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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사랑에 대한 단상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2. 24.

<사랑에 대한 단상>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도 우주가 되는 게 사랑이라고.”

 

어디선가 마주쳤던 이 글을 보며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싶었답니다, 뭔가 수다를 피우고 싶은, 사람이 그리웠을까요?

 

이 나이에 왠 사랑 타령일까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얼마 전 어떤 지인이 살짝 건네준 이야기가 있어 용기를 냅니다.

 

제 어머니는 요, 이순(耳順)이 넘으셨는데 아직도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보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보는 것이 꿈이라고 해요.”

 

짝짝짝!!! 박수라도 치고 싶었습니다. 나 역시 언젠가 내 인생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한번은 같이 살아보고 싶은 희망을 저버리지 못하는, 아직도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내 동지들이 사방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모든 사랑의 형태, 거의 짝사랑의 경험이었지만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훌쩍훌쩍!!! ‘나는 왜 그렇게 남자 복이 없는 겨, 예쁘지 않아서, 뚱뚱해서, 지랄 같은 성격 때문에. 훌쩍훌쩍!!! 그 원인을 분석해보고자 읽었던 심리학책 몇 권도 위로가 되지 못할뿐더러 더욱더 모호해지는 원인에 머리가 아프고 가슴도 아프고 해서 그만 멈춰버리고 말았답니다. 지금은 그냥 내 복이 거기까지인가 봐. 그냥 그러려니, 그렇게 살지 뭐. ㅋㅋㅋ 그랬다가도 언젠가 언젠가는 꼭꼭 나도 남들처럼 그렇게 사랑이란 걸 해 볼 수 있었으면,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내가 안타깝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 그 소망을 이루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끝 간 데 모를 욕망이라니!

 

언젠가 어느 사람에게 만난 지 며칠도 안 돼서 이런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I want you, I need you, I **** you." ㅎ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친 솔직함이었고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얼마 전 책을 읽는데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로 유명한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해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내가 당신을 사랑해서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라고 말한다.

 

얼마나 사랑에 대한 절묘한 분석입니까? 이 구절을 읽고 그때의 내 메시지를 보낸 시점의 성숙 되지 못한 사랑에 대한 후회감이 밀려오기도 했답니다. 아마 미래의 어느 날 내가 사랑을 다시 하게 된다면 나는 이제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논어 1210장에 나오는 애지(愛之) 욕기생(欲其生)” 한문이라서 분분한 해석이 있겠지만 제 나름으로 해석을 한다면 사랑한다는 것은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라고. “그래서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나도 살아야 하겠기에내가 생각해도 감동적인 사랑 고백이 될 것 같지 않습니까?

 

 

 

 

오늘 사랑에 대한 수다를 이렇게 펴다 보니 며칠 전에 읽은 고 장영희 교수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 읽은 Elizabeth Barret Browning과 그녀의 남편 Robert Browning 러브스토리를 소개하고 싶어집니다.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그녀의 미소 때문에, 그녀의 모습, 그녀의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내 맘에 꼭 들고

힘들 때 편안함을 주는 그녀의 생각 때문에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나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해 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사랑은 그렇게 잃을 수도 있는 법.

내 뺨에 흐르는 눈물

닦아 주고픈 연민 때문에 사랑하지도 말아 주세요.

당신의 위안 오래 받으면 눈물을 잊어버리고

그러면 당신 사랑도 떠나갈 테죠.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으로 당신 사랑 오래오래 지니도록."

