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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화이트헤드 철학에 입문합니다.』미선 장강길 지음/몸학연구소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4. 2. 5.

#나의 루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잿빛이었던
아침이 지나자
맑고 푸른 하늘은
부드러운 흰 구름을
품기 시작했지.

 

 



나는 가만가만
호수 변을 산책하며
윤슬 사이로
우아하게 슬라이딩하는
몇몇 겨울새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했어.

 

 

 


그러다 깜짝 놀랐지.
어디선가
낮게 읊조리는 것들의
소리가 들려왔어.

“아, 아!
이제 깨어날까 봐
우리가 춤출 시간이야.”

호수 주변의 벚나무들이
기지개를 켜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나는 혼자 웃었지.

“그래, 예쁜 아이들아
곧 네 시간이 돌아오겠구나.
가만가만, 조심해서
그러나 팝콘처럼
요란하게 오렴.”

말도 안 되게
엇갈린 요구를 하는
내가 우스워
잠시
호수 면과
호수 주변에 펼쳐진 것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슬며시 스며드는
봄이란 놈에게
아양도 떨어보고.

그렇게
걷다, 멈추며
내 애정하는 카페에 도착해
난 에스프레소 한 잔과
피칸이 잔뜩 올라간
빵 하나를 주문하고
나의 책을 펼쳤어.

 

 

 

 

 

 



『화이트헤드 철학에 입문합니다.』
미선 장강길 지음/몸학연구소

사실을 말하면
내 산책의 목적은
화이트헤드와 친해지기 위해
몇 걸음을 걸어
그와 데이트하는 거였어.

서문에서 저자는
“왜 화이트헤드를 만나려 하는가? 라고 물어.”

나는 그저
호기심에
혹은 초짜 철학도라서
혹은 철학온라인공부모임
미래담론의 일원이라는 책임감에 몰려,
라고 대답했지만
어쩌면
언젠가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은
욕망쯤은 숨어있을 것도 같아.

지난 학기에
전공필수과목이었던
유럽의 문화와 사상 수업 중에
“서구 유럽의 철학사는
플라톤 철학에 대한
일련의 각주로 이루어져 있다.”
고 분명히 교수님이 말씀하셨는데
이 말의 주인공이
화이트헤드였다니!

 

 



누군가는
“20세기에서 이름이 W로 시작하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는
비트겐슈타인이 아니라
화이트헤드”라고 평가하기도 하지. (책 13쪽)

그러나
화이트헤드의 철학이
비대중적 소외가 된 이유는
아무래도
난해함에 이유가 있을 것도 같지.

나의 관심사는
그가 자신의 철학을
유기체 철학(Philosophy of Organism)
즉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이라고
표현했던 것들을 이해하고
내 글쓰기에
펼쳐보고 싶은 거야.

고정된 실체로서의
사물 이해가 아니라
관계와 과정이라는 시각으로
주변의 사물을 새롭게 보아야 하는
그의 철학의 세계 너머,

궁극적인 실제를 탐사하는
형이상학에 있어서
언어의 한계를 끌어안고 가면서도
이를 더 나은 방향으로
끊임없이 넘어서고자 하는
모험의 시도(책 48쪽)를
나도 해보고 싶거든.

협곡 사이로
우뚝 솟은
오르지 못할
바위산처럼
아직
아득하지만
뭐, 어쩌겠어
끌리는 데까지 가보는 거지.

카뮈의 시시포스처럼
그것이 내 운명이므로
수렴하지 않을 수 없다는
무모한 전투력마저
충동질하는 것은
또 무슨 쪼간인지?

얼마 전엔
비트겐슈타인에 반했는데
이제는 화이트헤드?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

여하튼
이 무한대의 욕망을
나는 어떤 형태로 조절해야 할지
큰 숙제를 떠안은 느낌,

섣불리 철학과를 선택했을까?

마지막으로 그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 계기는
바로 이 문구 때문이야.

The misconception which has haunted philosophic literature throughout the centuries is the notion of 'independent existence.' There is no such mode of existence; every entity is to be understood in terms of the way it is interwoven with the rest of the universe.
(몇 세기 동안 철학 문헌을 휩쓸어온 오해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개념이다. 그러한 존재 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실체는 우주 전체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기반으로 이해되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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