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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롤랑 바르트와 어머니의 죽음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4. 12. 29.

 

 

 

 

[100-84] 4기 김은 <롤랑 바르트와 어머니의 죽음>

 

[원 문장]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중 기호의 모험가, 롤랑 바르트 (김진영 씀)

 

“<구조주의적 행위란 무엇인가?>라는 소논문에서 바르트가 그 시기까지 스스로 추적하는 자신의 지적 경력은 이 세 단계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이후의 작업들을 포함시킬 때 우리는 바르트의 지적 경력 안에는 앞의 세 단계들에 이어서 두 단계가 더 발견될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더구나 이 두 단계는 앞의 세 단계와는 뚜렷이 변별되지 않으면 안 되는 고유의 성격을 지닙니다. 앞의 세 단계와 뒤의 두 단계의 관계를 연속적이 아니라 불연속적으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바르트가 말년에 겪게 되는 치명적인 사건, 즉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의 죽음입니다.”

 

나의 문장)

롤랑 바르트의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의 죽음은 그의 지적 경력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가져왔다. 어머니의 죽음은 바르트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으며, 그는 이를 통해 애도의 과정을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다. 바르트는 전통적인 애도의 완수 개념을 거부하고, 지속적인 비애 속에서 어머니의 상실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했다. 이 과정은 마치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하 세계로 떠나는 모습과 닮아 있으며, 그의 작품 세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에는 욕망과 즐거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그의 글쓰기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는 죽음, 연민, 애도 등으로 주제를 확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밝은 방』과 『애도 일기』 같은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어머니의 죽음은 바르트에게 실재와 마주하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특히 그는 온실 사진을 통해 포착할 수 없는 현실과 대면하며, 이 경험을 "최고의 환영과의 조우"로 묘사했다. 이러한 체험은 바르트를 새로운 삶, 즉 '비타 노바'(Vita Nova)로 나아가게 했으며, 단순히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의 죽음은 그에게 깊은 상실감을 남겼지만, 동시에 새로운 창작의 원천으로 작용하며 그의 철학적, 문학적 사유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 전환점이 되었다.

 

『밝은 방(La Chambre claire: Note sur la photographie)』은 사진 이론에 있어 중요한 텍스트로, 1980년에 출판되었다. 이 책에서 바르트는 사진의 본질을 탐구하며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접근법을 통해 기존의 구조주의적 분석에서 벗어난 인상주의적인 사유를 보여준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사진의 일반적인 특성을 이론적으로 분석하며, 두 번째 부분은 어머니와 관련된 사진을 중심으로 한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사유로 전개된다. 바르트는 사진이 전달하는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다루는 스투디움(Studium)과, 사진이 보는 사람에게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충격을 주는 푼크툼(Punctum)을 구별하며, 사진의 독특한 예술적 감동을 이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특히 그는 사진이 시간을 고정시키는 매체로서 과거의 한 순간을 현재로 가져오며 "이것은 있었던 것이다." 라는 존재론적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진 속 대상이 현재 부재할 가능성을 암시하며, 사진이 죽음과 깊이 연결된 매체임을 강조했다. 『밝은 방』의 후반부에서 그는 어머니가 어린 시절 찍힌 "윈터 가든 사진"을 언급하는데, 이 사진은 독자에게 직접 보여지지 않지만 바르트에게는 어머니의 본질을 담고 있는 중요한 이미지였다. 이를 통해 그는 사진이 개인적 추억과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음을 설명하며, 사진을 단순한 기록 매체를 넘어서는 존재로 재해석했다. 이 책은 사진학, 미학,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은 영향을 끼쳤으며, 푼크툼 개념은 사진 감상과 분석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

 

『애도 일기』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약 2년간 바르트가 겪은 깊은 슬픔과 애도 과정을 기록한 개인적이고 철학적인 텍스트이다. 바르트는 어머니 헨리에트를 "진정한 사랑"으로 표현하며, 그녀의 죽음을 자신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건으로 묘사했다. 일기 속에서 그는 애도의 감정이 단순한 슬픔을 넘어 존재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심오한 체험임을 드러냈다. 시간과 기억이 애도 속에서 가지는 복합적인 역할, 그리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의 내밀함을 탐구하며, 애도가 단순히 치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삶과 함께 지속되는 존재임을 주장했다. 간결하고 단편적인 문장으로 구성된 이 일기는 슬픔의 복잡성과 내면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바르트의 철학적 사유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애도 일기』는 『밝은 방』과 연결되며, 어머니를 기억하는 동시에 인간관계와 존재, 기억, 언어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텍스트로 평가받는다.

 

바르트와의 짧은 산책을 통해 바르트의 사상적 특별함을 엿볼 수 있었다. 롤랑 바르트가 살았던 삶의 두 영역, 그의 육체가 살았던 사적인 영역과 그의 지성이 살았던 공적인 영역을 개관해 통해 바르트라는 인물의 지적 특별함에 대한 밑그림 정도였겠지만 추후 그에게 더 끌린다면 보다 심층적으로 그와 가까워질 수 있을지?

 

오늘 아침은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얗게 변신했다. 내 마음에 발자국을 낸 바르트의 족적이 나의 삶을, 일상을 어디로 끌고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바르트가 말한 '욕망을 위한 독서'처럼, 오늘의 눈 덮인 풍경을 '욕망을 위한 관찰'로 바라보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보고 싶기도, 그의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쾌락을 떠올리며, 이 하얀 세상을 캔버스 삼아 나만의 글쓰기를 위해 오래도록 앉아 있을 듯도 싶다. 더불어 바르트가 주장한 '의미의 복수성'을 생각하며, 이 눈 내린 풍경이 가진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그가 패션을 바라본 것처럼, 이 눈 덮인 세상을 '에로스가 그러하듯 모순을 가지지 않는 영역'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기쁨을 찾아볼 수도, 바르트의 '카멜레온 같은' 지적 활동을 본받아, 이 눈 내린 풍경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그의 전방위적 예술비평처럼, 이 하얀 세상을 문학, 사진,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예술의 렌즈를 통해 바라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날, 이렇게 바르트의 사상을 통해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도는, 그가 말한 '지적 활동의 관능적 쾌락'을 경험하게 해줄 기회가 나한테 주어진 것이 아닌가? 이를 통해 나의 삶과 일상이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만 총총!!!

 

 

202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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