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산책
드디어 23학번 1학년 수업이 종료되었다.
물론 다음 주 기말시험이 남았고
정식 종강은 다음 주 목요일이지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차락차락 우산 깃을 때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홀로 우중 산책을 나섰다가 들어선 카페
포인세티아가 먼저 반긴다.
“제 마음은 불타고 있어요.”라는 꽃말을 가졌다나 어쨌다나
마치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오늘 “유럽 문화와 사상”이란 과목에서
마지막 동영상 강의인
“사랑(에로스)의 신화”에 대한 수업을 막 마친 참이라 생각이 많았는데
아리스토파네스의 에로스의 기원뿐만 아니라
플라톤의 에로스 신화까지,
특히 플라톤이 말하는 “플라토닉 러브”란 의미가
아름다운 몸을 사랑하는 아름다움의 사다리 1단계
많은 몸들에 걸쳐있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아름다움의 사다리 2단계
영혼의 아름다움이 보다 고상하고 수준 높은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깨닫는
아름다움의 사다리 3단계
지식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아름다움의 사다리 4단계와
최종단계인
아름다움의 사다리 5단계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즉 아름다움의 이데아를 사랑해 아름다움 그 자체를 관조할 수 있는 데까지 이르니
내 사랑은 몇 단계쯤일까?
라고 물으며 삐죽 삐져나오는 미소!
인간은 불사자(神)와 가사자(動物) 사이에 중간적 존재로서
불사자(신처럼 영원해지기를)가 되는 육체적 방법으로
사랑하는 대상을 영원히 소유하려 하지만
실제 대상의 영원한 소유는 불가능하므로
욕망의 대상 안에 자신과 닮은 임신과 출산으로
개체인 나를 종적으로 보존하려 하고
또 다른 정신적인 방법으로
나의 정신들을
작품과 명예를 통해 보존하려 한다는
또 하나의 에로스의 의미를 더듬으며,
내 에로스의 대상들을 소환해보았다.
어찌 보면 플라톤의 에로스적 발상이 타당도 해서
내 육체적 에로스의 단계를 못 이루었으니
정신적 에로스에 몰두하게 되는
자연발생적인 어찌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일까?
라고 물으며
차락차락 겨울비 내리는 호숫가를 걷고 또 걷고.
생각이 많아진 김에
집에 돌아와
굴전을 부치고,
오래된 와인을 홀짝이고도
뭔가 아쉽다.
내 운명은 이리 될 수밖에 없었을까?
#우중산책 #종강 #아리스토파네스 #에로스의기원 #플라토닉러브 #운명 #lettersfroma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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