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의 변주곡, 나를 완성하는 재즈라는 배경
재즈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세상은 수만 가지의 대답을 내놓는다. 누군가에게는 와인잔이 부딪히는 낭만적인 밤의 선율이고, 누군가에게는 정교한 이론의 집합체일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네이버 밴드 ‘재즈즐기기(재즐 https://band.us/@jazzle)’에서 ‘날라리, 군산’이란 닉을 가진 공리로, 그리고 ‘재즈 앤 블루스( https://band.us/@onlyjazz) ’에서는 김은 이란 닉으로 리더로 활동하며 많은 음악을 공유해 왔다. 오늘 문득 한 멤버로부터 댓글 창에 “재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질문 앞에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나의 궤적을 되짚어 본다. 나에게 재즈는 정형화된 정의를 거부하는 내 삶의 치열한 배경이다. 나의 성격은 재즈의 본질인 즉흥성 그 자체와 닮아 있다. 정해진 악보를 매끄럽게 따라가는 안온한 연주를 거부하고, 매 순간 마주하는 날 것의 감정과 상황에 나를 던지며 예측 불가능한 리듬으로 삶을 밀어붙인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의 삶은 부끄러울 정도로 B급이다. 나의 취향, 얄팍한 앎, 세상을 대하는 태도조차 일류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이런 나를 향해 ‘돌아이’라며 조롱하거나 ‘4차원 여자’라며 나를 뭉개려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말들이 나의 복잡한 실체를 꿰뚫는 가장 정확한 표현임을 내가 먼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정해놓은 궤도에서 벗어난 나의 기이함은, 재즈의 불협화음이 그러하듯 나라는 인간을 완성하는 필수적인 음표다.

이러한 나의 삶과 소름 끼치도록 닮은 인물이 바로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나의 삶은 비록 B급일지라도, 내가 사랑하는 밍거스는 완전한 A급, 아니 무한대의 플러스(A+++)로 표기되어야 마땅한 거장이다. 그는 평생 ‘분노한 재즈 거인’으로 살며 질서보다 진실을 창조해 낸 그의 예술은 감히 급수를 매길 수 없는 경지에 있다.
사실 이 대목에서 마음 한구석이 주저함으로 머뭇거린다. 지극히 B급인 내가 감히 무한대의 A+++인 그의 거대한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곡 ‘Goodbye Pork Pie Hat’은 그 탄생 배경부터가 한 편의 비극적인 재즈 서사다. 밍거스는 이 곡을 그가 깊이 존경했던 테너 색소폰의 거장 레스터 영(Lester Young)을 추모하기 위해 썼다. 1959년, 밍거스가 뉴욕의 ‘파이브 스팟’에서 연주하던 중 레스터 영의 부고를 듣게 된다. 레스터 영은 생전 그 특유의 부드럽고 몽환적인 톤만큼이나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영혼이었으며, 말년에는 고독과 술에 찌들어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인물이었다. 밍거스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떠돌던 그 ‘비주류의 영혼’에게 작별을 고하며 이 곡을 헌정한다.
https://youtu.be/6wqBTqdNEuc?list=OLAK5uy_mNuHVlFz81JksZ2BPlZnB1n3Ken9t3Tm8

곡의 제목에 담긴 ‘포크 파이 햇’은 레스터 영의 상징과도 같은 모자였다. 밍거스는 이 곡에서 재즈의 전통적인 화성을 뒤틀며 반음계적 진행(Chromaticism)을 촘촘하게 배치했다. 이는 단순히 슬픔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세상의 틀에 맞지 않았던 레스터 영의 고단한 삶과 그를 향한 밍거스의 격정적인 연민을 투영한다. 특히 레스터 영이 지녔던 박자보다 조금 늦게 연주하는 ‘레이드 백(Laid-back)’ 스타일의 여운은 밍거스의 묵직한 베이스 라인과 만나 기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안락한 종지부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유예되는 이 선율은, 내가 내 삶의 원곡을 사정없이 비틀며 폭주하는 그 변주의 과정과 완벽히 일치한다.
밍거스는 자신의 밴드를 ‘재즈 워크숍’이라 부르며, 연주자들에게 악보 대신 멜로디의 뼈대만을 입으로 불러주어 날 것의 즉흥성을 끌어냈다. 그 결과물은 매끄러운 화음이 아니라 영혼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뜨거운 불협화음이었다. 원곡의 테마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그 거친 마찰음, 으깨진 선율 위에서 밍거스는 비로소 가장 진실한 울음을 터뜨린다.
남들이 보기엔 볼품없는 비주류의 소음일지라도, 나는 원곡의 흔적을 지워버릴 만큼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그 무질서한 변주 속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밍거스가 설계한 이 밀도 높은 불협화음의 세계 안에서, 나의 4차원적인 방황과 B급의 결핍은 비로소 가치 있는 예술적 음표가 된다. 세련된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오직 나만의 색깔로 뒤범벅된 진실함을 마주하는 순간, 재즈는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나의 처절한 자기 증명이 된다.
갑자기 “나에게 재즈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끄적이고 나니, 뜬금없이 눈물이 팽 돈다. 이것은 자아 연민일까, 아니면 원곡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처절하게 변주해 온 나의 삶을 이제야 비로소 긍정하게 된 안도감일까. 어쩌면 이 눈물은 정해진 악보를 지켜내지 못한 서러움이 아니라, 그 악보를 찢어발기고 나서야 마주한 해방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무한한 플러스의 거장 밍거스가 내 어깨를 다독이며, 그 불협화음이야말로 너의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언젠가 여력이 닿는다면 밍거스를 향한 나의 거침없는 글들을 한껏 쏟아내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비록 B급의 시선일지언정, 그가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누군가의 시선에 갇히지 않은 채 가장 나다운 변주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오늘은 왠지 세상의 모든 B급 들을 위해, 진하게 위스키 한잔하고 싶다. 재즈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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