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문화관광국에서 이 글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이가령감독의 추천으로 듣게 된 '영화 속의 모던을 찾아서'란 10번의 강좌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듣게 되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첫째 날, 음악회의 감동부터 마지막 김대현 감독님의 ‘한국 단편영화사’까지, 매 강좌마다의 화두는 뚜렷한 여운을 남기며 많은 생각들을 용솟음치게 하더군요. 마치 제 인생 수십년 동안 깊게 웅크리고 있었던 마음속 마그마들이 꿈틀거리는,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는 것 또한 그 조각 중 하나가 눈치를 살피며 살포시 끓어 올라 용암으로 배출되는 화산 폭발의 그 첫 출발이 아닐까, 여하튼 부끄럽지만 호들갑을 떨어보네요.
매 강좌가 끝날 때마다 저는 그 주제들에 흠뻑 젖어 제 인생의 과거 어느 시점을 되돌아보았는데요.
2009년 지곡동에 ‘카페 숨’이라는 간판을 달고 북카페를 시작했던 적이 있었죠. 제가 가지고 있던 2000여장의 디비디와 다수의 책들로 그럴듯한 문화 공간을 만들자, 어쩌면 고독한 혼자만의 누림에서 누군가 연대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각자의 감동으로 제 작은 촛불과 그들의 불빛이 합쳐질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따뜻하고 밝아지지 않을까, 제가 누렸던 인생의 행운을 이제는 펼쳐 누군가의 행운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그런 꿈 말이죠. 음악회며,영화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기,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4개월쯤 값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음식점으로 전환되고, 팔자에도 있었을까요? 오너쉐프가 되어 몇 년쯤 고생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한 출발이었지만 제 인생의 이런 실패들이 제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며 제 색깔을 분명하게 깨닫게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미소 짓게 했던 시간!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이 10여 년이 지나니 이렇게 공식적 타이틀, 정담 시네마의 인문학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영화 속의 모던을 찾아서'란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저는 비록 강의를 듣는 청중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매 강좌를 듣고 난 후에는 생각이 많아져 줄곧 새벽까지 뒤척거리곤 했는데요.
1.
특히 맹수진 평론가님의 “한국 영화 여성 캐릭터 발전사”편은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 진행되는 주제와 멋진 화면들과 호기심을 끄는 촬영기법 혹은 배경 음악들을 즐겼던 영화 보기를 넘어
다각도적인 영화 감상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구나, 절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2.
문관규교수님의 ‘8월의 크리스마스’와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중심으로 한 “군산 영화의 장소성”편에선 군산 시민들에게 많은 숙제를 남기는구나, 가당치 않은 군산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도 했답니다. 강의는 소재와 맞물리며 주로 위 영화들과, 타짜 같은 군산 배경의 잘 알려진 영화들을 말씀하셨지만 강의 후 군산을 배경으로 촬영된 한동욱 감독의 ‘남자가 사랑할 때(2014년)’를 필두로 전수일 감독의 ‘핑크(2011년), 아메리카 타운(2017년)’ 등이 거론되며 잠깐 열기를 돋구었는데요. 저는 제 모교였던 상평초를 배경으로 했던 이정범 감독의 ‘열혈남아(2006년)’가 생각나기도 했답니다. 이 밖에도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올 로케는 아니지만 곽재용 감독의 영화 ‘시간 이탈자(2015년),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2013년),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2007년),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2010년),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2012년), 등등 군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네요.
제가 말씀드렸던 ’숙제‘란 군산을 배경으로 한 이러한 영화들을 함께 보고 감상평을 나눌 수 있는 “영화 속 군산”을 논하는 동호회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감상평과 더불어 감독의 서면 인터뷰들을 추가한 글쓰기를 한 후 모인 글들로 책을 만들고, 군산을 배경으로 한 여행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면 어떨까, 하는, 솔직히 모던만을 테마로 한 군산 관광에는 한계가 있고 그것을 타계하기 위한 방법적 모색 측면에서 “한국 영화 속의 군산의 장소성”을 확대시키면 어떨까, 그것도 시민의 힘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고향을 사랑하는 군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난데없는 책임 의식이 싹텄다고나 할까요.
3.
김대현 감독님은 마지막 강의 “한국 단편 영화사”를 말씀하시며 군산의 시네마 테크에 대한 언급을 하셨는데요. 특히 월명동 초원사진관 앞에 있는 “명진토건(구 남조선전기주식회사)” 건물의 활용 방안에 대한 거론은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제안이라는 생각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게 되었답니다. 군산을 찾는 외지 관광객들의 100퍼센트는 현재 ’초원사진관‘을 방문해 인증 사진을 찍는데요. 바로 그 건너편의 현재 비어있는 명진토건 일 층에 군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전시 갤러리와 함께 상시로 ’8월의 크리스마스‘를 상영하는 작은 영화관을 만들고 건물 2층에는 독립 영화를 찍거나 영화에 관련된 시민들의 동호회를 위한 공간을 만든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군산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명소가 될, 시네마테크의 한 중심축, 혹은 상징으로서의 의미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감독님의 제안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요?
듣기로는 현재 군산시 일원에선 “군산 미디어 센터”를 만들자는 의견들이 분분하다는데, 신축하는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최적의 위치에 있는 명진 토건 건물의 활용 제안은 아마, 수십 년을 한국 영화에 헌신했던 김대현 감독님의 혜안과 시민들이 함께 한다면 실현되어야 할 프로젝트임이 분명하다, 에 한 표를 던져 봅니다. 또한 제가 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랍니다.
10강 마지막 강연이 끝난 후 뒤풀이에서 이 프로그램을 주최했던 “군산대학교 국립대학육성사업추진단“의 군산대 미디어문화학과 오원환교수님과의 한담에서 강의를 주최해주신 고마움과 함께 군산대가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질 좋은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제 소망을 말씀드리기도 했는데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대답하시는 교수님의 순수한 미소에 저도 팬이 될 것 같더군요. 군산대와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기대되는 순간이었죠. 또한 소외된 문화권에서 살고 있다는 제 아쉬움은 ”우리 스스로“가 해결하자는 젊은 몇몇 분들의 뜨거운 결의와 환호로 차후 발전될 군산 시네마테크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는데요. 저에게도 그 뜨거움이 전달되어 이 글을 쓰는 동기가 되었으며 이가령감독님이 말씀하신 ”영화 함께 보며 토론하기“ 와 ”영화 시나리오 쓰기“ 같은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활동하게 될 내일의 시간대엔 제가 다시 20대로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은밀한 제 사적 꿈을 꾸게도 했답니다.
'영화 속의 모던을 찾아서' 란 주제를 위해 헌신하신 주최자분들, 윤중강, 전찬일, 강성률, 조명진, 맹수진, 문관규, 황두진, 전양준, 최낙용, 김대현 강사님들에게는 고마움을, 특히 참석해 열렬한 환호를 보내신 저와 같은 관객님들의 그 뜨거운 열기가 이제 다시 한 번 ’군산의 봄‘을 꽃 피우게 할 그날을 기다리며…… 이만 총총!!!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보연작가/마중시루전/전북도립미술관 (0) | 2023.02.18 |
---|---|
소망하나, 언젠가 꿈이 이루어지길 . (0) | 2023.02.17 |
새로운 한 달 프로젝트 - 필사할 결심 (0) | 2023.02.11 |
봄맞이 - 내 애정하는 초록이들에게 (0) | 2023.02.11 |
입학선물 (0) | 2023.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