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물안개가 호수 위를 서성이고 우윳빛 안개 무리를 밀어내기라도 하듯 한 무리의 청둥오리 떼가 호수면 위를 끊임없이 자맥질하네요. 저렇듯 평온한 배경을 앞에 두고, 정작 내 심연의 오만 생각들은 호수면 물안개처럼 이리저리 쉼 없이 내몰립니다. 알른알른 기약 없는 내일에 대한 꿈, 몽상가라 치부하기에는 여전히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 밖에 없는 삶.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오직 글을 쓰는 일에 매진하자 다짐하며 내가 마음으로 그리는 내 자신의 이미지, 이른 아침의 고독과 닮고 싶은 삶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내 내부에 유리 파편처럼 굴러다니는 어떤 것들은 시시때때로 나를 찔러대며 상처를 내곤 하죠. 참 이상한 것은 피고름이 맺힌 상처가 아물어가는 과정을 가만 응시하고 있노라면 뭔가 자신이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는 착각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 어느 땐 상처의 피고름을 짜내며 찌릿한 극한의 고통을 즐기고 있는 표리부동한 나를 만나기도 합니다.
“언니, 그거 알아? 세상에서 언니처럼 편안해 보이는 사람은 없어. 부럽더라.”
헐,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니! 지인의 말을 웃어넘기며, 위장의 달인이 되어가는 내가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수 십 개의 탈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그 가면 뒤의 처절한 몸부림은 나 혼자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기에, 가만 가만 마음에 밟히는 당신의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그때 당신의 심정은 그랬을 거야. 충분히 이해해요. 아팠지만 결코 당신을 원망하진 않아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뎅.”
정겨움이 뚝뚝 묻어나는 음성으로 나직이 말해주고 싶은 것은 마음뿐, 정작 입안에만 뱅뱅거리는 말들은 호수의 물안개만큼이나 새치름히 피어오르다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맙니다.
“어쩌면 당신도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홀짝홀짝 생각들을 삼키려니 살가운 아침 햇살이 잠포록이 내려앉은 물안개를 밀어냅니다.
“사는 것이란 이렇게 안개 속을 헤매며 햇살을 유감없이 즐기고 바람 속을 뛰어다니며 눈보라를 헤쳐 가는 일이지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폭풍우마저도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다는 사실을 기억해요. 당신이란 존재 속에서 나는 눈먼 나르시스가 되었고 나를 끊임없이 위장하며 슬픈 꿈을 꾸지만 그 환상이 내 삶을 지탱해주는 빛이라는 것을 오래도록 잊지 않겠어요.”
토닥토닥!!! 또 하루가 이렇게 시작합니다.
Archie Shepp Quartet, "Cry me a river", album Blue ballads,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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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you say you lonely 이제 당신은 지금 외롭다고 하지
You cry the whole night through 당신은 밤새도록 울고 있지.
Well you can cry me a river, 글쎄, 당신은 나를 실컷 울게 하지
Cry me a river, I cried a river over you. 나를 눈물 짖게 해, 나는 당신을 위해 울 거야
Now you say you're sorry 당신 인제 미안하다고 말하지
For being so untrue 진실하지 못했다는 것을
Well you can cry me a river 글쎄, 당신은 나를 실컷 울게 하지
Cry me a river, I cried a river over you. 나를 울게 해. 나는 당신을 위해 울 거야
You drove me mad and drove me out of my head 당신은 나를 화나게 하고 나를 미치게 해
While you never shed a tear 당신이 눈물을 절대로 흘리지 않는 동안
Remember, I remember all that you said, 기억해, 나는 당신이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해
Told me love was true for me and.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은 나를 위한 진실이었고
Told me you was...you and...me and...그리고 당신은...당신은..그리고 나..라고
Now you say you loved me 당신은 이제 나를 사랑했다고 말하지
Well, justa prove ya do 글쎄, 당신은 그것을 단지 확인하려 하지
Go on an 계속Cry me a river 날 눈물 흘리게 하는
Cry me a river 나를 울게 하는I
cried a river over you 난 당신을 위해 울 거야
이 무렵의 blue, black, true 세개의 발라드 앨범은 재즈 팬들을 매혹시킨다. 오늘 감상할 cry me a river는 blue ballards에 들어있다. 이 곡은 아서 해밀튼이 작곡했고 영화 'Pete Kelly's Blues'(1955년)에서 나른한 목소리만큼 뇌쇄적인 줄리 런던이 불러 크게 유행을 시킨다. 색소포니스트로서 아치 쉡의 연주도 좋지만 연주 후 뒷부분의 보컬은 늦음 밤 한없이 술을 부를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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