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창작들

<3편> 원스 어폰 어 타임 – 한 소년을 추억하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2. 7.

 

 

원스 어폰 어 타임  한 소년을 추억하며 - 3번째 이야기

 

 

유난히 더운 여름날이었다. 엄마의 치댐을 견딘 동생들의 얼굴이 말갛게 되었을 때 솔솔 구수한 고기 냄새가 풍겨왔다.

"어어, 아버지도 안 계신 날, 웬 고기 냄새람? 누구의 생일일까?”

소녀는 꼴깍 침을 삼키며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였다.

"야들아, 어여 와. 아버지는 오곡리 고모 집에 가셨는디. 아프시디야. 이자 판소리도 못한다드만. 모처럼 만에 엄니가 인심 쓴다야. 어여 와, 한바탕 뜯어 봐라잉."

엄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동생들은 상 앞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소녀는 체면이 있었던지라 읽고 있던 동화책에 눈을 두고 코로는 고기 냄새를 들이켰다.

", 큰딸. 뭐 하는겨? 빨리 와야지. 동상들이 다 먹기 전에. 야들 봐라. 몇 끼 굶은 새끼들 모냥."

엄마의 혀차는 소리가 달게만 들렸다. 소녀는 벌써 반이나 비어진 냄비 속을 재빨리 훑었다.

고모님이 건강하셔야. 지를 가르치실턴디.”

야가, 니도 판소리가 하고 싶은가벼?”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건 쬐게 생각 더 혀보고, 야그야. 동상들이 네 몫까지 몽땅 먹어 버리면 어쩌려고. 그렇게 궁뎅이가 무거운 겨? 그랴도 우리 맏딸인디 다리 한쪽은 먹어야지. 글고, 이 모가지도 네 몫이구먼. 닭모가지를 먹으면 노래도 잘 현다니."

동생들은 냄비 속의 살코기들을 말끔히 비워냈다.

"천천히 먹어라, 체하겠다, 내 새끼들, 고기가 그렇게 먹고 싶었을까, 참 내. 뼈 목구녕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혀."

엄마는 번갈아 가며 동생들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빳빳하게 풀을 먹인 엄마의 삼베 저고리에서 땀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엄마도 좀 먹그라."

소녀는 슬그머니 엄마의 입 쪽으로 자신 몫의 고기 한 점을 내밀었다.

야가, 그랴도 큰 딸이제!”

입을 씰룩거리며 웃을까 말까 어정쩡한 엄마의 칭찬이 소녀는 고기보다 더 달달했다.

"엄마는 많이 먹었씅게, 우리 새끼들이나 배 터지게 잡숴라잉."

"엄마도 좀."

소녀가 들릴락 말락 투덜댔다. 소녀는 아쉬워하는 동생들의 입 다심이 야속하기만 했다.

"기둘려, 이 엄니가 미역 넣고 포지게 한 냄비 끓일팅게. 밥 말어 먹으면 되지. 쬐께만 기둘려라잉."

동생들은 부른 배를 두드리며 토닥거렸다.

"땡그렁, 땡그렁, 두우부 두우부"

여의 그 목소리였다. ‘두우부 두우부외치는 소리가 힘이 없고 꼬리가 잘려 들렸다.

 

 

 

 

 

 

 

 

#추억팔이 #원스어폰어타임 #한소년을추억하며 #두부파는소년 #모나미볼펜 #갈매기의꿈 #옛날옛적에 #에세이 #소년의꿈 #소녀의꿈 #국립군산대학교 #군산대철학과 #lettersfromatrave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