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ace Silver - Song for My Father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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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사는 이야기를 하며 음식을 나누고 화투를 치며 술을 마시는 왁자지껄한 풍경으로부터 멀어진 후, 이러한 풍경 속에 있지 못하는 제 현재를 위로하는 방법으로 저는 으레 오래 전에 떠나가신 아버지에 얽힌 추억들을 한 장 한 장 꺼내봅니다.
단 한 번도 당신에게 “사랑해요.” 라고 말해보지 못했던 저를 탓해보지만 어쩌면 그건 제가 순전히 당신의 성정을 완전히 빼닮은 것 같다는 여동생의 지적처럼, 뜨거웠던 가슴을 한 번도 입으로 발설하지 않았던 당신 탓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제 삶에 드리워진 당신의 그늘 속에서 저는, 지금도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을 아닐까, 그러기에 늘 당신의 영혼이 곁을 맴돌고 있을 것이라는 환상 속에 사는 지도 모릅니다.
추억 한 장
누렇게 벼가 익어가던 들판 한 가운데를 가르는 황톳길을 따라 계집아이를 등에 업은 사내가 걷고 있다. 사내는 자신을 머슴처럼 부렸던 호적상 어머니의 집을 십여 년 만에 찾아가는 길이다. 사내의 등위에서 계집아이가 자꾸 칭얼댔다. 아이를 달래는 것인가? 사내는 혼잣말로 두덜거렸다. 사내의 낮게 흐르는 목소리가 자장가였을까? 어느 새 계집아이는 쌔근댔다. 사내의 웅얼거림은 그 후에도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그렇게 계집아이는 사내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으며 자랐다. 사내의 소설들은 계집아이의 가슴에서 별로 환생될 운명이었을까? 이제 자신의 소설을 쓰던 사내는 갔지만 남아있는 계집아이의 가슴에 사내의 무수한 별들이 수군대곤 한다.
이렇듯 가슴 속에 아직도 떠나보내지 못한 부모를, 애인을, 친구를 회상하는 것은 과거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현재를 점검하며 더 나아가 미래의 자신을 그리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포스팅 할 곡은 아버지 이야기 꺼냈을 때 이미 눈치 채셨을, 저와 같은 처지의, 다소 우울했던 명절 기분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한 재즈 마니아라면 절대 비껴갈 수 없는 곡입니다.
Horace Silver의 앨범 “Song for my Father" (1964)
Horace Silver (piano); Carmell Jones (trumpet on 1, 2, 4, 5), Blue Mitchell (trumpet on 3, 7, 9, 10); Joe Henderson (tenor sax on 1, 2, 4, 5), Junior Cook (tenor sax on 3, 7, 9, 10); Teddy Smith (bass on 1, 2, 4, 5), Gene Taylor (bass on 3, 6-10); Roger Humphries (drums on 1, 2, 4, 5), Roy Brooks (drums on 3, 6-10).
00:00 - Song For My Father
07:15 - The Natives are Restless Tonight
13:26 - Calcutta Cutie
21:57 - Qué pasa?
29:45 - The Kicker
35:12 - Lonely Woman
42:15 - Sanctimonious Sam
46:10 - Qué pasa? (trio version)
51:44 - Sighin' and Cryin'
57:10 - Silver Threads Among the Soul
이 앨범은 1964년 레이블 Blue Note에서 녹음 발매한 것으로 Horace Silver는 브라질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에게 음악적인 영감을 가장 많이 주었던 아버지 John Tavares Silva에게 헌정하는 의미에서 앨범의 커버 또한 아버지의 사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앨범 전체가 자신의 과거 가족들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작곡했으며 특히나 여섯 번째 곡인 ‘Lonely Woman’ 은 남편을 잃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곡이며, 2번째 트랙 The Natives are Restless Tonight은 그의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네요. 그의 가족 사랑이 후대의 감상자에게 이렇게 위로를 줄 것이라고 그는 짐작이나 했을까요?
전제 앨범을 링크하고 싶지만, 각자 감상하시고, Song For My Father만.
뭐시람, 듣고만 있어도 저절로 어깨가 들먹여지며 몸이 좌우로 흔들리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며 발로 박자를 맞추고 있는 제가 우습기도 하고요. 드럼과 베이스와 피아노는 시종일관 마치 ‘펑키, 펑키’라고 하는 듯도 하고 보사노바풍의 리듬을 타는 트럼펫과 테너 색소폰은 마치 한 악기라도 되는 듯 구별을 못하게 하네요. Quintet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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