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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들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2018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4. 1.

(사진들은 구글에서 가져왔어요)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다워.”

 

 

 

19941021일 오전 7,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연결하는 성수대교 붕괴를 소재로 택한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 한문 학원 강사인 영지가 은희에게 들려주었던 이 멋진 대화를 기억하시죠?

 

진주에서의 여행 3일 차, 쉬엄, 쉬엄하는 여행이라 오늘 오후엔 좀 피곤도 해서 숙소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이 영화를 감상했답니다.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이제야!

 

 

 

젊은 김보라 감독은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이상하다는 것을 어찌 그리 빨리 깨달았을까요? 저는 그것이 되게 궁금했어요.

 

1초에 90번의 날개짓을 한다는 벌새처럼 14살 주인공 은희는 사랑받기 위해 서툴지만 부단한 노력을 하는데요.

 

그러한 은희에게 학원 강사 영지는 또 이와 같은 말을 해요.

 

자기를 좋아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 나는 내가 싫어질 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 보려고 해. 이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하고.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저 또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았던 때가 있었죠. 아마 앞으로도 그럴 때가 있을 듯 싶어요. 저는 가장 쉬운 말로 이렇게 말해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결국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느리게 가고 있는 저의 여정 앞에 누구라도 널 때리면 가만히 있지마, 맞서 싸워라고 했던 영지의 말을 빗댄 감독의 언어는 14살의 은희에게만 해당되는,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이순을 넘은 저를 향한 정신적 격려라는 사실에 어떻게 고마워 할까요?

 

 

 

 

 

한국의 94년 무렵은 저리도 어두웠을까? 새삼 들여다보기도 했고요. 그토록 어둡고 비열하면서도 황당한 세계 속에서도 여전히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 물었던 은희는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내고 있을까요? 여전히 반짝이는 꿈을 꾸며 살고 있을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젠가 반짝반짝 빛날 내 삶을 위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거니?” 묻고 싶었던 영화였답니다. 어쩌면 지금 충분히 반짝거리는 것은 아닌지? 은근 웃으며 말이죠.

 

그나저나, 김보라 감독님!
은희의 귀 뒤쪽 "혹"의 상징은 무엇일까요?

각색까지 감독님이 하셨던데요.

저는 혹을 어찌 되었던 제거 하잖아요.
혹의 제거를 통해 은희가 맺어온 관계들이 약간씩 변하잖아요.

부모님들이 은희를 대하는 태도는 좀 더 긍정적이고 보통 가족들의 보살핌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를 통해 은희는 보다 밝은 세계로의 진입을 이루는 것은 아닐까? 악성 종양은 아니지만 은희의 사고가 점차 확대된다는 상징은 아닐까, 그저 짐작할 뿐입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도 알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