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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들

영화 '다우트(doubt)' 감상 후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4. 7. 19.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초짜 철학도의 분투기
 
 
 
“영화와 철학”이라는
주제로 개설된
군산시 동네 문화 카페의
프로그램에 참석해
첫 번째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 ‘다우트(Doubt)’
2009년에 개봉된
존 패트릭 셰인리 감독에
메릴 스트립과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주연의 영화다.
 
스릴러라는 평과 달리
인간의 복잡성을 경험하는
잔잔한 영화였다.
 
다음 번 영화
가타카 또한 기대된다.
 
 
 
 

 
 
 
 
한 개인의 도덕적 신념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일반적인 상식선에 이 질문에 대답한다면 객관성, 타당성, 공정성, 실용성, 책임성, 개방성, 겸손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신념은 타인의 신념과 충돌하며 갈등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 사이고 인간은 그 갈등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신념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인간 내면의 복잡한 본성 중 하나 일터, 이와 같은 인간의 모호하고 복잡한 모습 즉 의심과 확신,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유를 유발시키는 한 편의 영화가 여기 있다.
 
1964년 미국 뉴욕의 성 니콜라스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다우트(Doubt)’, 어느 날, 제임스 수녀는 학교의 유일한 흑인 학생 도널드 밀러가 플린 신부로부터 특별한 관심을 받는 것을, 플린 신부가 도널드를 홀로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들이거나, 그의 어깨를 쓰다듬는 등의 행동을 목격하고 플린 신부가 도널드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하며 학교의 교장인 알로이시스 수녀에게 보고한다. 알로이시스 수녀는 플린 신부의 행동과 취향이 전통적인 성직자의 모습과 다르다는 점, 예를 들면 플린 신부가 손톱을 기르고 설탕을 좋아하며 대중음악을 즐기는 것 등을 근거로 플린 신부가 도널드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의심하며 점점 확신을 키우는데, 결국 거짓말까지 해서 플린 신부를 학교에서 쫒아낸다. 그러나 처음 플린 신부를 의심했던 제임스 수녀는 플린 신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의심을 거두고 오히려 플린 신부에 미안함을 느끼는 모습을 띠고, 플린 신부를 학교에서 쫓아낸 알로이시스 수녀조차 확실한 증거 없이 플린 신부를 의심한 것은 아닌가, 라는 자신의 판단을 다시 의심하게 되며 마지막까지 플린 신부가 유죄인지 무죄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영화는 의심과 확신,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막을 내린다.
 
나는 영화 속 마지막, 알로이시스 수녀는 플린 신부를 의심하고 결국 학교에서 쫓아내지만, 그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왜 의심을 품게 되었을까, 분석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건 전적으로 나의 추정이지만 알로이시스 수녀는 자신의 도덕적 신념과 경험에 따라 플린 신부를 의심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으므로 즉 그녀의 의심은 합리적이었지만,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자신의 도덕적 확신의 강도만큼 자신의 판단에 대해 불확실성 또한 증폭되었을 것이고 더불어 플린 신부를 쫓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큰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인데 이는 그녀의 도덕적 기준에 반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옳았는지에 대해 고민의 근거가 되었을 것이고, 비록 그녀가 엄격하고 원칙적인 인물이지만, 인간적 감정 또한 자신의 결정이 도널드와 플린 신부에게 미친 영향을 생각하며, 자신의 판단이 옳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는데 영화의 마지막에 그녀가 그녀 자신을 의심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만큼 감정이 이입되었다.
 
더불어 영화 속 플린 신부와 알로이시스 수녀 중 누가 정의 편에 섰는가에 대한 대답이 사람마다 다르겠구나, 생각했고 만일 누군가 플린 신부를 지지한다면 그 심리적 기제의 근거는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속 플린 신부는 도널드와 같은 소외된 학생들을 돌보는 따뜻한 인물로 묘사되는데 그의 이러한 행동은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며 그를 지지하는 사람 또한 따뜻한 내면의 인간성을 추구하는 사람이겠구나, 추정할 수 있겠고, 플린 신부는 학교의 엄격한 규율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인물인데 그의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모습에 긍정적인 사람의 심리 기제에는 개방적이고 보다 진보적인 성향이 작동되었을 것이고, 명확한 증거를 중시하고 불확실성을 거부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로이시스 수녀처럼 엄격하고 권위적인 태도에 도전하는 플린 신부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라는 분석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누구를 지지합니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알로이시스 수녀 쪽에 손을 들 것이다. 영화 속 알로이시스 수녀는 물론 확실한 증거 없이 정황 증거만 가지고 거짓말까지 동원하며 결국 플린 신부를 몰아내지만 그녀는 자신의 신념과 행동에 대한 의심을 하며 "I have doubts! I have such doubts!"라고 외치는 장면으로 그녀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데 반해 플린 신부는 자신을 의심하는 제임스 수녀와 알로이시스 수녀에게 자신이 무고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동의 정당성과 이해만을 요구하고 알로이시스 수녀의 의심에 대해 강하게 반박한다. 그의 방어는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오히려 의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떤 반성도 회의도 하지 않는 모습에서 나는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졌고 그것이 정황 증거로 작동하며 그의 행동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영화 속 알로이시스 수녀에 대한 묘사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엄격하고 전통적인 가톨릭 수녀의 면모를, 즉 어린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과 부도덕한 행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으로, 그에 반해 플린 신부는 도널드의 존경심과 애정을 받을 정도로 관대하고 사랑이 넘치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대비를 보이지만, 그것은 연출의 묘미를 안기는 트릭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알로이시스 수녀의 결정을 지지하는 나에게는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작용했을까, 점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옳고 그름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성향적 특성과 어떤 일말의 정의감 때문에 알로이시스 수녀가 플린 신부의 행동을 의심하고 조치를 취한 것에 동조했을 것이며 도널드와 같은 약자를 보호하고 싶은 나의 본능적 성향과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명확한 결론을 선호하는, 즉 의심과 불확실성에 의해 유발되는 불안을 제거하려는 자아 보호 본능, 질서와 규칙을 중시하는 내 내재적 성향에 기인해 알로이시스 수녀의 결정을 지지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영화를 통해 내 자신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한편 영화 감상 후, 나는 영화를 넘어, 1) 한 인간의 도덕적 신념은 어떻게 형성될까, 라는 사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인간의 도덕적 신념 형성은 개인의 성장 과정 속에서의 경험이나 사회적 환경, 문화적 배경, 교육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이 과정은 개인마다 다르고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겠고 어쩌면 개인의 전 생애를 통해 계속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겠지만 이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선택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며,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함과 더불어
 
2) 만일 개인의 도덕적 신념이 공동체의 도덕적 신념과 확연히 다를 때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까?
3) 경험적 증거 없이도 도덕적 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
4) 우리는 진실이 불분명할 때 윤리적 딜레마를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5)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면서 도덕적 성실성을 지키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내가 감상한 영화 '다우트'는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제시되지 않고 진실이란 개념이 얼마나 모호하고 불확실한지를 보여주며 진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 즉 의심과 확신,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사유의 확장에 이르도록 안내해 주는, 새삼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문제들에 잠시 쉼표와 물음표를 번갈아 제시한 영화였음에 힘껏 박수를 치고 싶어졌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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