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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들

(5화) 원스 어폰 어 타임 – 한 소년을 추억하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2. 10.

 

 

 

 

 

(5)

원스 어폰 어 타임 한 소년을 추억하며

 

그렇게 여름이 가고 있었다. 소년의 "두우부 두우부" 외치는 소리는 더 다급하게 들렸다. 소녀는 꼬리가 짧아진 소년의 목소리와 발걸음이 늘 아쉽기만 했다. 소녀는 여름이 빨리 가서 두부도 쉽게 상하지 않고 소년의 두우부외치는 소리와 발자국이 좀 더 머무르길 바랐다.

엄마의 삼베 저고리가 장롱 속으로 들어가고 선들선들 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소년의 목소리도 하루가 다르게 1cm, 2cm 더 길어졌다. 소년의 목소리가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번으로 늘어났다. 개학 숙제를 채 끝내지 못하고 잠들었던 다음 날 소녀는 잠결에 어렴풋이 소년의 두우부두우부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소년의 두우부소리가 끝나자마자 소녀도 두우부 두우부오물거렸다.

"야아, 우리 큰 딸이 두부 장사 되었나 뵈여. 뭔 잠꼬대를 두우부 두우부하고 있디야."

엄마의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소녀는 현실과 꿈 사이의 다리를 건너는 중이었을까? 곧 소년의 두우부 두우부소리도 사라지고 소녀는 한 번 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직 학교에 가지 못한 막냇동생은 형의 책보자기를 맺다 풀었다 촐랑댔다. 방학 숙제를 끝내지 못한 남동생들은 울상을 지으며 엄마에게 매달렸다. 눈을 비비고 일어난 소녀는 뭔가 잃어버린 듯 묘한 기분을 느꼈다. 소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어찌 그랴, 우리 큰 딸, 방학 숙제라도 채 끝내지 못한 게 있는겨? 오늘이 개학날인디 왜케 풀이 죽었담?"

엄마는 무엇이 즐거운지 함박웃음을 지었다.

엄마 코는 개 코, 엄마 눈은 서퍼멀 처녀 점쟁이여.”

소녀는 토라진 듯 혼잣말을 했다.

", 엄마는 큰딸을 뭘로 아신다요? 방학숙제는 버얼써 끝냈구먼요. 그냥 학교에 가는 게 좋기는 한디 또 그놈의 새깽이들이 깽판칠 것을 생각혀니 좀 심란혀요."

삐쭉이 내민 소녀의 입술이 봉숭아 꽃잎을 닮았다.

", 누나, 벌렁이형 말여. 깜돌이형이랑?"

둘째 동생이 냅다 끼어들었다.

"그랴, 그놈들이 널 귀찮케혀? 누나네 교실 가서 그놈들 한 방에 때려 눕혀라, 누나 괴롭히지 말라고. 당당하게 약코 죽여 뿌려라, 장남, 너 그럴 수 있지?"

엄마가 실실 웃으며 동생을 향해 눈을 껌뻑였다.

"엄니, 뭔 소리여. 벌렁이 형이랑 깜돌이형은 깡패여. 학교에서 가장 주먹이 센디. 근데 어떻게 형이 그런 형들한테 덤벼? 그랬다간 아마 형의 구슬이 몽땅 내차지가 되고 말 것인디."

둘째 남동생이 뾰로통한 얼굴로 어젯밤 억울하게 제 형에게 구슬을 뺏긴 분풀이를 해댔다.

주먹질과 발길질이 오가고 속내를 모르는 막내조차 형을 놀림감삼아 한바탕 웃어댔다. 남동생들은 학교를 향해 냅다 내달렸다. 곧이어 여동생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소녀는 여동생을 흘겨보면서도 토닥토닥 흙이 묻은 무릎을 털어주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남동생들을 채근하며 학교에 도착한 소녀는 각자의 교실로 흩어지는 동생들의 뒤꽁무니를 바라보았다. 소녀의 얼굴에 걱정스런 표정이 획을 그으며 빠르게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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