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콜트레인 / Naima
성삼재에서 직선코스인 노고단에 이르는 길은 약 3.4km,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한 거리를 저는 늘 2시간 이상이 요구되는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나들이 가듯 그렇게 오르곤 하죠. 노고단 정상에 닿기 전, 그러니까 정상 개방 시간에 맞추려면 잠시 정상 노고단의 목전에서 가깝게, 혹은 멀리로 지리산 능선들을 바라보게 되는데 벽소령과 세석, 장터목을 거쳐 언젠가 한 번은 꼭 천왕봉에 또 다시 오를 수나 있을까, 묻곤 한답니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저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마치 제가 지리산의 품 안에 담뿍 안긴 것처럼 착각에 빠지곤 한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저는 지금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오르듯 슬슬 재즈라는 천왕봉, 아마 꿈으로만 바라보게 될 그 지점을 향해 산책로를 걷는 기분으로 한 여름의 야생화들과, 잠자리 떼를 동무삼아 콧노래까지 부르며 그렇게 오르는 느낌이랄까요. 보이는 준령들을 거치려면 어느 세월에, 저 자신에게 의문을 가지면서도, 또 사박사박 걷게 되는 이 기분, 이해되시죠? 그런데 말이죠. 저 지금 노고단 목전에서 개방 시간을 몇 번이나 지나치면서 도대체 움직이지 않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답니다. 아직 무슨 말일까, 이해할 수 없으실테니, 잠시 썰을 좀 자세히 펼쳐 보이겠습니다. 관심 無인 분, 입 삐죽이는 분, 그대로 직진해 음악만 감상하시길!!!
그러니까, 제가 말이죠. 삐가뻔쩍한 남의 차(재즈 잡지나 책)를 타고 성삼재에 내렸다죠. 그저 지리산이라는 재즈의 준령들을 쫓아서 말이죠. 천천히 오르다보면 못 오를리 없을 것이란, 무식한 용기에 의지해, 노고단(콜트레인)을 향해 쉬엄쉬엄 오르다, 헐, 갈증이 나기도 하고, 힘도 들고, 까마득한 노고단 정상을 보니, 쓸데없이 용을 쓰고 있나, 자신에게 묻기도 하며. 어찌했든 노고단의 목전에 이르렀는데 왜 눈앞에 보이는 노고단(콜트레인)을 향해 쉽게 발을 떼지 못할까요? 제가 콜트레인의 Good Bait를 2월 21일 링크하더니, 그간 쭉 달콤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이지 리스닝 위주의 곡들만 링크했더군요. 바로 콜트레인의 5번째 정규앨범 Giant Steps을 거쳐야 다음 6번째 Coltrane Jazz로 넘어갈 수 있는데... ㅎㅎㅎ
아무도 관심 없으시겠지만, 전 왜 제가 Giant Steps을 넘지 못할까, 혼자 무참하게 웃다가, 또 어느 새벽엔 눈물을 흘리다가, 오늘 아침엔 결심에 결심을 했답니다. 바로 Giant Steps의 트랙 속, 곡 Naima 때문이었죠. 까닭 없이 왜 Naima에서 걸렸겠어요?
Naima는 1959년 존 콜트레인에 의해 작곡된 발라드죠. 곡명은 그의 첫 번째 와이프인 Juanita Naima Grubbs의 이름에서 온 것이고요. 이 곡은 레이블 Atlantic에서 발매된 그의 앨범 Giant Steps에 처음 나타나 낮은 음역대 위로 다양하고 풍부한 코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고 합니다. 간단한 피아노 솔로뿐만 아니라 느리고 억제된 멜로디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네요. 콜트레인은 The Complete 1961 Village Vanguard Recordings, The Complete Copenhagen Concert, Afro-Blue Impressions,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Again!, 등의 앨범에 수록하기위해 수차례 "Naima"를 녹음했고, 이제 곡, Naima 는 명실 공히 재즈 스탠더드가 되었다고 말 할 수 있겠네요.
