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물질적으로
지극히 가난한 사람이다.
이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월세 살이를 면하지 못했고,
돈 버는 데는 영 젬병이라
남편이 건네주는 200여만 원의 생활비로
근근이 살아간다.
초라하다면 초라한 실체다.
그럼에도 나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
물질적 가난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내 안에 있어,
소확행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일상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베풀어줄 때,
그 마음이 그저 고맙고 또 고맙다.
한 달에 한 번,
거금을 들여
나를 초대해 맛있는 밥을 사주는
지인 언니가 한 분 계신다.
마음도 부자,
물질도 부자일 것이다.
모처럼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
며칠을 생각했다.
얼마를 쓸 수 있을까,
무엇을 차릴까,
어떻게 하면 초라하지 않을까.
그렇게 결심 끝에 치른 행사가
7~8만 원짜리 밥상이다.
9,000원짜리 G7 와인 한 병,
만 원짜리 냉동 새우로 만든 감바스,
각종 야채를 곁들인 상차림.
그 언니와,
일주일에 한 번쯤
외로운 사람들끼리 밥이라도 먹자고
모이는 친구들을 함께 불렀다.
잠깐이었지만,
흥분된 시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숫자일 테지만,
내게는 꽤 많은 생각과
용기가 필요한 숫자였다.
그날 저녁,
혼자 남은 자리에서
나는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뿌듯했다.
그리고 눈물이 찔끔 났다.
왜였을까?
정성껏 차린 밥상이
실제로 그럴싸했다는 안도감.
가난하지만
누군가를 대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존감.
그리고 그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며칠을 고민했다는 사실.
소박한 재료로 감바스를 만들고,
와인을 따고,
친구들이 맛있다고 할 때
그 순간이 너무 충만해서
오히려 슬펐던 것일 수도 있다.
충만함이 극에 달하면
눈물이 나는 법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이런 날이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난하지만
누군가를 대접했다는 것,
그 작은 사실 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내 안에서 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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