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풀러
“목소리가 듣고 자퍼서야.”
용건부터 말하라는 제 말에 울 엄마의 풀죽은 목소리예요.
“왜, 또?”
저도 모르게 그만 윽박지르는 모양새가 되고 말지만 곧 후회가 따르죠. 전 큰딸인데 엄마하고 안 친해요. 아니 60을 목전에 두었으면서도 아직 한 번도 엄마를 안아준 적도 엄마의 손을 잡아 준적도 없다면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랍니다.
“넌 애기 때부터 좀 내찼어야.”
3 살배기 아이가 젖을 물려 앉혀놓으면 하루 종일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며 그때도 지금도 엄마는 저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 약간의 원망도 가진 것 같아요. 제가 한동안 제 심리적인 문제로 심하게 고민하고 아파할 적 엄마로부터 어릴 적 제 상황을 듣게 되었고 그 뒤부터는 전 저를 스스로 위로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답니다.
“그래, 외롭고 슬펐지. 내가 안아 줄게.”
60을 목전에 둔 제가 3살 아이인 과거의 저를 꼭 안아주며 속삭인다면 웃으시겠지요? 밴친님들은 가끔 진짜 그럴 때 없으신가요?
때때로 엄마 없는 아이처럼 느껴질 때. 50이건, 60이건, 죽을 때까지 우린 아마 영원히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80을 넘긴 제 엄마도 그런가 봐요.
“아직도 여섯 살 적 그때가 생각나면 이곳이 뻐근혀야.”
세월의 나이테를 숨기지 못한 제 엄마의 손이 자신의 가슴골을 문지르더군요.
“그려. 딱 이만 때였는디.”
때마침 노을빛 짙어가며 땅거미가 몰려오는 저녁 무렵, 백태가 낀 엄마의 눈동자 위로 이슬이 맺혔답니다.
“봉창문 앞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을마나 울었는지. 니 이모가 정신줄을 놓았어야.”
그렇답니다. 제 엄마의 6살 기억 중에 이런 기억이 있다네요.
제 외할아버지, 그러니까 제 엄마의 아버지가 젊을 때부터 알코올 의존도가 높았나 봐요. 석양 무렵, 아버지가 없을 때, 어린 두 손녀딸을 꼼짝 못하게 방안에 가둬놓은 채. 제 엄마의 외할머니가 자신의 딸, 그러니까 제 외할머니를 사정없이 끌고 갔다네요. 장정들까지 동원해서. 무슨 연속극 같죠. 제 엄마는 그때의 트라우마를 평생 잊지 못하고 불현듯 눈물 바람을 하곤 한답니다.
“아이고, 엄마도 참.”
뭐 어떤 위로가 소용 있겠어요? 그저 함께 긴 한숨을 쉬는 도리밖에 요.
“그런 엄마한테 태어났으니까, 이 모양, 이 꼴이지.”
못된 저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꿀꺽 삼킨답니다. 그것은 저도 그런 엄마 밑에서 태어나 눈물도 많고 때론 세상에 고아처럼 버려진 느낌이 들 때도 너무 빈번하고, 마음 속 사랑을 표현하는데 무척 서툴다는 의미도 되겠죠. 이처럼 한 사람의 운명은 몇 세대의 DNA를 거쳐 후대로 연속되어진다는 사실이 가끔씩 무척 무서울 때가 있답니다. 전 제 유전인자를 더 이상 지상에 뿌리지 않아 책임질 일이 없어 다행이다, 가끔씩 제 자신을 이런 식으로 위로한다면 웃으실거죠?
엄마의 신분으로 계신님들, 그 자리가 얼마나 행운인지, 느끼시죠? 부디 아이들을 충분히 안아주시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넘치게 해 주시길 요. 어렸을 적 채워주지 못한 갈망은 늘 인생을 허기지게 만든다는 사실을 저는 뼈저리게 경험한 1인입니다. 가끔씩은 요. 왜 저는 지극히 보편적인 일상의 일들이 부럽게만 보일까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이겠지만 다시 한 번 태어난다면 남들과 비슷한 삶을 선택하고 싶은 1인입니다.
에잇, 우울한 수다!!!
사실은요. 어제 풀러 곡들 듣다가 깜짝 놀랐잖아요.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제목만 보고선요.
무슨 이런 곡도 있데요. 해서 위키를 찾아보았죠.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or simply "Motherless Child")은요. 그들의 부모로부터 어린이 노예를 빼앗아와 사고팔던 것이 관행이던 미국의 노예제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적인 흑인 영가였데요. 초기에는 미국의 Fisk 대학학생들의 아카펠라 그룹인 Fisk Jubilee Singers에 의해 공연되어졌으나 그 후 많은 사람들에 의해 넓게 연주되고 노래되어지고 있답니다. 노래는 그들의 부모로부터 분리된 아이들의 무기력함을 전하는 절망과 고통의 표현이 되겠지요. 역설적으로 최소한 나는 엄마 없는 아이와 같이는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노래 속의 반복되는 가사인 sometimes는 희망을 노래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평면적인 글자 그대로의 해석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할까요. 엄마 없는 아이란 말은 흑인들이 고향인 아프리카로부터 분리된 노예라는 표현일 수도 있겠고요. 가족이나, 자매, 배우자, 혹은 애인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의 고통, 또는 노예의 고통을 표현하는 가령 천국인 집으로부터의 분리되는 것의 고통을 함축하는 은유라고 보아도 되겠지요. 가사도 버전도 여러 가지 있으니, 비교해서 취향을 찾으시면 좋으실 것 같아요. 저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가사 따다가 이 가수 저 가수 가사가 틀려서 머리 아팠답니다.