(곡 Naima는 존의 첫번째 부인인, Naima를 향한 연애편지로 작곡되었습니다. 콜트레인은 1953년에 베이스 주자인 Steve Davis의 집에서 Naima Grubb 을 만납니다. 필라델피아 출신인 Naima는 이미 이슬람으로 개종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녀가 콜트레인을 만났을 당시에 먹고 살기 위해 재봉사로 일하고 있었고 5살 난 딸 Antonio (나중에 Saeeda 로 바뀜)가 있었다. 콜트레인은 Naima 를 짧게 "Nita" 라고 불렀습니다. 1954년 콜트레인의 점점 심해지는 헤로인과 알콜 중독증은 연주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필라델피아로 돌아온 후 먹고 살기위해서 지역 R&B 밴드에서 연주를 해야 했어요. 그곳에서 어릴 때 친구인 테너 연주자 베니 골슨을 만나게 됩니다. 1955년 10월 콜트레인이 마일즈 데이비스 5인조와 계약을 체결한 직후, 콜트레인과 Naima 는 결혼을 합니다. 둘과 딸은 1956년 뉴욕으로 이사를 갑니다. 그때 데이비스는 5인조를 접는데 콜트레인의 중독증상과 예상치 못한 행동과 연주 때문이었습니다. 1957년 봄, 콜트레인은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1961년 랄프 글리슨에게 말했습니다.
"알다시피 난 개인적인 위기를 겪었습니다. 지금 빠져나왔습니다. 잘 겪은 것은 아주 운이 좋았고 지금 할 수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음악을 연주하는 것입니다".
변화의 시기는 혹독했습니다. 콜트레인은 필라델피아 집으로 돌아갔고, 마일즈가 초기에 그랬듯이 몸을 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머니의 집에서 침대에 누워 아내가 가져다주는 물만 먹으며 헤로인과 술의 유혹을 견뎌냈습니다. 1957년 8월, 세 명의 가족은 뉴욕 센트럴 파크 서쪽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콜트레인은 정신이 맑았고 여러 장의 프레스티지 녹음을 했고 마일즈는 새로 만드는 6인조에 콜트레인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1959년 초반에 콜트레인은 마일즈의 그늘 하에서 창의적인 생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959년에 콜트레인은 데이비스와 별도로 애틀랜틱 사에서 녹음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1월에 Bags and Trane 을 녹음했고, kind of blue 녹음 사이에 giant steps 의 곡들을 녹음했습니다. Giant steps 의 발매와 평론가들의 극찬 이후 콜트레인은 데이비스 밴드를 탈퇴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4인조 밴드를 구성해서 영적이고 모달 개념을 시험하기 시작했습니다. 1963년 콜트레인과 naima 는 결혼에 문제를 겪었고 1960년 이후 콜트레인은 여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인이 이혼의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콜트레인은 naima 와 결혼 후 연주자로 성장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가정을 꾸리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콜트레인은 naima 가 떠나가야 할 반주자인 것처럼 이혼을 처리했습니다.
"그의 인생에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Naima 의 진술.
"난 언젠가는 일어날 거라고 느끼고 있었어요. 존이 1963년 여름 집에서 나갔을 때 놀라지 않았어요. 그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어요. 할일이 있다는 말과 함께 옷과 색소폰을 가지고 나갔어요. 호텔이나 어머니 집에서 머물렀어요. 그가 한 말은, " Naima, 난 변화하고 싶어" 였어요."
둘은 1965년 공식적으로 이혼했어요. 콜트레인은 즉시 Alice McLeod 와 결혼했어요. 남은 여생동안 그는 Naima 와 연락하고 살았어요. 1964년, 그는 Naima 에게 전화해서 그의 연주의 90%는 기도일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콜트레인을 지원하고 연주자적인 영감을 주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Naima 는 완전히 잊혀져 있었습니다. 그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재즈에 미친 간접적인 영향도 알려져 있진 않습니다. 최소 콜트레인의 최고의 곡에는 그녀의 이름이 있고 음악적으로 그녀의 영향을 느끼게 해줍니다. Naima 는 심장마비로 1996년 10월에 사망했습니다. www.jazzwax.com 의 글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출처] 콜트레인과 Naima |작성자 bbjazz
작년 7월 10일에 제가 재즈피아에 이 곡의 링크를 걸었더군요. 그러면서 뭔가 수다를 피웠을 텐데 지워버렸네요. 요는 그거였어요.
그 당시, 제가 사랑의 열병에 혼수상태쯤 되었을 때였답니다.
“날마다 Almost Blue를 들어요.”
상대에게 그렇게 메일을 썼죠. 그 말은 당신 때문에 제가 날마다 거의 블루, 블루한 상태라는 은유였죠.
