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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추억에 젖어/ Rainbow Cake – Vince Jones & Paul Grabowsky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7. 1. 19.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쯤의 내 30대 초반의 일이다. Bangkok에서 3년을 보낸 뒤, 영자 신문의 헤드라인조차 읽기 쉽지 않았던 나를 극복하고자 영국행을 결정했다. 때마침 같은 과 졸업생이며 여행사 직원으로 근무해오던 친구에게 내 결심을 말하자, 친구가 한사코 말렸다. 영국이란 나라의 기후부터, 물가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까지. 차라리 미국이나 캐나다 행을 권유했는데, 무슨 인연인지 내 최종 목적지는 시드니였다. 학생비자가 나왔고, 6개월의 어학코스를 밟는데 그때의 강사가 낮엔 학교에서, 밤에는 클럽에서 악기를 연주했던 모양이다. 늘 그의 수업시간엔 앨튼 존이나, 비틀즈, 밥 딜런과 빌리 조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그들의 노래 가사를 응용한 회화 연습이 꽤 흥미를 끌었다. 그가 언급했던 팝 가수들은 이미 익숙했지만 호주인들이 아니었고, 왜 호주에는 유명한 음악가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비장의 카드를 보여주었다.

   영국 산이지만 호주로 이민을 온 트럼펫과 플뤼겔호른을 연주하며 재즈 보컬로도 활동하고 있는 Vince Jones(1954년 생). 그때는 재즈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에 그도 팝 계열의 가수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여타의 팝가수들의 보컬과 어딘가 달랐다. 뭔가 스팅의 그 모호하고 아득한 목소리를 닮은 것도 같고. 아마 내가 처음으로 재즈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를 하기 시작했던 것은 그로부터였지 않을까? 그때 시드니에서 산 CD(재즈라는 장르의 시디를 처음)를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고 가끔씩 그 시절이 그리워지면, 아껴들었는데 요즈음엔 유튜브 검색으로 해결이 되니...

   오늘 소개할 앨범 'Provenance'(2015년 발매)는 호주 음악의 두 전설이라 일컬어지는 Vince Jones와 피아니스트 Paul Grabowsky(1959년 생)의 발라드 풍의 콜라보 앨범 중의 첫 트랙인 Rainbow Cake의 링크를 걸어보려 한다.

사실 난 빈스의 A Song for You, Never let me go, Mood Indigo 같은 보컬을 더 좋아하지만 가장 최근 앨범인 Provenance의 첫 곡인 Rainbow속엔 Paul의 서정적이면서도 단순한 피아노의 연주와 백발이 되어버린 Vince의 세월이 배어져 나오는 보컬뿐만 아니라 뭔가 힘이 빠져 있어 감동까지는 이르지는 않지만 여전히 관악기 주자임을 보여주는(flumpet - trumpet and flugelhorn의 조합/50년대 아트 파머가 창안했다고 알려진) 그의 연주를 동시에 맛볼 수 있어서이다. 80년대에 폴은 빈스의 음악감독으로 처음으로 함께 작업했고 빈스는 이제 이 앨범 Provenance를 통해 십 수 년 각각의 활동에 전념한 후의 다시 처음 그들이 함께했던 뿌리로 돌아가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한다.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지역에도 여전히 재즈의 신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ㅎㅎㅎ


Rainbow Cake – Vince Jones & Paul Grabow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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