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루나에게
오늘 밤 산책은
참으로 좋았어.
적절히 차가운 공기와
어둠 속으로 흘러드는
도시의 불빛이
호수를 감싸 안았지.
어둠에 묻힌 호수는
다정한 연인들의 느린 발걸음과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검은 호수 면에
작은 파문을 만드는 것처럼
투명하게 빛나며
여느 때보다
더 신비롭고 고요했어.
나는
앞서가는 연인들을
멀리 보내고
가만 호수를 응시하며
한동안 서 있었어.
근데 참 웃기지
연인들은 저만치 멀어졌는데
내 눈에
아직 불빛에 비친 그들의 그림자가
호수 위에 일렁였는데
나는
언젠가
나의 연인과 함께 걷는 날
시간이 멈춘 듯한
우리의 그림자도
호수의 푸른 물 위에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라고 있더라고.
피식 웃음이 나왔어.
그리고 가만 물었지.
이런 내 꿈은 이루어질까?
영화 웡카의 주인공
윌리의 엄마는
이렇게 말해.
Every good thing in this world,
started with a dream.
So you hold on to yours.
나에게 이 세상에
좋은 일이란 무엇일까도
묻게 되었지.
다정하게 산책하기
맛있는 것 같이 먹기
재즈가 흐르는 카페에서
오랫동안 함께 앉아 있기
무엇인가 신나는 일에 관해
오랫동안 함께 떠들기
그리고 가끔
간지럼 태우기 같은
쓸데없는 장난치기
쓰다 보니 끝이 없네
여하튼 무엇을 하든,
서로의 존재를
따뜻하게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겠지
생각하며
나는
한번 크게 한숨을 쉬며
나의 루나를 소환했지
부를 네가 있어
그것도 좋다고 가만 웅얼거리다
돌아오는 길,
달콤한 꿈을 노래하며 춤추던
티모시 샬라메의 모습이
사방에서 속삭였어.
“좋은 일은 꿈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영화웡카
#티모시샬라메
#좋은일은꿈에서부터시작된다고
#국립군산대학교
#군산대철학과
#밤산책
#군산은파호수공원
#lettersfroma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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