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철학 에세이

내 마음의 심우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6. 1. 16.

 

 

 

 

 

 

심우도

 

20년도 더 전에 한동안 심우도(尋牛圖, 소를 찾는 그림)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깊은 뜻도 모르고 단지 시끄러운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나한테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당시 60대의 여자가 고적한 마루에 앉아 바깥 콩밭에서 풀을 먹고 있는 소를 바라보는 짧은 마음의 여정을 겪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언젠가 필력이 된다면 이 이야기를 장편으로 만들겠다는 나름의 다짐을 했었다.

 

여기서 말하는 심우도는 선불교에서 깨달음의 과정을 ‘소를 찾는 여정’으로 비유한 그림이다. 소는 인간의 본성, 곧 불성을 상징하고, 소를 찾는 소년은 수행자 자신을 나타낸다. 발자취를 좇고, 소를 붙잡고, 길들이며, 결국 소와 사람이 모두 사라지는 단계에 이르는 10개의 장면은 마음을 다스리고 본래의 자리를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심우도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깨달음의 길을 압축한 상징적 도식이다.

 

그 시절의 나는 늘 마음이 분주했다. 세상일에 치이고, 내 안의 소란스러움에 휘둘리며, 잠시도 고요를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심우도라는 그림 속에서 ‘소를 찾는 과정’을 나의 내면과 겹쳐 보았다. 소는 곧 나의 본성, 나의 평화, 나의 진실이었다. 그림 속 소년이 발자취를 좇고, 소를 붙잡고, 길들이는 과정은 곧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고자 애쓰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마루에 앉아 소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은 내게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녀는 소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 속에는 욕망도, 집착도 없었다. 단지 있는 그대로의 소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고요가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깨달음이란 억지로 얻는 것이 아니라, 바라봄 속에서 스며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요즈음 내 마음을 들락거리는 많은 감정들을 겪어내며, 나는 다시 심우도의 여정을 따라 여행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내리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 나는 때로는 기쁨에 들뜨고, 때로는 슬픔에 잠기며, 또 때로는 알 수 없는 불안과 허무에 휘둘린다. 그 모든 감정들이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가면서, 나는 그것들을 붙잡아야 할지, 흘려보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결국 심우도의 길은 많은 것을 버려야 하는 과정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지금 버려야 할까. 오래된 집착일까, 지나간 기억일까, 아니면 여전히 나를 붙들고 있는 두려움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버린다는 것은 단순히 손에서 놓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내려놓는 결단이다. 그것은 때로는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나를 지탱해 온 익숙한 습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심우도의 여정은 결국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기에, 그 길 위에서 나는 불필요한 짐들을 하나씩 내려놓아야 한다.

 

버림은 곧 자유다. 무언가를 버릴 때 비로소 새로운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 속에서 고요와 평화가 깃든다. 나는 지금 내 안의 소란을 버리고 싶다. 타인의 시선에 매달리는 마음, 과거의 상처에 집착하는 마음,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내려놓고 싶다. 그것들을 버릴 때, 나는 비로소 소를 바라보는 여인처럼 고요히 앉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소가 풀을 뜯는 모습을 바라보듯 내 마음의 본성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때보다 더 많은 경험과 기억을 쌓았지만, 여전히 내 안의 소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때의 다짐처럼, 언젠가 이 이야기를 장편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그것은 단순히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내 삶의 여정을 기록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심우도가 보여주는 길처럼, 나 역시 내 마음의 소를 찾고 길들이며, 그 여정을 기록하고 싶다.

 

 

#심우도 #깨달음 #불교 #명상 #자기성찰 #마음여행 #버림과자유 #삶의여정 #고요 #에세이 #lettersfromatraveler

 

'철학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연인에게  (0) 2026.01.20
고독의 궤도, 그 곁에 머무는 일  (0) 2026.01.18
모순의 풍경화  (2) 2026.01.14
창작자의 지독한 사랑법  (0) 2026.01.14
오늘도 한숨  (2) 202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