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난 후에 느리게 도착하는 어수선하고 기꺼이 미완성인 편지들
영화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2018년)’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인공지능 같은 딱딱한 말투로
괴상한 질문을 던지며
순진을 가장한 사악한 소년
마틴(배리 케오건)을 내세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심장외과 의사 스티븐(콜린 파렐)에게
자기가 겪은 상실감을 그대로 겪게 하고 싶은
복수를 그린다.
아내, 혹은 두 자식 중 한 명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데
이를 스티븐 본인이 정해야 한다는
그리스 신화 속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을
모티브로 했다는데,
씨네21 기자인 김혜리님은
책 『묘사하는 마음』 181쪽에
이 영화에 대해
“신화의 간결성을 모방하기 위해
현실을 우그러뜨린 이야기로
란티모스 특유의 불친절한 시리 같은
단조로운 대화 톤과
현실을 초월하는 사건을 밀어붙인다.”
고 언급한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킬링 디어’를 보았을 때의 불편함을
내내 잊을 수 없었음에도
란티모스의 세계를 더 탐사하고 싶은
호기심을 억누를 없었던 차,
기대영(기차타고대전가서영화보기)의
멤버들과 함께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프랑스 감독
쥐스틴 트리에의 24년 영화
‘추락의 해부’와 더불어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을 관람했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프랑켄슈타인 수술’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한 신경외과 전문의가
뇌사 환자의 기증받은 뇌를
선천성 척수근육위측증 환자에게 이식한다는
2017년의 실현되지 않은 계획을
모티브로 한 것처럼 시작된다.
천재적이지만 특이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에 의해
뇌 이식을 받은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은
갓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는데
날이 갈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으로
자신에게 반한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과 함께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하며
처음 보는 광경과 새롭게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변화라면 변화,
궁극적으로는
‘성장’을 한다는 줄거리이다.
영화는 제81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예상대로
96회 아카데미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과 더불어
엠마 스톤에게 여우 주연상을 안기는
쾌거를 이뤘다.
내 경우엔 특히
SF영화를 보는 듯
블록 렌즈로 혹은
흑백의 장면으로
묘사된 벡스터의 박사의 집을 떠나
벨라가 방문하는
런던, 리스본, 알렉산드리아와
크루즈를 타고 여행하는 풍경은
몽환적이고 무척 컬러풀했으며
이는 벨라의 성장을 알리는
은유적 설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인간이란 무엇일까?
혹은 인간의 뇌가
자기라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써
자기 감정 인식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고
인간의 성장을 담당하는 기관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무한하게 성장하는
인간(벨라)에 무척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육체적 본능인
성인식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벨라에 대한 과다한 설정은
좀, 아닌 것 같기도 했다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팬이 될 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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