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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스토너/ 존 윌리암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9. 28.

   농부의 아들 윌리엄 스토너는 열아홉 살에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택했던 길.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접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듣고 처음으로 문학에 눈을 뜬다.


   그대 내게서 계절을 보리

   추위에 떠는 나뭇가지에

   노란 이파리들이 몇 잎 또는 하나도 없는 계절

   얼마 전 예쁜 새들이 노래했으나 살풍경한 폐허가 된 성가대석을

   내게서 그대 그 날의 황혼을 보리

   석양이 서쪽에서 희미해졌을 때처럼

   머지않아 암흑의 밤이 가져갈 황혼

   모든 것을 안식에 봉인하는 죽음의 두 번째 자아

   그 암흑의 밤이 닥쳐올 황혼을.

   내게서 그대 그렇게 타는 불꽃의 빛을 보리.

   양분이 되었던 것과 함께 소진되어

   반드시 목숨을 다해야 할 죽음의 침상처럼

   젊음이 타고 남은 재 위에 놓인 불꽃

   그대 이것을 알아차리면 그대의 사랑이 더욱 강해져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것을 잘 사랑하리.

 


  스토너는 문학에 얽힌 감동에 젖어 특별한 비극 없이 평생을 빈한함 속에서 묵묵히 살아간다. 그의 생을 통틀어 기억에 남을 몇몇 순간들은 그 냄새와 대기의 부드러움 같은 감각적 요소들로 인해 풍요로워진다. 누구나 철저히 혼자라는 인생의 진리, 쓸쓸한 삶이었으나 그럼에도 자신의 고독 속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성취한 이의 묵묵한 투쟁,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자신의 길을 걸었던 모습은 달라도, 내가 바로 스토너임을 인식하는 순간에 뭉클하게 솟아나는 어떤 감정들...

   인생의 된비알을 수없이 굴러온 몸과 마음의 흔적들은 지난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살았니? 혹은 앞으로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밖에 없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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