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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아가미/구병모/위즈덤하우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4. 3. 10.

43년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철학도의  무모한 도전들

 

20241학기 군산대 독서 토론모임인 필담의 첫 선택은 소설가 구병모의 대표작 아가미이다. 책은 2011년 자음과모음을 통해 최초 발행되었다가 2018년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개정판으로 다시 등장했다.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과 아가미를 가진 소년이 더불어 살면서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를 들려주는 동화 같은, 주인공 곤은 4살 때 가난의 끝까지 몰린 아버지가 동반자살을 택하면서 죽을 뻔했으나, 어째서인지 목에 아가미가 생기고 몸에 비늘이 돋으면서 홀로 살아남아 강하의 할아버지에게 거두어져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10살 강하의 애증 어린 친절과 학대를 견디며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없는 상태로 살아가는, 곤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읽은 후 함께 토론하고 싶은 주제는 다음과 같다.

소설 속 아가미의 상징은?

자신에게도 아가미와 같은 것이 있는지,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 중의 하나로 인정하며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찰하기.

3.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살아왔는지를 헤아리지 않으며 비좁은 세상을 포화 상태로 채우는 수많은 일들을 꼭 당일 속보로 알아야 할 필요가 없으며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 없고 속도를 내면화하여 자기가 곧 속도 그 자체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는, 아다지오와 같은 삶, 그 어떤 행동도 현재를 투영하거나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어떤 경우라 도 과거가 반성의 대상이 되지 않으니 어느 순간에도 속하지 않는 삶(49)을 살아가는 곤 의 삶의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불어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의견 나누기.

 

나의 답변은?

1. 곤의 아가미는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세상과 결합할 수 없는 결정적 장애이지만 이는 곤만이 가진 정체성으로, 자신의 존재를 그대로 수용하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식으 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아가미의 상징은 타인들의 시선이 아닌, 자신만이 느 낄 수 있는 자기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다.

2. 너무 개인적인 상황이라 말할 수 없지만 충분하게 생각을 거듭한다.

3. 이 시대와 조화를 이루기에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삶의 방식이지만 곤을 통해 나는 나만의 삶의 방식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의 줄거리)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과 아가미를 가진 소년이 더불어 살면서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를 들려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주인공 곤은 4살 때 가난의 끝까지 몰린 아버지가 동반자살을 택하면서 죽을 뻔했으나, 어째서인지 목에 아가미가 생기고 몸에 비늘이 돋으면서 홀로 살아남아 강하의 할아버지에게 거두어져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10살 강하의 애증 어린 친절과 학대를 견디며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없는 상태로 살아가는 이야기로 병이 든 모친을 부양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직장인 여성인 양해류가 난간에 걸린 핸드폰을 주우려다 다리에서 떨어져 곤에 의해 구출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데 해류는 곤과의 첫 만남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몸 밖으로 나온 소리가 물살에 닿았다가 밤공기를 두드리고 내 귀에 진동의 흔적을 새기며 흩어졌어요. 그 목소리는 자연에 존재하는 어떤 소리와도 닮지 않았고 컴퓨터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어요. 분명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소린데 마치 맑은 공기가 그 사람의 몸속에 순간적으로 응결되었다가 굴절과 파열을 반복한 끝에 가장 고운 서운만 걸러져 수많은 입자로 흩어지는 소리, 온몸이 떨림판이 되어 밤을 둘러싸거나 밤에 은닉한 모든 것들과 부딪쳐 공명하는 소리였어요. 그 목소리를 듣고 비로소 상대방이 사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초자연적인 상황이 벌어져도 더 이상 의구심을 품을 만한 여력이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한계에 이르렀거든요.” (17)

 

해류는 자신을 구출하고 또다시 호수 속으로 인어처럼 들어가는 곤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을 구한 것이 사람이었든 물고기였든 혹은 네시였어도 상관없으며 중요한 건 그가 자신에게 한 번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자신은 집에 가서 엄마를 돌보며 바닥없는 물같은 세상을 열심히 두 팔로 헤엄쳐 필사적으로 나아가기로 마음 결심한다.

