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8] 4기 김은 <라캉의 주이상스(jouissance)>
[원 문장]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중 자크 라캉의 소유할 수 없는 편지 (김서영 씀)
“세미나 23에서 라캉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를 분석하는데요. 이때 그는 자신을 비판했던 데리다를 슬며시 모방하고 있어요. 그는 이제 보로메오 매듭이 네 개라고 말합니다. 마지막 매듭의 이름이 바로 생톰이에요. 생톰은 세 개의 원을 이어내는 네 번째 원으로서, 이것은 상징계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주체의 실재적 가능성을 뜻합니다.”
나의 문장)
라캉은 그의 세미나 23에서 제임스 조이스를 분석하면서 보로메오 매듭이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보로메오 매듭은 인간 정신의 구조를 설명하는 도구로, 세 개의 고리가 서로 얽혀 있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각 고리는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를 상징하며, 상상계는 자아와 관련된 환상과 이미지를, 상징계는 언어와 사회적 규범을, 실재계는 인간 경험의 설명할 수 없는 핵심을 의미한다.
라캉이 조이스의 작품을 분석한 이유는 그의 독특한 문학적 표현과 정신분석적 관심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비롯된다. 특히, 라캉은 조이스가 "생톰(sinthome)"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로메오 매듭의 세 고리를 연결하는 네 번째 고리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았다. 생톰은 주체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를 통합하며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타낸다.
조이스는 전통적인 상징계에서 "아버지의 이름"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문학적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상징계를 구축하고 의미를 생성했다. 라캉은 이러한 조이스의 특이점을 정신병적 주체가 실재의 심연으로부터 벗어나 위대한 창작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사례로 보았다. 이는 라캉이 주목한 정신분석학적 탐구의 핵심 중 하나였다.
또한, 라캉은 조이스의 사례를 통해 주체가 증상을 통해 자신만의 삶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했다. 예술과 공백, 주이상스(jouissance)의 관계를 분석하면서, 라캉은 예술의 목적이 공백을 드러내고 그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시작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주이상스(jouissance)는 라캉의 정신분석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단순히 즐거움(pleasure)이나 쾌락을 넘어선 독특한 의미를 지닌다. 주이상스는 욕망의 충족을 넘어서면서 동시에 고통이나 불편함을 동반하는 극단적인 경험을 나타낸다. 이는 라캉이 상정한 쾌락 원칙의 한계를 초과하는 상태로, 쾌락과 고통이 서로 얽혀 있는 역설적인 경험이다.
라캉은 주이상스를 프로이트의 쾌락 원칙을 초과하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이를 통해 고통 속에서도 만족을 추구할 수 있는 상태를 포함한다고 보았다. 주이상스는 사회적 규범이나 금기로 인해 금지된 즐거움과 연관되며, 주체가 이러한 금기와 얽힌 욕망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또한, 주이상스는 실재계(the Real)와 연결되는데, 실재계는 언어나 상징으로 완전히 포착할 수 없는 인간 경험의 영역을 뜻한다. 따라서 주이상스는 이러한 설명 불가능한 영역과 접촉하는 경험으로 이해될 수 있다.
라캉은 예술이 주이상스를 표현하거나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예술 작품은 공백과 결핍을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며, 이는 주이상스의 경험과 연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이상스는 단순한 쾌락의 개념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복합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철학적, 심리학적 도구로,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라캉의 제임스 조이스 분석은 정신분석학과 문학 연구의 경계를 확장하며 중요한 학문적 기여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깊이 있는 인간 정신의 이해와 창조성에 대한 다음과 같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기도 한다.
첫째, 조이스의 사례는 창조적 글쓰기가 정신적 치유의 강력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조이스는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 정신병적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의미 체계를 구축했던 실제 사례이다.
둘째, 라캉은 조이스를 통해 개인이 자신의 증상과 한계를 창조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개인의 고유한 특성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겠다.
셋째, 예술 활동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 경험의 심연에 접근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즉 조이스의 글쓰기는 기존 상징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의미 생성의 방식을 보여주었다.
넷째, 라캉의 분석은 자아가 정신 구조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개인은 자신만의 "생톰"을 통해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를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다섯째, 이러한 관점은 개인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워줌으로써 우리 각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세계와 소통하고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라캉의 조이스 분석은 단순한 문학 비평을 넘어 인간 정신의 창조성, 회복력, 그리고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고유한 방식으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한다.
나는 늘 나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살아가자고 다짐하면서도, 나약함과 불안에 대한 자책으로 눈물 짓는 날들이 많다. 그러나 라캉의 조이스 분석을 통해, 나의 나약함과 불안은 오히려 나의 인간성을 증명하는 증거임을 깨닫는다. 조이스가 자신의 약점과 한계를 창조적으로 승화했듯, 나의 취약성도 진실된 글쓰기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열등감"은 역설적으로 나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일 것이다. 라캉이 말하는 '실재'는 우리가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바로 그 불가능성이 나를 계속 글을 쓰고 창조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이 아닐까? 나의 글쓰기는 단순한 자기표현을 넘어 나만의 "생톰"이 될 수 있으며, 내 정신적 구조를 지탱하고 나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핵심적인 활동이 될 것이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글쓰기 자체를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더 이상 자책의 구렁텅이에 빠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의 글쓰기는 단순히 나만을 위한 개인적 활동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나만의 방식이며,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라캉이 조이스 분석에서 가르쳐주듯, 나의 한계와 약점조차도 창조적 힘으로 전환할 수 있다. 나는 오늘, 나의 취약성이 내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글쓰기를 통해 나를 위로하고 싶다.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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