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과 《강아지 똥》
“나는 왜 태어났을까.”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 똥이 던진 물음이다.
이 글을 쓴 권정생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해방 후 경북 안동 근처 작은 마을에서 가난과 전쟁을 겪었다. 폐결핵, 신장결핵, 골결핵이 차례로 찾아와 평생 병든 몸으로 살아야 했다.
스물다섯 살부터 안동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 일을 하며 두 평짜리 방에 살았다. 겨울은 연탄 한 장으로 버티고, 병원비가 없어 먹는 것을 줄였다. 그 방에서 그는 글을 썼다. 1969년, 《강아지 똥》이 그곳에서 태어났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모두에게 외면당한 강아지 똥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봄이 오고 민들레 씨앗이 곁에 떨어진다. 민들레는 말한다. "네가 있어야 내가 꽃을 피운다." 강아지 똥은 기꺼이 자신을 녹이고, 민들레꽃이 핀다.
이 그림책은 단순한 아동문학이 아니다. 권정생 자신이 강아지 똥이었다. 병든 몸, 가난한 삶,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있는지를 찾았다. 쓸모없음처럼 보이는 존재가 다른 생명을 피우는 거름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신학은 단순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난 것, 부활이 무덤에서 일어난 것, 씨앗이 썩어야 싹이 나는 것. 강아지 똥이 민들레꽃이 되는 것도 같은 구조였다.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것,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내어주는 것. 그것이 그가 두 평짜리 방에서 찾아낸 답이었다.
2007년, 권정생은 일흔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유언을 남겼다. 인세는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쓰라고. 무덤은 작게 만들고, 비석도 세우지 말라고. 흙으로 돌아가면 충분하다고 했다. 《강아지 똥》을 쓴 사람이 자신도 강아지 똥처럼 흙으로 돌아가 민들레꽃이 되기를 원했다.
그의 삶은 작은 문간방에서 시작해 흙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 충분함이 《강아지 똥》이라는 얇은 그림책 안에, 그리고 그의 신학과 삶 전체 안에 남아 있다.
이 동화책을 읽으며 나는 누군가가 “네가 있음으로 세상이 조금은 빛난 것 같아”라고 말해주는 듯한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그대에게도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그대가 있음으로 나의 삶도 주변도 밝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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