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2] 4기 김은 <롤랑 바르트의 ‘기호 시스템에의 도취 시기’>
[원 문장]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중 기호의 모험가, 롤랑 바르트 (김진영 씀)
“두 번째 단계는 ‘기호 시스템에의 도취 시기’입니다. 테러리스트의 시기가 신화를 구축하는 코드 체제를 폭파하려는 때였다면 이 두 번째 단계는 역설적으로 코드 체제에 스스로 도취되는 작업이 수행됐던 시기입니다. 말하자면 기호 체제가 더 이상 비판적 대상이 아니라 즐거움의 대상으로 전환된다고나 할까요. 바르트는 예컨대 ‘분류의 즐거움’에 대해서 말합니다. 하나의 완벽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수행되는 세밀하고도 조직적인 분류 작업은 이론가에게 특별한 즐거움과 쾌락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죠. 때문에 자신은 더 이상 코드 체제에 대한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비판 작업을 그만두고, 일상 문호의 코드 체제를 해체하는 비평 행위를 스스로 이론적 코드 체재를 구축하는 즐거움의 행위와 동시적인 작업으로 수행한다는 것이죠. 이 시기에 나온 대표적인 저작은, 어쩌면 바르트의 책들 중에서 전통적 의미에서의 학문적 역량이 가장 탁월하게 발휘되고 있는《모드의 체계》입니다.”
나의 문장)
롤랑 바르트의 지적 여정 중 두 번째 단계는 '기호 시스템에의 도취 시기'이다. 그의 첫 번째 단계인 '테러리스트의 시기'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첫 번째 단계에서 그는 문화적 코드와 신화를 비판하고 해체하려 했지만, 두 번째 단계에서는 코드 체제 자체를 즐기고 탐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바르트는 기호 체제를 더 이상 비판의 대상이 아닌 즐거움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분류의 즐거움'에 주목했다. 그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분류 작업이 주는 지적 만족감을 발견했고, 이론가로서 완벽한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쾌감을 느꼈다. 이 시기 바르트의 비평 방식은 단순히 코드를 비판하는 것에서 벗어나, 코드를 분석하고 동시에 새로운 이론적 체계를 만드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접근의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모드의 체계》의 발표다.
《모드의 체계》는 1967년에 출판된 책으로, 이 책에서 바르트는 패션을 언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체계로 보고, 패션의 변화를 이 구조 내 요소들의 재배열로 이해하며 패션의 변화를 기호의 의미 변화로 설명한다. 특정 스타일의 의미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또한, 그는 패션의 변화가 사회적, 문화적 맥락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보고 패션의 발전을 '새로움'과 '구식함'의 대립 구조로 설명한다. 새로운 스타일의 등장으로 기존 스타일이 구식해지는 과정을 분석한다. 더불어 그는 패션 변화의 순환적 특성, 과거 스타일이 새로운 맥락에서 재해석되어 다시 등장하는 현상을 설명했다. 바르트의 이러한 접근은 패션의 변화를 단순한 스타일의 변화가 아닌, 복잡한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이처럼 바르트는 일상 문화의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면서 느끼는 지적 즐거움을 잘 보여주며, 패션 연구와 문화 연구 분야에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한 《모드의 체계》를 서술함으로써 그의 학문적 역량을 잘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는 바르트가 문화 현상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이론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지적 즐거움을 찾았던 시기였다.
롤랑 바르트가 『모드의 체계』에서 패션의 변화를 문화적 코드로 해석한 것처럼, 나는 요즈음 현대 한국 문단의 SF 소설 유행을 문화적 코드로 읽을 수 있을까? 바르트는 패션을 단순한 의복 체계가 아닌, 사회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는 기호 체계로 보았는데 이와 유사하게, 한국 문단의 SF 소설 유행은 단순한 장르의 인기를 넘어 현대 한국 사회의 문화적 코드를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SF 소설의 인기는 급속한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며, 인공지능, 우주 탐사, 기후 변화 등 현실에서 마주하는 과학, 기술적 이슈들이 SF 소설을 통해 탐구되고 있겠다. 또한, 현실의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 대안적 세계를 상상하고자 하는 욕구가 SF 소설의 인기로 나타나며, 이는 바르트가 말한 '기표가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는' 현상과 유사한 것처럼 느껴진다. 더불어 SF 소설이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상은 바르트의 후기 구조주의적 관점과 연결되며, 고정된 장르 개념을 해체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한국 SF 소설의 유행은 글로벌 문화 트렌드의 수용과 재해석을 나타내며, 이는 바르트가 주장한 '텍스트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과 맥을 같이한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따라서 롤랑 바르트의 관점에서 SF 소설의 유행을 읽는다면, 이는 단순한 문학적 현상이 아닌 현대 한국 사회의 불안, 욕망, 그리고 변화하는 문화적 코드를 반영하는 복합적인 기호 체계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러한 해석은 문학을 통해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나의 시각이며 『천 개의 파랑』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SF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명인 천선란을 비롯하여, 대표작 『타워』를 통해 나를 감동시켰던 배명훈, 주로 디스토피아와 사이보그, 인간 신체 증강 등의 주제를 다루며, 전통적인 SF의 규칙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김초엽 같은 작가들의 기존 문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작품이 계속 배출해지길 기대해 본다.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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