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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들

(16화) 오후 네 시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3. 10.

 

 

 

아이고, 우리 공주님들, 벌써 언니가 맘에 들었나 보네. 지원씨 임무 인계! 즐겁게 놀아요. 시간이 없어서 나는 그만. 지원씨 몫으로 커피와 햄버거 미리 주문해 놓았으니 찾아서 즐거운 시간 보내요.”

대답할 틈도 없이, 아이들의 엄마는 두 아이의 이마에 뽀뽀를 하고, 지원에게 가벼운 손짓을 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지원도 아이들에 의해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그들의 엄마는 텔레비전에서 본 적 있는 연두색 오픈카를 타고 떠나고 있었다. 덮개를 모두 열어놓고, 샹송인지, 뭔지 모를 노래가 흘러나왔다. 지원은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엄마, 맞아?”

지원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 우리 하니에요.”

이건 또 뭐지? 아이들이 엄마를 하니라고 부른다니? 지원의 당황스런 표정에 아이들은 재빨리 대답했다.

아빠가 엄마를 하니라고 불러서, 우리도 그냥 하니라고 불러요.”

'하니'라니, 정말 특이한 엄마, 특이한 아이들이구나. 지원은 긴장감을 느끼며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신아, 새아는 무엇부터 하고 싶어? 엄마가 그랬지,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 언니 이름은 지원?”

그래, 내 이름은 지원이야.”

지원 언니, 우리 도서관에 가요. 도서관에서 그림책 좀 보다가 스파게티 먹고 싶어요.”

지원은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놀이공원에 가고 싶은게 아니라, 도서관이라니,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아이들은 두 시간 내내 놀지도 않고, 저희들끼리 조용히 책을 보며 소곤거렸다. 이렇게 쉬운 아르바이트라면 다음 주에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원은 긴장감이 풀리면서 도서관 서가에 몸을 기대고 꾸벅 졸았다. 밤새 여러 가지 생각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 후유증이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 큰아이 신아가 지원의 팔을 흔들며 깨웠다. 작은 아이 새아는 지원의 무릎 밑에 앉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원은 깜짝 놀라 새아를 일으켜 세워 무릎에 앉혔다.

미안, 공주님들이 너무 열심히 책을 보고 있어서 언니가 졸았네.”

언니, 공자님과 데이트 했어?”

지원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호기심에 가득찬 새아의 말은 그 또래의 여느 아이와 달랐다.

우리 엄마가 늘 쓰는 말이에요.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공자님과 데이트 하거든요. 엄마는 책을 보면 항상 공자님이 부른대요. 데이트 하자고.”

지원은 다시 한번 터져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 웃음은 도서관에 울려 퍼지며,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이런 엉뚱한 이야기를 듣게 된 자신이 웃길 만큼 행복해졌다.

아이들이 그런 지원을 보고 덩달아 웃었고, 그 웃음은 어느새 지원의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오랜만에 정말 웃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이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었고, 어느 사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나섰다.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었다. 햇살은 눈부시게 밝았고, 지원은 그 빛 속에서 한층 더 마음이 가벼워졌다.

"우리 스파게티 먹으러 가요."

신아가 손을 흔들며 졸랐다.

"언니, 나는 피자 먹고 싶은데."

새아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지원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지원은 잠시 생각했다.

"그럼, 신아는 스파게티, 새아는 피자, 언니는 리조또, 오케이?"

". 쪼아, 쪼아요!"

아이들은 기쁜 듯 앞장서 걸었다.

지원의 볼이 붉어졌다.

"안 돼. 언니 말 잘 들어야 해. , 자동차들이 많잖아. 지금부터는 언니 손을 놓으면 안 돼. 화장실 갈 때도 어디든지 언니 손을 꼭 잡고 가야 해. 알겠지?"

", 언니!"

아이들은 예쁘게 대답하며 손을 꼭 잡고 흔들었다. 아이들의 작은 손이 그토록 부드럽고 연하다니, 마치 자신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엄마처럼, 지원은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았다. 조금 어색하고 서툴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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