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학번 1학년 핵심 교양으로 선택한 영화와 정신분석 수업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합니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좀 더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최근 연속적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맥베스를 읽으며 젊은 시절 스토리 위주로 혹은 인간의 양면성의 대립으로 읽었던 문장들이 헐, 이제는 문장 자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정말 깜짝놀랬죠.
햄릿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면 맥베스를 읽으면서는 문장의 간결성뿐만 아니라 응집된 시적 표현, 와! 일체의 수사 없이도 인간의 영혼의 내면을 비춰내는 문장들에 완전 홀딱 반했답니다. 원문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알라딘을 검색해보니 지나치게 많은 원서들이 나열되었더군요. 담당 교수님께 추천을 부탁 드렸어요. Oxford 혹은 Cambridge 대학 출판사를 추천하시며 저작권이 만료되었으니 유명한 셰익스피어 연구기관인 www.folger.edu에서 pdf 버전으로 다운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셨어요.
https://www.folger.edu/explore/shakespeares-works/download/#hamlet
바로 다음 날 학교 복사하는 곳에서 pdf 버전을 다운받아 복사에 들어갔죠. 이렇게 복사본을 만들고 나니, 왜 이리 가슴이 두근거리는지요. 대학 4년 동안의 프로젝트 한 개가 더 늘어난 셈입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4년 동안 원어로 읽기, 정말 근사하지 않습니까? 일반 소설을 읽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기도 할 것 같아요. 양도 양이지만 단어들의 낯섬이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이 신남, 기대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요? 여하튼 이 모든 기쁨과 기대는 우선 준비되어있는 제 용량이기도 하지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교수님의 혜안이라고 한다면 제가 좀 아부를 떠는 것일까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탄 맥베스의 고뇌, 고뇌하는 인간은 아름답다라고 하며 저는 악을 실행하고 고민하고 끝내는 죽음에 이르는 맥베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는데요. 이 캐릭터 자체의 아름다움에 홀딱 반했다고 할까요? 제 안의 악의 욕동이 맥베스에게 자연적으로 끌렸던 것인지, 혹은 제가 가지지 못한 그 성장에 매료 되었는지, 제 왜곡된 투사일까요?
아래는 맥베스 과제입니다.
A4 두 장 분량으로 작품 속 등장인물의 이름, 막과 장을 표시한 인상적인 대사를 선택해 쓰고 그 대사를 선택한 이유를 제시하라는 것이었죠.
영화와 정신분석 독서 감상문
맥베스: Linn 출판사의 셰익스피어 4대 비극(김성진 편역)을 참고했음.
1. A: 작품 속 인상적인 대사를 선택해 쓰시오. 등장인물의 이름, 막과 장을 표시 하십시오.
B: 대사를 선택한 이유를 제시하시오.
A: 맥베스(독백) ‘두 가지는 맞았다. 왕위를 건 장대한 연극의 서막이다. (중략) 눈앞의 공 포는 두려운 상상에 비하면
정말 미미한 것. 살인이라는 내 생각은 아직 공상에 불과한 데도 완전한 내 왕국을 뒤흔들고 마음의 기능은 억측에
질식되어 눈에 띄는 거라곤 환 영뿐이다. (1막 3장)
B: 마녀들의 예언대로 맥베스는 코오더 영주가 되었다. 왕위를 건 자신의 장대한 운명이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그렇지만 아직 그는 질문하고 의심하고 무게를 측정하고 자신의 운명의 정당성을 찾으려 하지만 한편으론 앞으로
전개될 미래의 상상으로 괴로워한다. 철학하는 인간의 전형을 보여준다.
2. A: 맥베스(독백): 컴벌랜드 공이라! 그것은 하나의 계단, 내가 그것에 걸려 넘어지느냐, 뛰 어넘느냐가 문제다. (중략) 그 일을 해야만 한다. 그 결과를 눈이 보면 끔찍하고 무서움 에 몸서릴칠 일을 …. (1막 4장)
B: 맬컴이 컴벌랜드 왕자로 즉위했다는 소식에 맥베스는 좌절하고 분노한다. 별들에게 그 빛을 거두라는 것은 왕의
지위를 취소하란 은유이겠고, 검고 깊은 자신의 욕망이 드러 나지 않기를 소망하는 구절로 마녀들의 예언이
자신의 운명이라면 그것이 끔찍하고 무 서워 몸서리칠 일이라도 불사하겠다는 맥베스의 의지의 표명이다.
선악의 갈림길에서 악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겠다는 그는 나에게 영웅적이다. 어떤 선택이든
선택하였으면 끝까지 가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 다만 악이라는 색을 가졌다 는 것이 문제일뿐이지만.
