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부터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물방울이 맺힌 창문으로
월명산을 배경으로 한
도시의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이른 새벽 문을 연
가게들의 네온이 정다운 이른 아침,
나는 MiRu 작가님의 그림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재즈, 사유의 즉흥연주 — 군산을 걷다 2》에
출현하게 될 그 그림들.
세상은
보는 사람에 따라
얼마나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지,
그림 한 장 앞에서 다시금 깨닫는다.
특히 월명서가를 그린 그림 앞에서
나는 혼자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파란 서랍장,
가득 꽂힌 책들,
음악이 흐를 것 같은 오디오
그리고 TV 화면 속 유튜브 채널 안에,
작가님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책을 읽는 사람을 살며시 그려 넣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 같은 것.
누군가 여기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하다는 것을,
작가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고의 화가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그는 최고의 친구이자
최고의 감상자다.
늘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마음이
붓끝에서 느껴진다.
그 마음이 선이 되고,
색이 되어,
월명서가를 이렇게 다정하게
기록해 두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창밖의 네온은 젖어 있고,
나는 그림 속 월명서가와
실재의 월명서가를
번갈아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책 한 권을 펼치고 싶어지는 곳,
음악이 흐르는 사이
잠깐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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