 

 

마흔 살의 노처녀이자 장애인이었던 엘리자베스 배릿이 당시로서는 무명 시인이었던 여섯 살 연하의 로버트 브라우닝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이면서 쓴 연시랍니다. 현재는 문학사적 위치가 남편의 명성에 가려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녀는 남편보다 훨씬 유명한, 워즈워스의 뒤를 이을 계관시인의 후보로 꼽히는 시인이었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재기가 뛰어나 네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던 그녀는 이미 열한 살 때 '마라톤 전쟁'이라는 4권으로 된 서사시를 발표했답니다. 유복한 가정, 아름답고 전원적인 환경 속에서 시재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배릿의 소녀 시절은 행복했답니다. 그러나 열다섯 살 되던 해에 그녀는 말에 안장을 얹다가 척추를 다치고 다시 몇 년 후에는 가슴의 동맥이 터져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답니다.

 

 

 

 

1844년에 출판된 '시집(Poems)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젊은 시인 브라우닝은 1845110일 지금은 유명해진 다음과 같은 대담한 편지를 쓴답니다.

 

"배릿 양, 당신의 시를 온 마음 다해 사랑합니다. 당신의 시는 내 속으로 들어와 나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온 마음 다해 그 시들을 사랑하고, 그리고 당신도 사랑합니다."

 

그해 봄 그는 그녀를 방문하고, 그 후 그들이 결혼할 때까지 약 2년 동안 나눈 연서만 해도 두꺼운 책 두 권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런 두 사람의 사랑은 이미 딸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던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두 연인은 브라우닝의 친구 한 명과 엘리자베스의 하녀만이 참석한 가운데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엘리자베스의 건강을 위해 기후가 따뜻한 이탈리아로 떠난답니다.

 

 

 

그곳에서 브라우닝 부부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으며, 사랑의 힘은 생명의 힘까지 북돋아 배릿은 1849년에 아들을 순산했고, 15년 동안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후 1861629일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답니다.

 

참 감동스러운 러브 스토리입니다. 나는 그녀의 시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를 더 좋아합니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방법을 꼽아 볼게요. 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만큼, 넓이만큼, 그 높이만큼 당신을 사랑합니다."

 

 

 

 

 

미래의 어느 날 나는 내 인생에 꼭 이 시를 빌어 사랑 고백을 할 날을 희망합니다. 오늘 아침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술렁거리길래 서가에 꽂힌 책들을 훑어보다 릴케의 1982년 초판 릴케의 인생과 예술 젊은 영혼이여 깨어 있으라' 라는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책갈피에 1987418 일자 내 서명이 있는 것을 보니 자나 깨나 내 청춘에도 낭만적 사랑에 대한 꿈을 꾸었었나 봅니다.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에 대한 릴케의 말을 빌려 봅니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불 속에 던져지는 일과 같다. 사랑을 주는 것은 마르지 않는 기름으로 불을 밝혀 빛을 내는 일과 같다. 사랑받음은 소멸을 뜻하고, 사랑을 주는 것은 지속을 의미한다.”

 

역시 사랑의 시인이 바라다보는 사랑은 통찰력이 있어 내가 하는 사랑 쪽에 더 무게를 두는 듯합니다.

 

그는 "사랑은 초기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합일, 조화가 아닙니다. 사랑은 우선 홀로 성숙해지고 나서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즉 먼저 나 스스로의 성숙한 세계를 이루고 나서 다른 사람의 세계로의 합일을 꿈꾸라 그런 말이 아닐까 합니다.

 

그의 시 '사랑에서'는 젊은 날 다가올 사랑에 대한 환희를 맛보게 했던 적도 있습니다.

 

 

사랑은 어떤 모양으로 내게 왔는가?

빛나는 태양처럼 왔던가,

꽃보라처럼 왔던가,

아니면 기도처럼 내게 찾아왔던가

말하여 다오.

 

하나의 행운이 반짝이면서

하늘에서 녹아내려

날개를 접고

내 꽃피는 영혼 속에 커다랗게 도사렸습니다.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의 시집을 주문했습니다.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입니다. 이 설렘은 미래의 내 사랑도 함께 올 것 같은 희망 때문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이성적인 사랑의 모습은 아니겠지요. 어떤 것에 대한 열정, 확대하면 삶 자체에 대한 환희와 열정과 기대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