아마도 내 자신이 가지지 못한 저돌적 기질의 멋진 예를 보는 것 같아 속이 다 후련했다.
3. A: 맥베스 부인: 까마귀까지 쉰 목소리로 덩컨의 비극적인 운명을 예고하는 듯 저렇게 울 어대는구나! (중략) 그리하여
하늘도 그 검은 장마 속을 들여다보고 ’안돼! 그만둬!‘라고 외치지 못하게 해다오! (1막 5장)
B: 맥베스 부인은 왕 덩컨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앞에 두고 맥베스나 자신이 약해지지 말고 잔인한 마음으로 가득 차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도록 자신을 몰아간다. 욕망의 극 적 추구, 그 뒤에 무엇이 오건 가고야 말겠다는 의지,
여성으로서 참 멋진 캐릭터이다.
4. A: 맥베스(독백): 이 세상에서는 영원한 시간 속의 이쪽 여울인 현세에서 모든 일이 끝난다 면 내세는 무시해버리겠다. (중략) 아, 내게는 내 흉악한 계획의 옆구리를 걷어찰 박차가 없다. 있는 거라곤 날뛰는 야심뿐, 그것도 너무 뛰어올라 자꾸 저편 너머로 떨어지려고 할 뿐이다. (1막 7장)
B: 맥베스는 왕을 암살 앞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운 마음을 고백한다. 맥베스는 여전 히 자신의 악행이 몰고 올 현세의
심판이나 내세의 결과를 궁금해 한다. 더불어 지상 과 하늘의 법칙의 평등성과 자신의 날뛰는 야심과 흉악한 계획을 무마시킬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운명이란 이름의 전차에 올라탄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다.
5. A: 맥베스: 어디선가 이렇게 외치는 것 같구려, ’이제부터는 잠을 못 이루리라! 맥베스는 스스로 잠을 죽였도다.‘ (중략)
생명의 향연에서 가장 중요한 자양분인 그 잠을 … (2막 2장)
B: 맥베스는 살인을 저질렀고 ’아멘‘이라 기도할 수 있는 영혼의 자비와, 살인으로 육체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잠,
즉 육체의 자비를 모두 잃었음을 인식한다. 욕망의 극적 추구 의 결과를 알면서도 그 길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동시에 목적을 위해 저돌적으로 진진하는 인간의 강인함의 양면성 모순 앞에 내가 취할 수 있는 스탠스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었다.
6. A: 맥베스: 평온한 내 마음의 술잔에 쓰디쓴 회한의 술을 부은 것도 그자들 때문이고 불멸 의 내 영혼을 인류의 공적인
악마에게 내준 것도 뱅코의 씨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한 짓 아닌가? 그럴 바에는 운명아, 오라! 나와 사생결단을 내자, 거기 누구냐? (3막 1장)
B: 오라, 운명이여! 나와 사생결단하자, 이 환상적 문구가 내 운명에도 스며들기를 …
7. A: 맥베스 부인: 아, 허무하구나! 욕망은 이루었지만 만족감은 얻지 못했어. 살해한 후의 이 불안한 기쁨. 이런 기쁨을
누리기보다 차라리 살해당하는 신세가 낫지 않을까? (3막 2장)
B: 초기 덩컨의 살인에 망설이던 맥베스에게 끊임없이 실행하도록 부추겼던 맥베스 부인, 양심의 가책은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갈 것임을 예견할 수 있는 부분으로 악을 실행하는 자의 괴로움보다 피해자의 신세가 더 편하지 않을 까, 라는 고백은 인간이기 에, 가능한 고뇌일 것이고, 곧 “선”을 향해 나아가고자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희망 의
단면이기도 하다. (나만 그렇게 믿고 싶은가?)
8. A: 맥베스: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 (중략) 물러가라! 이 흉측한 그림자야! 이 헛된 환영아! 썩 물러가라!
(3막 4장)
B: 맥베스는 그를 위해 마련된 식탁에서 암살당한 뱅코의 유령(일종의 양심의 가책의 은유) 을 본다. 그의 연회는 이제
유령에 의해 점령당하고 그럼에도 맥베스는 유령, 즉 자신의 양심 가책에 도전한다. 악을 향해 나아가는 욕망과 그것 에 저항하는 양심의 첨예한 싸 움, 그야말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 아름다운 인간의 싸움!
9. A: 맬컴: 슬플 때는 엉엉 소리내 울어야 하오. 슬픔을 입 밖으로 토해내지 않으면 심장에 스며들어 결국 그것을 파멸시키
고 맙니다. (4막 3장)
B: 나 자신에게 하는 말로 들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탄 맥베스의 고뇌, 고뇌하는 인간은 아름답다, 에 한 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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