1. Curtis Fuller -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풀러의 이곡이 들어있는 앨범인 The Magnificent Trombone of Curtis Fuller는 레이 블 the Epic에서 1961년 발매된 것이랍니다. 하드 밥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필청인 이 앨범의 트랙은 다음과 같답니다. 한 곡 한 곡 모두 들어봐도 후회하지 않겠어요.
1."I'll Be Around" (Alec Wilder) - 3:59
2."Dream" (Johnny Mercer) - 5:12
3."Mixed Emotions" (Stuart F. Louchheim) - 4:38
4."Playpen" - 4:41
5."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Traditional) - 3:44
6."Two Different Worlds" (Al Frisch, Sid Wayne) - 5:54
7."Teabags" - 4:02
8."I Loves You, Porgy" (George Gershwin, Ira Gershwin) - 4:29
Recorded in New York City on February 6 (tracks 2-4, 7 & 8) and February 20 (tracks 1, 5 & 6), 1961
Curtis Fuller - trombone
Les Spann - flute, guitar
Walter Bishop, Jr. - piano
Buddy Catlett (tracks 2-4, 7 & 8), Jimmy Garrison (tracks 1, 5 & 6) - bass
Stu Martin - drums
Curtis Fuller -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 YouTube
http://me2.do/5Sc3XTjQ
트럼본 발라드의 부드러움을 최근에서야 느꼈답니다. 제 가슴속 뾰족한 날들을 슬슬 갈아 주는 느낌의 혼의 소리, 그것은요, 아마도 제가 무의식 저편에서 제 삶의 균형을 유지하 려는 노력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종종 들어요. 살아보니까, 진짜, Kindly, Softly, brightly, lovely, Warmly 같은 낱말들이 좋아지는 거 있죠.
2. Wynton Marsalis의 트럼펫으로 들어볼까요?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 Wynton Marsalis / Eastman Wind Ensemble
℗ 1987 SONY BMG MUSIC ENTERTAINMENT
Released on: 1987-03-17
Trumpet: Wynton Marsalis
Associated Performer: Eastman Wind Ensemble
Producer: Steven Epstein
Composer: Traditional / Traditional
Arranger: Donald Hunsberger
Executive Producer: Christine L. Reed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 YouTube
http://me2.do/GbmhqI33
3. 보컬로는
Jimmy Scott -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from "The Source" (1970), Atlantic.
Jimmy Scott - vocals ;
David Newman - tenor sax, flute ;
Junior Mance - piano ;
Eric Gale or Billy Butler - guitar ;
Ron Carter - bass ;
Bruno Carr - drums.
String Orchestra under the direction of Gene Orloff & Stewart Clarke,
arranged by Arif Marden.
Traditional. Arranged by Jimmy Scott.
Produced by Joel Dorn.
Jimmy Scott -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 YouTube
http://me2.do/50kyX8WR
제가 지금의 직업을 가지기 전 10여년 가량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답니다. 얼마 전 그 아이들 중, 이제는 시집 갈 나이에 이른 아이가 들렸어요. 사는 이야기 끝에 그 아이가 묻더군요.
"선생님, 아직도 그 약속 유효하죠?"
"으응?"
"선생님이 그려셨어요. 저희들 시집가서 아기 낳으면 언제든 보아 주신다고요. 여행 갈 때요."
ㅎㅎ. 정말 그랬답니다. 한 번도, 조카 들조차에게도 자장가를 불러 준 경험이 없다보니, 언젠가, 어린 아이를 다독이며 자장가를 꼭 한 번 불러보고 싶거든요.
"잘 자라, 우리 아가~~"
지금도 심심하면 가끔씩 연습을 하곤 하죠. 그러면 마음이 찌릿해져와요.
그 느낌 아시죠. 저는 혼자 노는 것에 거의 고수가 다 되었죠. 혼자노는 것의 즐거움이 지겹기도 하지만 때론 재미있기도 하고요.
오늘 좀 심심해서 제가 노랠 부르며 녹음 했거든요. 들려줄까, 말까요?
ㅎㅎㅎ 심심한 사람만 들어 보세요. 곧 지울거예요.
저 엄청 노래 못해요. 노래방 가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요. 박자와 리듬 감각 20프로.ㅎㅎㅎ 근데 노래 부르는 것 되게 좋아해요. 레퍼터리도 몇 개 안되고요.
젤 좋아하는 제 18번, 대전 부르스. 님과 함께, 시인의 계절, 약속, 작은 여인들, 찻잔,방랑자, 해후, 보고싶은 얼굴...그리고 산장의 여인...ㅎㅎㅎ정말 고리타분한 노래들이지만 저에겐 이 노래들이 제 명곡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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