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검붉습니다. 그러나 9월의 바람은 안단테, 안단테, 어슬렁거리며 낮 동안에 달궈진 대지를 어루만집니다. 유난히 덥기도 했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지나간다니 반갑기도 합니다만 무엇인가 아쉬움 같은 것들이 남습니다. 지난여름이 힘들었던 것은 분명 날씨 탓도 혹은 나이 탓도 아닌, 뭐랄까, 총체적인 공허, 일종의 상실감이라고 할까요? 내 안에 불꽃처럼 타올랐던 어떤 것들이 사그라지는 순간들을 가만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불꽃같은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란 그리 흔하지 않지요. 그 순간들이 도래했을 때를 알아 챌 수도, 혹은 모르고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분명히, 너무 확연하게 알아 챌 수 있었답니다.
“아, 이 지점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겠구나. 이걸 어째?”
부연 새벽을 맞이하며 내가 살아있음을 인식했고,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엔 나도 모르게 감사의 기도가 흘러나왔답니다. 살아있어 기뻤고, 축복 같은 나날이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나 아닌 내가 리라를 들고 사이렌처럼 노래를 불렀답니다. 그 노래들은 사이렌 자신을 황홀케 했으며 오디세우스를 유혹했지요. 마치 그 순간들이 영원할 것처럼. 그것 또한 부질없는 욕망의 분출임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고, 오디세우스는 귀를 막았고 사이렌은 자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이것은 운명이었을까요? 나 자신의 한계이었을까요? 운명이자, 한계라면 나는 다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가만 묻지 않을 수 없는 시간입니다. 이제 나는 자멸한 내 안의 사이렌을 깨우며 이렇게 속삭입니다.
“운명을 감당하며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 자체란다. 너는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을 위해 노래해야 해!”
[Piano] 구월꽃(九月花) -고희든 /Camomile - Huideun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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