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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이민경 작가/봄알람출판사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4. 3. 1.

 

 

내 경우엔

불행인지, 다행인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당했는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없다.

 

어쩌면

성인지 감수성이

낮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페미니즘이란 용어는

나에게 늘 낯설뿐만 아니라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개념 속에 있지

특별히

여성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2016517일의

강남역 사건조차도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약자이기 때문에

당한 피해였다는 사실에

가슴 아플 뿐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저토록 많은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외치는 이유는 뭘까?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서 이라영의 책들을 읽었고

더 공부하고 싶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했는데

마침

군산 여성의 전화와

마리서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동네북 클럽 여전서사

참여하게 되었다.

 

순전히

페미니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이유지만

여하튼 작은 동네에서

연대 비슷한 것을 한다는 것에

조금 설레기도 했다.

 

그 첫 번째 책으로

이민경 작가가

봄알람출판사에서 펴낸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였다.

 

 

 

 

알라딘 책 소개을 빌리자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무지한 말들 속에서 상처받는 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실전 매뉴얼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입트페)의 저자 이민경의 두 번째 책이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혼자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막막해하는 페미니스트를 위한 두 번째 실용서로, 역사 교과서에서 지워진 여성의 계보를 찾아가는 워크북으로 구성되었다.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읽어가면서

깜짝 놀란 사실들에

먼저 가슴이 뜨거워졌다.

 

더불어

내가 평생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차별을 받지 않았던 까닭 중 하나는

어쩌면

이 책에 실린 여전사들의 분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들에게 빚진 기분이 들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상 한 켠에서

늘 안정되고 조금은 비열한 모습으로 살아온 내가

부끄럽기 시작했다.

 

작가가 책에서 물어온 수많은 질문들에

제대로 된 나의 답을 찾지 못해

현기증이 났다.

 

작가는

 

나는 최근까지도 평등이 찾아오는 것이

시간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거저 나아지는 일은 없다.

심지어 후퇴할 수도 있다.

억압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커질 때와

줄어들 때가 있는 것처럼,

억압하는 이의 몸부림도

거셌다가 잦아들었다가 한다.

배는 물풀이 얼마나 질긴지,

바람이 얼마나 돕는지에 따라

잘하면 앞으로 가고,

밀리면 뒤로도 간다.

나아지리라는 믿음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저 시간문제이리라는

막연한 낙관에는

나아가는 데 시간과 힘을 들인

누군가의 존재가 지워져 있다.

거저는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도 나아진다.

어쩌면 나아지지 않을지 몰라도,

절망할 때마다

나는 이 믿음에 기댄다.” (126)

 

그래도 나아진다는 희망에 기대

이 책을 펴낸 듯싶다.

 

오늘을 만들고 사라져버린

이들에게 올리는 젯상이며

조금 더 잘 살기 위해

조금 더 단단히 연결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작가에 의해

나는 다시 뜨거워진 가슴으로

이 책과 작가를

혹은 세상의 모든 약자들을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인간이기에

혼자서는 감당하기에 벅찬

문제들을

작은 힘이나마 모아

따뜻한 연대를 이루어

나아가는 것

그것은 이 같은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주제로 한

독서 모임 첫 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져 왔으며

다음 달에 읽을 책

여자는 정치하면 왜 안돼?

급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