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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스톤 다이어리/캐럴 실즈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10. 21.

   “이 즈음의 햇살을 보고 있노라면 까닭 없이 심장이 시근거려.”

   “심장뿐이냐? 난 배꼽 부근에서 시작해 목구멍까지 시근거리던데. 때가 왔나봐.”

   “응, 그분이 가까이 오시는 게 보여.”

   “넌, 그분이 오시는구나, 난 내 스스로 그분에게 걸어가는 것 같은데”

    죽음이라는 화두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눈앞의 풍경에 넋을 놓으면서도 회한 다음에 찾아오는 인생의 덧없음에 대한 슬픔을 어찌할 수 없는 즈음이다. ‘스토너’를 거쳐 ‘스톤 다이어리’를 연이어 읽은 까닭일까?


   ‘스톤 다이어리’는 너무 뚱뚱해 임신했다는 사실도 모르다가 자신을 낳고 죽어버린 어머니, 그로 인해 탄생과 동시에 불행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며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 같았던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한 여인의 일백여 년에 걸친 유장한 투쟁사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데이지 굿윌은 역사적 우연 때문에, 경솔함 때문에, 무지 때문에, 기회와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오랜 생, 유화, 스키, 항해, 알몸 수영, 에메랄드 보석, 담배, 오랄 섹스, 피어스, 물침대, SF, 포르노 영화, 종교의 무아경, 같은 스릴도 경험하지 못한, 자신이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큰 소리로 '사랑해, 데이지'라고 말하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과 존경을 받으면서 살았지만 죽음 직전 그녀는 항상 혼자였음을 느끼며 "난 평온하지가 못해"라고 뇌까리며 죽음을 맞이한다.

   데이지의 딸 앨리스는 죽음에 맞선 어머니와의 대화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어머닌 살아오는 동안 행복하셨어요? (...) 살아볼 만한 인생이었나요? 이를테면 어떤 그림이나 커다란 건물을 바라보거나 책 속의 어느 한 구절을 읽으면서 세상이 갑자기 팽창하는 느낌, 그러면서 동시에 완벽하리만큼 순수한 어떤 핵으로 응축되는 그런 느낌을 맛보신 적이 있었나요? 제 말뜻을 아시겠어요? 모든 것이 갑자기 딱 들어맞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 것 같은 느낌말이에요. 예컨대, 우리의 오타와 집 정원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런 느낌 같은 것. 제 말은 어머니의 인생이 충분한 것이었느냐는 거예요. 어머닌 준비가 되셨나요? 아니면 겁이 나시나요? 제가 뭘 해드리면 좋죠? " (p433)

   그러나 생각뿐. 대신 앨리스는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씀해 주세요.”라고 묻지만

   “뭐라고 했니, 앨리스?” 되묻고. “아무것도 아녜요. 주무세요.”라는 대답을 한다.


   스톤 다이어리를 읽는 동안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잘못 살아온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만큼 살았으면 사는 것이 더 쉬워야 하지 않니?"

  "그러게. 살 수록 더 어려운 게 인생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