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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클레어 키건의『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4. 3. 1.

#나의 루나와 함께 읽고 싶은 책

 

 

 

 

 

오늘의 책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홍한별 (옮긴이) 다산책방은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 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출판사 책 소개에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처음 접했고

작가의 문체에 매료되어

연달아 읽은 책이다.

 

맡겨진 소녀를 읽을 때는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

잠깐 오버랩 되었다.

 

내용이라기보다는

문체에서 읽어낼 수 있는

시적 분위기?

 

여하튼

내가 닮고 싶은 작가였다.

 

주인공 펄롱은

가톨릭 수녀원의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석탄광에 갇힌 아이를 구해 내오며 생각한다.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펄롱은 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 펄롱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까? 펄롱은 자신의 어떤 무분이, 그걸 뭐라고 부르든 거기 무슨 이름이 있나? - 밖으로 마구 나오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래도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119 120)”

 

동시에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를 외면하지 않았던 미시즈 윌슨을 추억한다.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더 옛날이었다면, 펄롱이 구하고 있는 이가 자기 어머니였을 수도 있었다. 이걸 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 펄롱이 어떻게 되었을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120)

 

더불어 자신이 앞으로 어떤 상황과 마주하게 될지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120 121)

 

책을 읽으며 앞으로 펄롱이 대면할 고통에 대한 예감 때문에 두근두근했다. 그러나 다행히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펄롱이 석탄광에 갇힌 아이를 두고 갈등하는 장면에 이르자 생각이 많아졌다. 이처럼 사소한 일들은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인생 내내 선택의 순간을 제시하는데 그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에 대한.

 

이 작품은 현재 내가 최애하는 배우 중 한 분인 아일랜드 출신 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주연과 제작을 맡아 영화로 제작 중이라니 기다려진다.

 

 

 

 

클레어 키건 (Claire Keegan) -알라딘 제공

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욜라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어서 웨일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아 학부생을 가르쳤고, 더블린 트리니티칼리지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디언은 키건의 작품을 두고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는 그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을 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얇고 예리하고 우수하기 때문이다. 키건은 1999년 첫 단편집인 남극(Antarctica)으로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과 윌리엄 트레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7년 두 번째 작품 푸른 들판을 걷다(Walk the Blue Fields)를 출간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가장 뛰어난 단편집에 수여하는 에지 힐상을 수상했다. 2009년 쓰인 맡겨진 소녀는 같은 해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했고 타임스에서 뽑은 ‘21세기 최고의 소설 50에 선정되었다. 최근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오웰상(소설 부문)을 수상하고,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자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키건에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이 책은 역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소설로도 알려져 있다.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 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현재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주연과 제작을 맡아 영화로 제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