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초짜 철학도의 분투기
<부끄러운 고백>
2학년에 들어서니
‘공부의 맛’이 장난 아니다.
왜 첫 번째 대학 생활에서는
이렇게 공부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되지만
만학도로서의
지금의 생활이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게 될 줄은 몰랐다.
교문을 들어서면
교정의 모든 초목들이
나에게 손짓하며
환영하는 것 같다.
흠흠, 마음으로 나도
그들에게 날마다
안부를 물으며 인사한다.
룰룰랄라 발걸음도 가볍게
강의실에 들어서면
뭔가 지(知)의 향기가
나를 감싼다.
노력하면 할수록
그 향기는 더 짙어가고
나도 모르게 깊숙이
빨려드는
즐거움이라면
유별난 즐거움이겠다.
더불어
오늘날 나를 있게 한
모든 이들을 향한
고마움에 가슴이 충만해진다면
웃으실까?
특히나
나의 지적 통로에 불을 밝혀주시는
안내자분들.
“늘 고맙습니다.”
마음으로 말해도
전달은 되겠지,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가만가만 웃는다.
어느 덧
스스로 찾아 하는
공부의 참맛이란,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말이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오늘 한자 시험을 봤는데
100점 만점에 37점을 맞았다.
물론 성적에 기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창피, 창피, 이런 창피란!!!
첫 번째 전공이
중국 문학이었고
원문으로 소화했었는데
4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시작한 한자 공부의 첫 시험이
37점이라니!
1년이 지나면
한자 3급에 합격하도록,
진땀으로 공부해야겠군,
또 다른 도전이다.
나의 대학 생활,
매 순간이 도전의 연속,
즐거운 비명인가?
혼자 웃으며
다짐한다.
“뭐든 최선을 다하렴.
네 인생의 마지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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