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시리즈 15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현재 군산대 철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김은이라고 해요. 61년생 만학도이고 1984년에 전북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답니다. 불쑥 안면도 없는데 이렇게 교수님에게 글을 쓰게 되어 죄송합니다. 제가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면서도 또 저돌적인 면이 있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노크하게 되었어요.
제가 다시 군산대 철학과, 그것도 1학년 수시전형을 택한 것은 순전히 소설가로서 무엇인가 써야 하겠다는 결심이었고 별일이 없으면 아마 2학년 때에는 부전공으로 국문학과를 택해 교수님의 수업을 집중적으로 참여할 예정인데요. 소설가로서의 저의 야망을 느리게 나마 실현 시킬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입니다.
저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2013년 12월 초, 지리산 행복학교의 이원규 시인으로부터 시창작 수업을 듣는 중, 시인은 잡지, 미네르바에 실린 신경림 시인의“사진관집 이층“이라는 시를 소개해주셨어요. 저는 수업을 받던 중 무엇인가 저를 향해 망치를 휘두르는 게 느껴졌어요. 수업은 일박 이일 예정이었고 이미 자정을 넘은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수업 도중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어요. 새벽 3시가 좀 지나 집에 도착해 미친 듯 써대기 시작했는데 아침 10시경 그럭저럭 90매짜리 단편 초고를 완성했고 3일 동안 글의 문법, 띄어쓰기, 맥락 등를 퇴고해 3일 만에 2014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꽃은 피고 지고“라는 제목으로 응모했죠. 헐, 암 것도 모르던 제가 글쎄 그해 불교신문 신춘 문예 본심에 올랐더라고요.
저는 착각하기 시작했어요. 마치 제가 문학에 천재인 줄, 그리고 몇 년을 매달렸어요. 성과란 그 후 ”앙대여 여사와 브리태니커 박사“라는 제목으로 한라일보에 응모, 또 한 번의 본심 진출, 별로 의미도 없는, 오직 승자 한 사람에게만 영광이 허락되는 제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는 몇 년을 발버둥쳤답니다. 여하튼 덕분에 장편 5개, 중편 서, 너게, 단편은 20 여편이 지금 제 문학적 경로 안에 포함되어있죠.
쓰고, 고치고, 응모하고, 고배를 마시고, 실망해 몇 년은 손도 대지 않았던, 제 새끼들, 그것들이 요즈음 아우성치고 있답니다. 그들을 가슴으로 잉태해, 이제 손과 머리로 키워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 할 의무, 그것은 어쩌면 제 조물주가 부여한 저의 달란트이고, 유일하게 제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작업이라는 것을, 어쩌면 제 인생 마지막 남은, ”발악“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교수님,
동봉한 원고는 군산 근대의 기생 이야기를 다룬 “벚꽃”이라는 장편의 아직 퇴고 중인 작품이에요. 신춘을 통해 등단하면 정식으로 출간할 계획이었는데, 신춘을 통해 등단할 만큼 제 실력도 미비한 듯하고 제 나이가 있다 보니, 언제까지 신춘을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 내년 쯤 발간을 해야겠다 계획하고 있답니다. 군산시 문화 활동 지원 사업으로 책을 발간할 수 있는 최저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시도해볼 참이고 그것도 안되면 자비라로 출판하고야 말리라, 계획 중 인데요. 제가 염려하는 것은 과연 책으로 출판할 수 있을 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제가 교수님께 묻고 싶어서입니다. 솔직히 전 동네 작가 이상을 꿈을 꾸지만, 검증받지 못한 상태라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판에 계속 주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까지. 5,18 세대이면서 군산이 고향인 제가 군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해왔어요. 이번 해에 프로젝트를 하나 세웠는데요.
1982년 전두환 정권 시절 벌어진 군산의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인 오송회 사건을 배경으로 한 “병든 서울(가제)”이라는 경, 또는 장편을 구상하고 있어요. 내년 2월까지 초고를 목표로 얼마 전에 사건 당사자인 채규구 선생님도 뵈었어요. 제 의도를 말씀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죠.
저는 이 작품을 위해 현재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분석 중에 있어요. 화자를 누구를 세울 것인지 생각하다 쿤데라식으로 몇 명의 화자를 등장시켜 서사를 풀어가겠다는 생각이에요.
군산, 실제로는 옥구읍 상평(옥구향교)이 고향인 제가 군산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군산을 배경으로 작품을 쓰는 일을 성싶어요. 제 단편들의 배경이 거의 군산이고, 개복동 참사 같은 사건은 직접적으로 다룰 예정이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가지고 있는 원고 중에 어른을 위한 동화, ‘니체’는 현재 목표한 250매 의 초고를 썼는데요. 이 작품은 니체의 저서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쓰기 시작했어요. 니체라는 열 살짜리 아이가, 자신을 키운 할아버지와, 자신의 동화 속 캐릭터인 코야라는 알비노 당나귀와 함께 여행을 떠나, 체르노빌 근동의 프리피야티란 지역에서 나타샤라는 소녀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우르케웨라는 섬에 있는 알비노 마을인 셍게레마의 소년 부루, 그리고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전쟁을 피해 도망쳐 온 아일란이란 소년의 가족을 만나고 온 후, 혼자서만 한국의 삼호 병원 침상으로 돌아오는, 광야에서 40일 동안의 단식 명상을 하다 세상을 향한 외침을 다시 시작했던 예수님처럼, 니체 또한 친구들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병상에서 40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환타지 동화랍니다. 전 이 니체 이야기를 10살의 니체로부터 시작해, 20, 30....80까지의 니체의 이야기를 시리즈물로 써, 제 필생의 야심작으로 만들 계획이에요.
철학과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니체와 싸우고 니체를 넘어서는 작품을 써야겠다는 제 야망이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그 첫 출발이 오늘의 교수님께 드리는 이 편지인 셈이에요.
혹여 교수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아닐까, 주저하면서도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가야 하겠고 일단 출발하면 어떤 식으로든 제 의지만 있다면 방향을 찾을 수 있겠고 느리게나마 계속 전진할 수 있겠다 싶어요.
동봉한 작품은 천천히, 내년 3월 제가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될 때까지 살펴보시다가 무엇인가 제게 도움이 될 말씀을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에 대해 궁금하실 것 같아 원고 표시에 제 블로그와 인스타 계정을 적어놨어요. 블로그에 올린 글들은 그냥 잡문이고, 실제 제 소설 원고는 따로 가지고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군산대 철학과 1학년 김은
2023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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