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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나를 찾아야 하므로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7. 9. 4.


몇 달만에 산책을 했다.

까닭있는 슬픔이 목젖까지 이르러

꿀꺽꿀꺽.

늘 인생은 그렇게 속으로만 운다.

겨울, 봄, 여름

열병을 앓고

덕지덕지 앉은 상처의 반점들 위로

아직 여물지 못한 흉터가 아프다.

하여도

견딜 힘은 아직 남아 있다.

누군가

글쓰는 이가 마음의 각오를 적어 놓은 글을 몇 번씩 읽고 새긴다


"고독을 이길 힘이 없다면 문학을 목표로 할 자격이 없다.

세상에 대해, 혹은 모든 집단과 조직에 대해 홀로 버틸대로 버티며 거기에서 튕겨나오는 스파크를 글로 환원해야 한다.

가장 위태로운 입장에 서서 불안정한 발밑을 끊임없이 자각하면서 아슬아슬한 선상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그 반복이 순수문학을 하는 사람의 자세인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라는 글이란다.


또 누군가 그 밑에 이런 댓글을 달았더라.


"사람들은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해명할 의무가 없다."


어쩌면 그렇게 맞는 말들을 했을까? 굳이 해명하자니, 피곤하고 해명할 만큼 용기도 없다.

그저 시간이 가면 상처는 또 꽃으로 피어나리라.


며칠 전,

50 중반도 되지 않은 지인의 부고를 들었다.

내일도 보장할 수 없는 운명, 그 운명이 다 가기 전에 내가 진정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산책하는 내내, 에코처럼 스며드는 "나를 찾는 일"


그래 이렇게 나아가는 거야.

또 헤맬지라도 묵묵히 걷는거야.

가을 빛이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곧 또 그 빛조차 스러지겠지.

스러지기 전에

이처럼 제 모습대로 피어나는 것들에

나를 투사해보면,

잡초처럼 그러나 순수하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해. 

깊은 한 숨 내쉬며  걸었다.

돌아오는 내내

밀어내고 또 밀어내는 것들이 마음 깃에 자꾸 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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