 

다음으로 왜 곤이 호수에 버려졌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곤의 아버지는 말이 늦었고 무해하고 다정한, 떼를 쓰거나 외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한 뼘만큼의 공간을 잘 참아내는 자신의 아기를 안고 호수 앞 자동차 안에서 천천히 담배 연기를 뱉어내며 아이가 이해할 수 없을 자신의 좋지 않은 상황과 최선을 다해왔으나 자신에게 무례했던 사장의 머리를 모조 백자로 사망케 해서 이제는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다는, 앞에 놓인 물밖에는 더 이상 나아갈 데가 없다는 말을 하며 곧 세상에 홀로 남을 아이가 겪게 될 종류와 정도를 가늠 못할 폭력과 곤궁을 떠올리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골몰하는 거야말로 무의미하나 가능성만은 매우 참한 일인지를 저울질하다가 결국 아이에게 삶이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더 늘리는 일에 불과하다는 결론으로 마음을 기울여 아이의 앞날은 뜨거운 물에 뿌려진 한 줌 설탕의 운명만큼이나 명백해 보이니 편하게 해줄게라는 생각을 하며 흐릿하고 푸르스름한 물안개가 맴도는 이내호를 향해 아이와 함께 떨어진다.

 

이내촌 호수 곁에서 살고 있는 노인은 호수에 떨어진 아이를 구해온다. 이제 막 10살 즈음 어린이를 위한 장자라는 책을 읽고 있었던 노인의 외손자 강하는 제일 먼저 아이의 아가미를 발견해 아이에게 북쪽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 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도 한 번 제대로 마주한 적 없는 존재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한 음절이 혈관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마침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 곤이라는 물고기가 붕()이 되어 남쪽 바다로 가버릴까봐, 곤이라는 이름을 일상적으로 부르는 것조차 두려워하지만 곤에게 표면적으로는 애증 어린 친절과 학대를 일삼는 중, 배우 지망생이었으나 자신을 이용만 한 소속사 대표에 의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어 강하를 낳은 후 7살인 강하를 이내촌에 살던 아버지에게 버렸던 강하의 친모 이녕이 나타나 아버지와 강하가 자신을 불편해 하는 상황에서 같이 살던 곤에게 의지하며 매료되지만 마약에 중독된 상태로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곤이 갖고 있던 마약을 전부 버리는 바람에 금단증세로 곤을 강간하려다 이를 거부하던 곤에게 밀쳐져 수레의 철판 못에 머리를 박혀 허무하게 죽는 사건이 일어나자 강하는 어머니의 죽음을 은폐하고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라는 마음으로 곤을 억지로 떠나보낸다.

 

곤을 이내촌을 도망쳐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자신이 언제부터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살아왔는지를 헤아리지 않으며 비좁은 세상을 포화 상태로 채우는 수많은 일들을 꼭 당일 속보로 알아야 할 필요가 없으며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 없고 속도를 내면화하여 자기가 곧 속도 그 자체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는, 아다지오와 같은 삶, 그 어떤 행동도 현재를 투영하거나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어떤 경우라도 과거가 반성의 대상이 되지 않으니 어느 순간에도 속하지 않는 삶(49)을 살아가는데, 곤을 수소문하다 곤과 같이 살았던 강하를 만나 그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에게 연민을 느껴 한동안 교류했던, 당시 들이닥친 홍수로 인해 강하와 그의 할아버지가 실종되는 사고를 목도했던 양해류가 찾아와 강하와 노인에 대한 소식을 전해 준다.

 

곤은 강하가 자신을 떠나보내면서 했던 말을,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던 순간을,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말을 되새김질하며 바다에 떠밀려 왔을지도 모를 노인과 강하를 찾기 위해 여전히 바다를 들락거리는 상황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구병모 (지은이)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통해 등단하여,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있을 법한 모든 것』 등과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파과』 『네 이웃의 식탁』 『상아의 문으로』 등을 펴냈다. 오늘의작가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