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yo Fukui - My Funny Valentine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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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네모난 입체 속에서 컴퓨터 속 세상과, 또는 책속의 세상 에 빠져있다 보면 바깥세상과의 단절감이 느껴져요. 사람들이 지지고 볶는 현실의 세계는 어떨까, 속된 호기심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들 때, 때론 쓸쓸함이 엄습하기도 하고요. 타인들에게 별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제가 속하지 못한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궁금증이 이는 것은 아직은 사람들 속에 속하고 싶은 열망 같은 것이 남아있나 봅니다. 누군가 들려주는 시시콜콜한 작은 이야기들이 새삼 그리워질 때면 페이스 북이나 카카오 스토리를 비밀스럽게 들여다보곤 하죠. 그러면서 혼자 빙긋 웃기도 하고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가 가진 성정이 그의 인생의 색깔을 나타내는 결정적 요인 일 텐데, 어찌 그리 무채색 인간이 되어 갈까요? 한 때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를 넘어 형용하기 무색할 만큼 찬란한 색깔의 삶을 추구하며 활보했는데 아마 그것의 총량이 이미 소진되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뭐 그렇다고, 지금의 제 삶이 딱히 불만족스럽다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해지자면 지극히 편안하죠. 관계의 단절을 통감하지만 또 그런대로 제가 꿈꾸는 관계를 그려나갈 수 있어 은밀한 기쁨을 누리기도 하고요.
가령 말이죠. 제 글 속 어떤 인물에 대한 묘사를 할라치면 어느 덧 그 인물 속에 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죠. 그러다가 그만 그 인물과 사랑에 빠져버린답니다. 그렇다고 뭐 완전한 인물을 그리는 것은 절대 아니죠. 늘 뭔가 부족한 사람, 그 부족함 때문에 더 사랑스런, ㅎㅎㅎ 참 모순입니다. 또 생각해보니, 그 모순 속엔 나름 이유가 있더군요. 그러니까, 말하기 뭣하지만 제 안에 내재되어있다고 생각되는 숨기고 싶은 제 일면을 변명하는 구실로 이야기 속 인물의 부족함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아닌가? 그래야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있고, 다독거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빙긋 웃네요.
제 사설이 참으로 길었지요. 두런두런 혼잣말을 하는 것이라 여겨주세요. 사실은 이 말이 하고 싶었거든요. 완벽함에 가까운 것들에선 왜 그런지 이상한 거부감 같은 것이 드는지요. 질투일까요? 누구라고는 말 못해요. 몰매를 맞을 수도. ㅎㅎㅎ 어딘가, 서툰 풋풋함(연륜과 상관없는)이 더 사랑스럽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에요.
여기요, 이 사랑스런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어보세요. 물론 그가 서툴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건반의 터치감이 왜 이리 사랑스러운지요? 뭐랄까요, 풋내 내는 첫사랑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깜짝 놀랐어요. 처음 보는 이름이었고, 일본인이라서 더군다나.
Ryo Fukui(1949 - 2016)
일본 삿뽀르에 기반을 둔 재즈 피아니스트. 홋카이도 태생인 그는 "Slowboat" 재즈 클럽에서 정기적으로 연주를 하다가 2016년 3월 15일에 악성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남. 그는 1970년 22살에 독학으로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고 첫 번째 앨범 "Scenery"를 6년 후에 그 일 년 후 두 번째 앨범 "Mellow Dream"을 발표. 세 번째 앨범 "My Favourite Tune을 1995년에, 1999년에 "In New York"을 2015년에 "A Letter From Slowboat" 라는 "Slowboat"재즈 클럽에서의 라이브 앨범을 발표. <위키에서>
오늘 링크할 곡은 Ryo Fukui의 두 번 째 앨범 "Mellow Dream"중에 6번째 트랙,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My Funny Valentine이에요. 사실 초저녁에 이 곡을 들었어요. 듣고 또 듣고.
첫 번째 , 두 번째 앨범을 다 듣고 너무 기쁜 나머지 제가 이러고 있네요. ㅎㅎㅎ 유튜브에게 고맙다고 꾸벅 절이라도 하고 싶은 밤이에요. 모두들 굿밤 되세요!
Bass – Satoshi Denpoh
Drums – Yoshinori Fukui
Piano – Ryo Fuk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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