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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 )의 소설 납장미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9. 2. 11.

 

 

 

 

 

악과 죄는 별개의 것이다.

생명이 존속하는 한 악은 끊이지 않는다.

악을 모조리 죄로 여기는 이분법은 생명 그 자체의 전적인 부정을 뜻한다.

선과 마찬가지로 악 또한 생명의 존재 방식을 증명하는,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소중한 요소이다. (마루야마 겐지, 납장미 P435 436)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문학계의 신인문학상을 수상한데 이어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면서 일본문학 사상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란 타이틀을 얻게 되었던 일본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 일본 나가노 현[長野縣] 이에야마[飮山], 1943. 12. 23)1966년 데뷔작 여름의 흐름으로  일본문학 사상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란 타이틀을 얻었고 이 기록은 200419세의 와타야 리사[綿矢りさ]20세의 가네하라 히토미[金原ひとみ]130회 아쿠타가와상을 공동 수상할 때까지 37년이나 계속되었다.

국어교사인 아버지 밑에서 3형제 중 둘째로 태어나 어린 시절 오마치[大町]로 이사해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살았다. 그 후 아버지가 시이노[竹丹]로 전근 가자 그곳에서 쓰메이중학교[通明中學校]를 졸업했다. 중학교 시절 백경 Moby Dick을 읽고 감동을 받아 선원이 되려고 센다이공업고등학교[仙台工業高等學校]에 입학했지만, 낙제하여 선원이 되지 못했다. 1963년 도쿄[東京]의 무역회사에 취직했으나, 다음 해 회사가 도산하게 되자 탈출구를 찾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그 동안의 무절제한 생활을 바로잡고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해 일본 북부 산악지역인 오마치로 돌아가 소설 쓰기에만 매진하고 있다.

마루야마 겐지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작가로, 엄격한 삶의 의식에서 나오는 독자적인 시점과 독특한 문체를 지향하는데 평론가들 중에는 그의 작품을 가리켜 시소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물의 가족 家族(1989)·혹성의 샘 惑星·천일의 유리 千日瑠璃(1992)·천년 동안에 いの(1996) 등과 소설집 아프리카의 빛·달에 울다 (1986), 그리고 에세이로 소설가의 각오 說家覺悟·산 자의 길 生者(2000) 등이 있다.

 

내가 그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평론가 신형철님의 소개로 달에 울다란 시소설이었다. 환상과 현실 사이,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펼치던 스토리 텔링뿐만 아니라 그의 절제된 아름다운 문체, 왜 평론가들이 그의 소설을 시소설이라 일컫는지 실감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오늘의 두 번째 그의 소설 납장미,

 

영화 '철도원'의 주연배우인 다카쿠라 켄, 그의 존재를 카메라 대신 펜을 사용해 온전히 되살리고자 시도했다고 하는데 책의 앞부분의 다카쿠라 켄의 사진은 악의 극한까지 치달았던 주인공 '겐조'가 감방에 홀로 멍하니 앉은 모습을 다카쿠라 켄이 연기하고 마루야마 겐지가 직접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마치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듯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는 이 소설은, 한때 악명 높은 야쿠자 두목이었던 겐조가 15년의 형기를 마치고 귀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70이 낼모레, 보잘것없는 늙은이가 된 겐조는 인생의 말년을 조용히 보내고자 고향인 회귀도로 돌아오지만, 기다리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와 밝혀진 배신자의 정체,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딸의 생존 소식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되어진, 주인공 겐조의 심리 묘사의 탁월성과 다시 지루하다 싶지만, 또 술술 익히는 장점을 가진 소설로 노쇠하고 헐벗은 육신을 있는 그래도 인정하고 그래도 살 때까지는 살아가겠다는, 남성적 기백이 웅장하게 표현된 소설, 끝까지 투쟁하는 소설의 주인공 겐조를 통해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한다면 파탄 밖에 얻을 게 없다.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이 온전히 자신이기 위해 투쟁할 필요가 있는 순간이 닥친다. 기르는 개라면 목걸이를 풀어내고, 들개라면 그저 마구잡이로, 지더라도 투쟁할 각오가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마치, 까뮤의 시지프의 신화를 연상케 하는 메시지, 인간의 실존의 위대함을 엿보게 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