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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들

<4편> 원스 어폰 어 타임 – 한 소년을 추억하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2. 9.

 

 

 

 

 

<4> 원스 어폰 어 타임 한 소년을 추억하며

 

 

"야야, 가만 있어봐라. 자 목소리가 왜케 힘이 없을까나. 자를 좀 불러와 봐라."

동생들이 쏜살같이 내달렸다.

"아줌니, 두부 사시게요. 몇 모나 드릴까요?"

쭈뼛거리며 들어서는 소년의 하얀 얼굴이 보름달처럼 빛났다.

야야. 이 삼복더위에 어린것이. 아이고, 요 뽀얀 얼굴이 땀에

엄마는 소년의 얼굴을 대신 훔치며 소년의 등을 토닥거렸다.

두부가 쉬면 손행게요.”

소년의 코가 벌룽거렸다. 소년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아직 저녁 전 이제? 배 쫄쫄하지 않겄냐? 밥 한술 뜨고 가거라. 후딱 이 닭 국물에 한 대접 말아먹고 가서 얼릉 나머지 두부 팔아야제"

소년의 대답도 듣지 않고 엄마는 닭 뼈와 미역 줄기만 남은 국물에 숭덩숭덩 밥을 말았다. 소년은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마루에 걸터앉아 국밥 한 그릇을 훌떡 비웠다.

"야야, 그러다 체하것다. 좀 천천히 먹어야지."

소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비운 그릇을 내밀었다.

"아줌니, 고맙구먼요. 배가 몹시 고팠는디, 두부 쉴까봐. 얼릉 팔아야혀서 저녁밥을 놓치고 나왔는디."

소년이 고개를 숙이는 찰라, 붕 요란한 방귀소리가 터져 나왔다. 순간, 엄마도 동생들도 소녀마저도 얼굴을 찌푸렸다. 동생들은 코를 쥐고 도망치며 끽끽거렸고, 소년의 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소녀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앙다물었다.

"그랴, 얼릉 가서 나머지 두부 팔아라. 엣따 이건 두부 값이고."

엄마는 서둘러 속곳에서 지폐를 꺼내 소년에게 내밀었다.

"아줌니, 지 오늘은 돈 안 받을거구만요. 밥값이라요. 엄니한테 말씀드리면 이해 하실거구먼요."

소년이 입가를 실룩거리며 돌아섰다.

"야야, 뭔 소리, 두부는 두부고."

엄마는 돌아서는 소년의 손에 기어이 두부 값을 쥐어주고 등을 떠밀었다.

"고맙구먼요. 아줌니. 비지라도 갖다 드릴게요."

소년은 총총거리며 대문을 나섰다. 대문 밖으로 우렁찬 소년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왔다. 소녀의 가슴은 소년의 메아리로 가득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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