“콜트레인의 Naima도 들어봐요.”
상대는 지나가는 말로 그렇게 대답했고, 저는 그 당시 눈에 뵈는 게 없었던 까닭으로 날마다 수 십 번씩 Naima를 들으며 상대의 은유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죠. 참말로, 미친 짓 아니었겠어요. 이 나이에 말이죠. 그리고 얼마 전 제 독서토론 멤버들이 이렇게 묻더군요.
“샘, 우리 거기 가, 1박 하고 영화사 사무실도 들려보아요. 궁금해요.”
상대가 자기에게 오면 자신의 영화사 구경도 시켜주고, 편집 과정도, 스텝들도 만나게 해준다고 그랬었거든요.
“싫어.”
평소에 단호한 말투를 싫어하던 제가 그렇게, 아주 단칼에 무를 자르듯 대답하더군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서.”
멤버들이 눈을 크게 뜨고, 놀라고 당황하는 바람에 제가 서둘러 덧붙였죠.
그렇습니다. 정말 다시는 보고 싶지 않거든요. 왜냐면, 그는 저에게 사랑하는 다른 여인이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것도 지나치게 젊고, 예쁜.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가장 화가 났던 것은 그의 그녀가 제가 좋아하는 최승자 시인의 “빈 배처럼 텅 비어”를 사들고 저를 방문했다는 사실이죠. 제 서가엔 똑같은 시집 두 권이 나란히 꽂혀 있다는 사실.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The Czars(짜르)의 노래들을 또 좋아한다는 사실, 으흐흐흐, 흑흑!!!
이제 저는 더 이상, 가슴 아픈 사랑 따위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거죠. 제 인생 충분히, 사랑에 울고 또 울었던, 넘치게 고통 받았던 까닭으로 이제 다시는. 그거 이해하시죠? 그래서 그랬던 거였어요. Naima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은. ㅎㅎㅎ
근데, 저 이 수다 피우며 살짝 웃고 있네요. 저도 모르게. 제가 넘 웃겨서. 아마 이 웃음의 의미는 충분하다는 거겠죠. 그를 향한 제 마음도, 또 그 마음 때문에 스스로 상처를 내게 되는 제 어리석음도! 크게, 한 숨 쉬고 다만, 그를 존경하겠어요. 빔 벤더스나, 페드로 알모도바르, 혹은 고레에다 히로까즈처럼 요. 저, 되었죠? 근데 더 웃기는 사실 하나 말씀 드리면요. 제가, 요 겨울에 고생하는 그에게 꿀에 절인 인삼을 2통씩이나 건네면서 뭐랬는줄 아세요? ㅎㅎ
“저, 이거, 만일 고레에다 히로까즈 감독이 제 주위에서 작업했더라도 준비 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제 볼이 얼마나 뜨거워지던지.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서툴기만 했던 님의 노래에 미소를 지었고, 꽃다운 님의 예술혼에 눈멀었지만 이제 님은 갔고 제 곡조를 못이기는 제 사랑의 노래는 이쯤해서 보내버리겠습니다.”
넘 표시나게 표절 했나요? 이것으로 땡땡!!! 저 충분했죠?
오늘 링크 분은 콜트레인의 연주와
John Coltrane - Naima (Album:Giant Steps) 1959 from the John Coltrane album Giant Steps.
John Coltrane — tenor saxophone
Tommy Flanagan — piano
Wynton Kelly — piano on "Naima"
Paul Chambers — bass
Art Taylor — drums
Jimmy Cobb — drums on "Naima"
Cedar Walton — piano on "Giant Steps' and Naima" alternate versions
Lex Humphries — drums on "Giant Steps' and Naima" alternate versions
John Coltrane - Naima (Album:Giant Steps) 1959 - YouTube
http://me2.do/xqrNgn8C
비밥과 프리재즈의 중개를 하며 프리재즈의 토양을 기름지게 했던 에릭 돌피의 마지막 레코드에 들어있는 사랑하는 친구 콜트레인에게 보내는 우정의 편지쯤으로 여겨지는 베이스 클라리넷 연주로 들어보시겠어요.
Bass - Jacques Hess
Drums - Franco Manzecchi
Piano - Jacques Deval
Trumpet - Donald Byrd
Eric Dolphy - Naima - YouTube
http://me2.do/GM6dtBuv
저 앞으로는 요번처럼 너무 장황한 수다 좀 줄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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