을 꺼내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하은의 붓을 이어받은 미소는, 그 손끝으로 두 사람의 삶을 하나로 이어간다.

 

태양과 그림자.

이제 그것은 두 사람의 상징이 아니라, 한 존재의 두 마음이 되는 방식으로 복원된다. 민용근 감독의 연출은 결코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그는 침묵으로 말하고, 여백으로 보여주며, 눈물이 아니라 기억의 밀도로 관객을 울린다. 김다미와 전소니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뜨거웠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애틋했다.

 

소울메이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태양이 안심하고 빛날 수 있는 건,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야.”

비록 한 몸은 되지 못했지만, 끝내 서로의 마음이 되어 살아간 두 사람. 나는 그 말에 조용히 무너졌고, 오래도록 울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되새기며,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누군가의 태양도, 그림자도 될 수 있을까. 그렇게 한 사람의 삶을 이어받고, 대신 살아주며, 끝내 한몸처럼 존재할 수 있을까. 영화는 그 가능성을, 비록 비극 속에서도 희망처럼 보여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 또한 떠올랐다. 그 사유는 오히려 더 아팠다. 우리는 결국 완전히 이어지지 못한 채 살아가고,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태양과 그림자를 품고 사라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웠고, 끝내 사랑을, 진심을, 말하지 못한 감정을 이어주는 한 장의 그림처럼 오래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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