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오늘 나의 주제는
좀 말하기 남사스런 “사랑”이다.
특강이 있어
교정을 걷는데
눈 내리는 가로수 아래로
긴 패딩을 입은
남녀 한 쌍이
남자의 호주머니에 한 손씩 넣고
서로의 몸을 부딪으며
나란히 걸어온다.
참으로 다정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사랑이란
이렇게 눈 오는 날
몸을 부딪으며
다정하게 걷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로에 대한
직감이자
흔적이자 깨달음이고 발견인
사랑,
전혀 남남이었던 상대와
무엇인가를 공유하며
나의 원하는 바를
풍선처럼 부풀려
상대의 전부가 되기보다는
상대의 부풀려진 풍선과
나란히 어딘가로 함께 가는 것인지도!
하여
나의 세계와
너의 세계가
한없이 확장되는 것인지도!
호감에서 시작된 마음이
사랑이라는 확신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갈피를 못 잡고
우리는 부대껴야만 했는지?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사랑이 아니었음을 알고
어떤 사랑은 끝이 없어 사랑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어떤 사랑은 너무 멀리 있어 끝이 없고
어떤 사랑은 너무 가까이 있어 시작이 없다는데
어느 날 나는
상대가 떠난 후
상대의 부재가
나의 마음에
얼마큼의 구멍을 만들었는지를
알아차리고
비로소 사랑이었음을
깨닫기도 하였다.
지금 나에게
사랑이란
독감을 앓았을 때
머리를 집어주고
열에 들뜬 몸을 안고
다독다독 잠이 들도록
리듬을 들려주는 일이다.
나 또한
나의 몫이었을 어떤 것을
그의 접시에 덜어주는 일 같은
보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닿아있다는 것을
가만 깨닫고
그의 마음에 온기가 드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그대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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